"땅투기 의혹수사 전국확대해야"…'들불'처럼 번지는 분노

세종시 주민들 "세종 전역이 투기의심 대상"
용인시 주민들 "몇년 전부터 수사촉구했건만"
  • 등록 2021-03-23 오전 6:00:00

    수정 2021-03-23 오전 7:17:55

[이데일리 정재훈·이종일·김나리 기자] “공무원들 땅 투기 의심된다고 누차 문제제기 했을땐 콧방귀 뀌더니 이제서야 조사했다고 하는 꼴이 우습네요.” (용인시 원서면 주민 H씨)

“스마트 국가산업단지가 끝이 아니라고 본다. 세종시 곳곳에서 투기 행위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세종시 연서면 50대 주민 L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땅매입 적발로 촉발된 공직자 부동산 투기의혹이 부산·세종·용인 등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3기신도시 계획 반대’, ‘조사·수사지역 확대’ 등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전국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용인 원산면 주민들 “수년전부터 땅투기의혹 제기했는데…”

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청. 시청 앞 광장에서는 원삼면 일대 주민들이 자체 조사한 투기의혹 결과를 발표하며 모든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주민들은 용인시 원산면 반도체클러스트 예정지역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투기 의심사례가 30명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이후 땅값 상승이 가장 많았던 수용 예정지 경계를 중심으로 반경 1㎞ 내 토지거래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약 200건의 투기로 의심되는 정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용인시청 앞 광장에서 원삼면주민들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개발사업 관련 공무원의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정재훈기자)
같은 시간 백군기 용인시장은 실내에 마련된 생방송 송출 설비를 통해 원삼면 반도체클러스터 예정지역에 대한 공무원들의 토지 보유 현황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용인시 소속 공무원 6명이 원삼면 일대 토지를 취득했으며 이중 3명은 투기가 의심돼 수사의뢰한다고 했다. 시장과 주민이 같은 시간 비슷한 사안을 두고 발표한 내용이 마치 실내와 실외로 나뉘어진 발표 장소 온도차와 같이 큰 차이를 보였다.

지금의 상황보다 용인 원삼면 주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건 따로 있었다. 수년전부터 이런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가 이제서야 자체 조사한다고 나서는 행태다.

다음날인 19일 만난 박지영 원삼주민통합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은 수년전부터 이같은 땅 투기 의혹 해결을 위한 강제수용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해왔지만 지자체의 안일한 태도로 유야무야 덮였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주민 A씨는 “2016년 쯤으로 기억하는데 원삼면 일대 땅을 내놓으면 족족 외지인들이 싹쓸이 해갔고, 땅 값도 오르기 시작했다”며 “그러고 나서 1년이 훌쩍 지나 항공사진이 포함된 수용 예정부지 도면이 원삼면 일대에 나돌기 시작했는데 지금보니 그게 용인반도체클러스터였다”고 밝혔다.

박지영 위원장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투기 의혹을 받는데 같은 식구들끼리 조사해서 내놓은 결과를 주민들이 믿을 수 있겠냐”며 “국토부는 물론 LH에 대한 정부의 조사도 신뢰할 수 없는 것 역시 같은 이유인 만큼 모든 의혹을 샅샅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3기신도시 예정지로 발표하기 직전 도면유출 의혹이 제기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지역 주민들도 분노를 참지 못했다. 밭일을 하고 있던 윤모씨(57)는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농지를 사서 보상받거나 돈을 벌려는 투기꾼들이 이렇게 많으니, 수십년간 땅을 일군 주민들만 바보가 된 격”이라고 반발했다.

동양동 대책위 사무실에서 만난 장경필(60) 위원장은 “계양테크노밸리 농지는 1평(3.3㎡)당 120만원이 보상가로 지급된다”며 “120만원을 다 받는 것도 아니다. 농사 경력에 따라 양도세를 보상가의 24~48%를 내야 해서 남은 돈으로는 주변 농지를 살 수 없다”고 말했다. 계양테크노밸리 인근 농지는 현재 100만~200만원으로 토지 수용으로 보상받은 농민은 사기 힘들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세종시 일대 묘목이 심어진 한 밭.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이상원 기자)
◇긴장감 도는 세종시…“공무원 미공개정보로 땅 샀을 것”


‘스마트 국가 산단’ 공무원 투기의혹이 확산된 세종시 연서면 일대 주민들도 최근 불거진 세종시 공무원 투기 의혹과 관련해 울분을 토했다. 지난 19일 찾은 세종시는 긴장감 속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이날 경찰은 ‘세종시 공직자 투기 의혹’ 수사를 위해 세종시청과 일부 중개업소 등을 압수수색했다. 연서면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무소 직원은 “공무원 투기 관련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문을 닫아버렸다.

연서면은 정부가 지난 2018년 8월 국가산단으로 지정한 곳이다.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올해 사업계획 승인 신청과 지구지정 등 추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세종시 소속 6급 공무원과 가족, 차관급인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등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연서면에서 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공인중개사 K씨는 “예전에 공무원이라고 하면서 거래하자고 찾아온 사람이 미심쩍어 그냥 되돌려 보낸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다행”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이 미공개 정보로 땅을 샀다면 산단 예정지 내 와촌리나 인접한 눌왕리 쪽일 가능성이 크다”며 “연서면 외에도 KTX 세종역 후보지로 자주 거론되는 금남면 발산리도 의심지 중 하나”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덧붙였다.

‘공직자 부동산 투기 공익제보센터’를 통해 세종시 부동산 투기 행위 제보를 접수 중인 정의당 세종시당 관계자도 “지금 세종 곳곳에 공직자들이 땅을 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세종시 전체에 걸친 제보가 계속되고 있다. 토지 거래 실태를 전수조사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줄 길게 선 김호중 공연장
  • 칸의 여신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