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세례`에서 `지지연호`까지..냉온탕 겪은 정총리

정 총리 일행 조치원 시장에서 소금세례 맞아
현지 청년단체는 "정운찬" 연호하며 호감 표시
  • 등록 2010-01-16 오후 7:44:42

    수정 2010-01-16 오후 8:59:26

[충남 연기 = 이데일리 정원석 기자] 정운찬 국무총리의 `1박2일 주말 충청방문`이 16일 재개됐다. 지난달 20일 청주 등 충북지역을 찾은 후 거의 한달 여만이다. 이번에 정 총리가 찾은 곳은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세종시 예정 부지와 바로 맞닿아 있어 갈등의 한가운데 있는 지역이다.

정 총리는 이날 지역 바닥민심을 훑는 데 전력했다. 주말 일정을 세종시 예정지 이장단을 만나는 것에서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정부부처 이전보다는 주요 대기업이 들어가는 수정안이 주민 생활에는 도움된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이날 정 총리 일행은 `냉온탕`을 번갈아 겪었다. 일부 주민들은 충청 출신 정 총리에게 호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반면, 행정도시 원안 사수를 주장하는 주민들은 정 총리 일행이 지나갈 때 강한 반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조치원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을 찾았다. 저잣거리의 여론을 온몸으로 부딪치겠다는 의미다. 찐빵집과 과일가게, 건어물 가게 등을 방문하며 “세종시에 기업이 들어오면 장사가 더 잘된다”며 설득했다. 지갑도 후하게 열었다. 만두와 진빵, 딸기, 멸치 등을 사는데 15만원이나 들였다.

과일가게를 나오다가는 `소금세례`를 맞기도 했다. 정 총리가 직접 맞지는 않았지만, 수행단 일부와 취재기자들 머리 위에 소금이 뿌려졌다. `행정도시 원안 사수`라는 붉은 색 머리띠를 맨 주민은 정 총리에게 다가와 “사퇴하라”며 목청을 높였다. “행정이 없는 세종시는 가짜다”고 외친 사람들도 있었다.

지역의 완고함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확인했다. 정 총리는 건어물 가게에서 한 70대 할머니에게 멸치 한 박스를 선물했다. 이 할머니는 정 총리에게 “이 지역을 위해 투쟁합시다”고 말했다. 고무된 정 총리는 “수정안은?”이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원안 사수 합시다. 충청도 사람들은 고지식 해서 한번 정하면 그대로 가는 겨..”라는 것. 오히려 그 상황을 지켜본 한 50대 남성은 정 총리에게 “이명박 대통령 밑에서 일하는 게 부끄럽지 않냐”고 호통쳤다.

재래시장에서 빠져 나온 정 총리는 세종시 예정지에서 이주해온 정헌교(72)씨 집을 찾았다. 정 씨는 6000만원의 보상금을 받아 3000만원짜리 전세 주택에 살고 있다. 지체장애 3급인 정 씨의 부인은 정 총리와의 대화 내내 눈물을 흘렸다. 정씨는 “그대로 있었으면 집이라도 있어서 집 가지고는 서러움 안 받는데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 안 나올 수도 없었다”며 한탄했다. 순간 정 총리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그렇다고 해서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 총리와 이날 점심을 했던 예정지 이장들은 주로 "원주민들은 원안이 됐던 수정안이 됐던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세종시로 인한 불확실성이 조속히 종식돼야한다는 정부 입장과 같은 부분이다.

또 `연기군 청년실업 대책위원회` 소속 청년들은 `대기업 세종시 유치를 환영합니다`, `지역경제 살리는 경제정책 환영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정 총리를 맞았다. 정 총리가 이들의 손을 하나 하나씩 잡고 격려하자, `정운찬, 정운찬`이라는 연호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은 "이 지역이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충청 출신 정운찬 총리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주민들도 흔하게 눈에 띄었다.

그래서인지 "이런저런 사수대책위 추진위원회가 많은데 이 지역에 정말 원안 수호를 원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도 정치적으로 활동하는분 많다고 들었다"며 "여러분이 원하는게 무엇인지를 빨리 표출해주면 반영하겠다"고 말한 정 총리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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