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훈련소를 관광 상품화?…"고된 훈련병들 구경거리 전락"

육군훈련소, 논산시와 관광상품 개발 업무협약
안보·관광투어 개발해 관광객 병영프로그램 제공
'동물원 원숭이'처럼 공개하겠단 취지에 비판 제기
육군 "교육훈련 지장없는 범위 내에서 검토할 것"
  • 등록 2022-10-13 오전 7:00:00

    수정 2022-10-13 오전 7: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육군훈련소가 부대를 일반에 개방해 관광 상품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군사훈련을 받는 훈련병들을 ‘동물원 원숭이 보듯’하도록 공개하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육군훈련소와 논산시는 최근 훈련소 관광상품 개발을 위한 ‘안보·관광 상생발전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업무 협약 내용에 따르면 육군훈련소 안보·관광투어 개발과 운영을 통해 훈련소를 찾는 관광객과 입소 장병 가족들이 다양한 병영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부대 내 개방 공간을 견학·관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더해 입소 장병의 가족·연인·친구와 입소를 앞둔 청년 등으로 구분된 유형별 맞춤형 특화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외국인 여행객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상품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육군훈련소와 논산시는 육군훈련소 체험형 관광투어가 이뤄지면, 전국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안보·관광 명소가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육군훈련소는 연간 1만2000~1만4000여명이 입영해 육군 신병의 50% 가까운 병력을 양성하는 곳이다. 육군훈련소는 참모부와 산하 7개의 신병교육연대, 10개 직할대인 입영심사대·본부근무대·지구병원·교육지원대·영선대·보급근무대·정비근무대·수송근무대·정보통신대·그린캠프교육대로 이뤄져 있다. 이에 따라 부대 내가 혼잡하기 때문에 주요 교육훈련장은 훈련소 밖에 위치한다.

육군훈련소 훈련병들이 기초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육군훈련소)
하지만 민간인에서 군인으로 거듭나는 훈련병들의 훈련과 생활 모습을 상품화 해 관광객들에 공개하는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공간에서 생활하는 훈련병들은 휴대전화나 텔레비전 시청조차 금지된 채 철저히 외부와 격리돼 지속적으로 새로운 훈련을 받으며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한 군 관계자는 “훈련소는 민간인을 강한 전투원으로 육성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곳”이라며 “국방의 신성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영한 훈련병들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이같은 생각을 누가 했는지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육군훈련소 안보·관광 상품화는 육군 교육훈련을 총괄하는 참모총장에게도 보고되지 않고, 훈련소 단독으로 진행되는 사안으로 알려졌다. 박원호 육군훈련소장은 “논산시와 지속적인 상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지역사회와의 상생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협약사항을 내실 있게 추진해 가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육군본부는 “육군훈련소는 정병 육성을 위한 교육훈련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대국민 안보 의식 함양과 군 신뢰도 향상을 위한 구체적 방안 등을 논산시와 논의·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육군훈련소 관광상품화 계획에 대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란인 상에서는 “훈련병 급식이나 신경 써라”, “입대 앞두고 바가지 씌우는 논산 물가나 잡아라”, “훈련병·가족으로도 모자라 관광객 돈까지 뜯어내려는 수작”, “훈련병들 밥이나 제대로 주면서 훈련시켜라”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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