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알고 싶습니까"...미술관에 차려진 '사주포차'

일민미술관 기획전 '운명 상담소'
운명 의미 고찰, 내면세계 깨닫는 여정 취지
행운교환소·오행백신센터 등 관객참여 전시
  • 등록 2021-04-19 오전 6:00:00

    수정 2021-04-19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미술관 한편에 떡하니 ‘사주포차’가 놓였다. ‘당신의 운명을 알고 싶습니까?’라는 글귀가 적힌 천막 점포는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주포차’의 모습 그대로다. 단순히 퍼포먼스를 위해 포차 겉모습만 설치해 둔 것이 아니다. 실제 송지형 작가는 관람객의 태어난 연월일시(사주)를 묻고 사주풀이를 통해 길흉화복을 점쳐준다. 사주포차 옆에는 영화 알라딘에 나올 것만 같은 신비로운 옷을 입은 남녀가 타로 카드로 상담을 진행한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일민미술관에서 펼쳐지고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송지형, ‘사주포차’, 관객참여형 퍼포먼스, 복합재료, 200X200X250cm(사진=일민미술관)
일민미술관은 지난 16일 기획전 ‘포춘 텔링(Fortune Telling): 운명 상담소’을 개최했다. 7월 11일까지 예정된 이번 전시는 운명의 의미를 고찰하고 내면세계를 깨달아가는 여정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전시에는 작가 총 17팀이 참여해 샤머니즘과 우주론적 세계관을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조주현 일민미술관 학예실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존 과학 중심의 가치 체계와 시스템은 마비되고 불확실성과 정신적 불안이 커지면서 초자연적 힘이나 신의 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전시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관객참여형 작품들이다. ‘상담소’를을 주제로 한 2전시실에는 ‘사주포자’‘행운교환소’‘오래된 약국 2021’‘오행백신센터’‘본능미용실’‘라 로바의 방’ 등 작가들이 만든 6개 상담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상담소는 예술적 도구로 재발견된 사주, 타로, 연금술, 뇌 스캔, 고민 상담, 가상 종교로 이뤄진다. 관객은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인생을 상담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운을 시험해 보기도 하고 타인과 자신의 운을 교환하기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운명에 맞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운명’을 주제로 한 1전시실은 빛과 어둠, 사계절, 음양오행, 별자리 등 동서양의 운명론과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이 전시실을 채웠다. 어두컴컴한 전시장에 들어서면 흙에 파묻혀 있는 얼굴의 형체인 노진아 작가의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 관객의 말에 반응해 어눌한 말투로 죽음과 삶에 대한 말을 건넨다. 전시장 가운데는 낡은 장롱과 박스, 비닐봉지, 포도 줄기 등 주워온 재료로 조성된 암실 ‘산장’이 비치돼 있다. 그 앞에는 스탠드 조명, 턴테이블 사운드와 가습 효과를 이용해 모닥불이 피워져 있는 듯한 작품 ‘모닥불’이 전시돼 있다. 신비로운 느낌이 가득한 전시실에서 과학적 세계를 벗어나 ‘운명’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특이점은 만신(여자 무당) 해화암이 전시 도슨트를 맡았다는 것이다. 디자인 고등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이력을 바탕으로 해화암은 작품·작가에 대한 설명에 곁들여 무속인의 관점에서 작품에 대한 해석을 전한다. 그는 “전통 무속에서는 사람의 삶은 제각각이고 사람의 신도 제각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전시를 보며 각자 신앙과 무의식 속에서 힐링 포인트를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관람객은 전시장에서 오디오 가이드로 해화암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노진아,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복합재료, 인터랙티브 조각, 120X110X90cm(사진=일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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