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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김관진 청와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5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남북 협상이 늦어진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가 고민한 것은 어떤 조건 하에서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킬 것이냐, 즉 재발 방지와 연계를 시켜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임으로써 여러 가지로 함축성이 있는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는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문제는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우리 측의 사과 요구 문제와 함께 북측의 최우선 요구 사항이었다.
북측이 확성기 방송 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한 것은 확성기 방송이 그만큼 실효성 있는 대북 압박카드로 작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군 당국이 우리 수색대원 2명에개 큰 부상을 입힌 목함지뢰 폭발을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한 이후 확성기 방송 재개 카드를 꺼내들 때만 해도 일부에서는 군이 호언한 ‘혹독한 댓가’가 고작 확성기 방송이냐는 비난도 나왔지만 결국 확성기 방송이 북한을 압박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었다는 것을 이번 협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남북의 군사적 긴장상황과 관련한 기사를 정리해 아나운서가 읽는 방식의 방송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4일에는 한미 군 당국이 미 측의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언론에 알려졌기 때문에 이 같은 소식을 북한군도 청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날씨와 관련된 내용, 북한 밖 소식 등은 전방에 배치된 북한군을 동요시키는 심리전 수단으로 효과적이다. 북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등한 일기예보 적중률로 북한군들을 방송에 집중하게 하고, 이를 통해 방송에 대한 신뢰를 쌓은 뒤 북한 안팎의 소식을 가감 없이 전달, 북한군들을 동요하게 했다. 이 같은 방송은 보름동안 하루 8시간씩 전방지역 전역에서 울려 퍼졌다.
대북 방송은 확성기를 통해 주간에는 10여km, 야간에는 24km 떨어진 곳까지 소리가 전달된다. 확성기 방송과 같은 내용인 ‘자유의 소리’ FM방송은 2004년 6월 15일 남북장성급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중단됐다가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을 계기로 다시 시작했다.
군 당국은 남북 고위급 접촉 공동보도문에서 적시한 대로 북한군의 동향을 살펴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