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보고 찾아왔더니 킥보드가 없네"…공유가치 망치는 얌체족

서울도심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20·30대에 인기
반납시스템 허점 노리고 건물내·지하 등에 숨겨 이용
얌체족 탓에 이용자 불편, 업체는 곤란…대응책 모색
  • 등록 2019-07-15 오전 6:17:00

    수정 2019-07-15 오전 6:17:00

2일 오후 2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안.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 앱에서 표시한 지점에 킥보드는 보이지 않았다. (사진=박순엽 기자)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 2일 오후 2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공유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기 위해 한 업체 앱을 열었다. 주변 킥보드 위치는 곧바로 검색됐다. 가장 가까운 킥보드가 큰길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다고 앱 지도에 표시됐다.

그러나 지도를 따라 들어간 곳에선 킥보드를 찾을 수 없었다. 업체 관계자는 “위성항법장치(GPS)가 부정확해 지도에 잘못 표시될 수 있어 주변을 살펴봐 달라”고 안내했다. 지도 화면을 계속 새로 고침하며 주변을 1시간가량 수색해도 아파트 건물과 딱 붙어 있는 킥보드 위치는 변함없었다. 킥보드가 건물 내부 또는 지하 등지에 숨겨져 있을 것이란 추측만이 가능했다.

‘공유 가치’ 사라지게 하는 공유 킥보드 얌체족

최근 서울 도심에 전동 킥보드 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등장했다. 지난해 9월 `킥고잉`이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고 `고고씽`이 지난 4월, `씽씽`이 지난 5월 출범했다. 공유 전동 킥보드는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골목 사이를 오갈 수 있는 데다가 고가의 제품을 1분에 100원 정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20~30대로부터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점도 생겨나고 있다. 일부 이용자가 공유 서비스 시스템의 허점을 노려 공유 킥보드를 마치 자신의 킥보드인 것처럼 이용하고 있어서다. 현재 전동 킥보드 공유서비스는 서울시 공유 자전거서비스 `따릉이`와 달리 반납 장소를 지키지 않아도 반납이 가능하다. 거리 한쪽에 킥보드를 세워둔 뒤 이용자가 해당 업체 앱에서 사용 종료를 누르면 반납 처리된다. 때문에 공유 킥보드를 건물 내부나 지하, 옥상 등 다른 이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일부러 숨긴 뒤 반납 처리하는 사용자들이 생기고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다른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기도 한다. 회사원 이모(31)씨는 “출퇴근 시 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지난달에 한 번은 앱에서 알려준 위치에 가도 킥보드가 보이지 않았다”며 “한참 헤매고 있는데 한 남성이 건물 안에서 공유 킥보드를 자기 것처럼 들고 나와 화가 났던 적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이씨처럼 공유 킥보드를 이용하기 위해 앱 지도를 따라갔다가 결국 찾지 못해 헛걸음했다고 토로하는 글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실내 주차 등 이용자들의 잘못된 사용 행태에 대한 제재 계획을 밝히는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들의 공지사항. (사진=고고씽·씽씽 앱 갈무리)


얌체족 때문에 이용자는 ‘불편’, 업체는 ‘곤란

업체에선 공지를 통해 다음 이용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큰길가나 지하철역 인근에 킥보드를 세워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공지만으론 이용자들의 얌체 짓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다른 이용자들을 배려하지 않는 일부 얌체족들의 행동에 공유의 가치는 사라지고 있다.

공유 전동 킥보드업체도 이용자들의 얌체 행동 탓에 공유되는 킥보드 개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곤란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킥고잉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기 때문에 업체 직원들이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주차된 킥보드를 찾아내고 있다”면서 “이용자들이 킥보드를 지하 같은 곳에 세워두는 행위 자체를 막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보다 앞서 공유 모빌리티 사업을 해왔던 중국 업체를 참고해 이용자들의 이기적 행태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보다 앞서 다양한 공유서비스업체가 등장했던 중국에선 공유 자원 이용을 개인 자율에 맡기게 되면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자원이 남용·고갈된다는 `공유지의 비극`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다. 중국 공유 자전거업체인 오포(Ofo)는 2017년 말 2300만대의 자전거를 보유할 정도로 공유 업체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으나 현재는 파산 직전에 내몰린 상태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 사례를 참고해 얌체 이용자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찾고 있다. 씽씽은 서비스를 출시하며 반납 시 이용자에게 킥보드가 세워진 곳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업체와 다음 이용자가 이 사진을 이용해 이전 이용자가 어디에 주차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씽씽은 실내주차 등 고의로 킥보드를 숨긴 사실이 세 차례 이상 적발될 때에는 일정 기간의 이용 제한 등을 하는 방침도 세웠다. 킥고잉은 지하철역 주변 등을 가상 주차장으로 설정해 이곳에 킥보드를 세워두는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들은 결국 이용자들이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며 양심을 지킬 것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아무리 대책을 만들어 봐도 빈틈은 또 생길 것”이라며 “이용자들이 공유라는 가치를 해치지 않고 올바르게 공유 킥보드를 이용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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