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무릅쓰고 바이러스 배양...주말 잊고 코로나19 치료제 찾기 안간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오창·전북분원 가보니
주말 반납하고, 밤낮으로 ABL3 실험실서 연구 매진
바이러스 분양받아 배양...원숭이 대상 실험 계획
  • 등록 2020-03-11 오전 6:00:01

    수정 2020-03-11 오전 6:00:01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지난 6일 찾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북분원의 동물안전시설(이하 ABL3). 외부출입자 출입신청서와 허가서를 꼼꼼이 작성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노란색 간판으로 생물학적 위험이 있다는 경고문이 적힌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연구자에게 실제 보호장비 착용 시연을 부탁하자 얼굴을 보호하는 고글부터 이중 장갑까지 착용하며 중무장한다.

맞은편 방에는 CCTV가 켜져 있어 닭, 마우스, 족제비를 대상으로 실험할 수 있는 전체 연구시설의 모습을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실험중에는 사람이 배치돼 실험실 상황을 확인하고, 사람이 없어도 알람기능으로 24시간 대비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같은 동물안전시설(이하 ABL3)을 보유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오창분원 국가영장류센터 소속 연구자들도 최근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소요될 수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의 외로운(?) 싸움에 돌입했다. 2인 1조씩 배치된 연구자들은 야간근무를 수행하며 주말도 반납한 채 밤낮으로 치료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자 중에는 이달 중 계획한 결혼식까지 포기한 연구자도 있다. 혹시 모를 감염병 전염에 대비해 일반 직원들과 격리돼 식사하고, 실험 후에는 매번 전신 샤워도 해야 한다. 일반인들과 격리돼 생활하면서 연구진들은 극도로 예민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연구진들은 치료제 개발을 앞당기기 위한 사투를 펼치고 있다.

ABL 3 동물실험실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의 모습.<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성물질 위해성에 따라 4등급 분류

바이러스 연구시설은 감염성 물질의 생물학적 위험성에 따라 4등급으로 구분된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가장 치명적인 4등급에 속하고 코로나바이러스와 메르스, 사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3등급에 속한다. ABL3은 3등급 시설이면서 동물실험도 가능한 시설로 엄격한 조건을 맞춰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동물실험구역의 면적은 일반실험구역면적 대비 전체의 50% 이상이 돼야 하며, 연구실 내 사육시설을 이용해 동물을 사육해야 한다.

실험실은 음압시설로 구축돼 일반 실험실에 비해 온도와 압력이 낮다. 실험자 안전과 바이러스 배양을 위해 24시간 내내 동일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공조장치가 작동해야 한다.

권형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은 “3차 필터로 걸러진 공기가 내부에서 순환되고, 온도와 습도도 항상성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못과 같은 작은 균열도 내부에서 허용되지 않고, 사용한 보호 장구도 실험을 마치고 멸균 조치 후 폐기하는 등 엄격하게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격으로 동물실험실 내부를 확인할 수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바이러스 실험 어떻게?...배양 거쳐 세포실험, 동물실험 진행

바이러스를 실험하기 위해서는 우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달 중순부터 생명연 연구자들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코로나19 분리주를 분양받아 배양하고 있다. 처음 분양 받은 바이러스가 1ml 수준으로 작기 때문에 충분히 실험이 가능하도록 2~3주에 거쳐 10ml, 100ml로 배양한다.

이렇게 충분한 양이 확보된 바이러스는 동물 실험 전 원숭이 유래 신장 세포인 ‘베로’에 농도별로 주입해 어떠한 상황에서 감염병이 발병하는지 확인하게 된다. 바이러스 농도에 따른 발병 조건이 확인되면 실제 동물 실험에 투여하고, 치료제의 효능을 검증한다.

치료제 개발 기간 앞당기려 분투...이르면 상반기 원숭이 대상 실험

일반적인 치료제 개발은 최소 2~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생명연과 파스퇴르연구소, 한국화학연구원 등의 연구기관은 이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미국식품의약국에서 시판중인 약물이거나 임상실험을 하다 중간에 그만 둔 약물을 발굴,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효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른바 ‘약물 재활용’ 연구이다. 연구자는 치료제 후보물질이 선별되면 영장류를 감염시켜 실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바이러스는 호흡기관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연구진은 목구멍의 정확한 위치에 바이러스를 투여하고, 농도에 따른 병증을 점검할 계획이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영장류 실험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 중국 등에서 수개월 검역을 거쳐 수입되는 원숭이 한 마리당 2000만원의 구입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매달 18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할 경우를 가정하면 약 3억 6000만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코로나19에 따라 국제 수급도 여의치 않아 기존에 다른 연구용 목적으로 확보해 놓은 원숭이를 돌려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연구진은 치료제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후보물질을 빠르면 상반기, 늦어도 올해 안으로 선정해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할 계획이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전북분원에서 세포수준의 기초 연구를 수행하고, 오창분원에서는 치료 후보물질을 활용해 영장류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단계별 실험 조건에 맞게 준비하며, 빠른 치료제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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