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명. 우리나라 가임 여성 한 명당 평균 출생아수다. 600만명이 넘는 비정규직, 치솟는 집값,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일방통행식 육아지원 정책에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포기하는 ‘민혼·비혼자’가 크게 늘면서 15년째 초저출산국가에 머물고 있다.
5.1%. 올 상반기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비율이다. ‘일하는 아빠, 살림하는 엄마’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정부는 아빠 육아휴직 인센티브,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을 잇따라 도입했다. 그러나 남자직원이 육아휴직을 냈다가는 직장 내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육아전쟁 중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저출산대책
저출산이 노동력 부족 사회를 이끌었다. 지난 1960년 가임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수는 6명이나 됐지만 작년 출산율은 1.21명에 불과했다. 전 세계 190여개 국 중 도시국가인 홍콩(1.20명)과 마카오(1.19명)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2차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내 놓으며 10년간 15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발표한 3차 저출산 대책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수박 겉핥기식‘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육아 지원을 위해 출산의료비에 대한 본인부담률을 대폭 축소하고 아빠 육아 휴직 인센티브 기간 확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시 근속기간 인정 등의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저출산의 근본원인인 육아 문제 해결을 위한 해답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부부 10쌍 중 4쌍 맞벌이…육아지원은 취약
그러나 맞벌이 가구가 아이를 낳고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 환경은 여전히 취약하다. 지난 8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비율은 5.1%에 불과하다.
정부는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20%가 될 때까지 육아휴직 인센티브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직장내 부정적 인식과 인사상 불이익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정부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성 육아휴직자는 “육아휴직을 다녀오니 인사고과 등급이 휴직 직전 일했던 것과 상관없이 중간 이하 등급이 나왔다. 심지어 직장 건강검진까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회사 내에서 존재가치가 없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
◇‘아빠 육아휴직 강제해야’
프랑스에서는 2명 이상의 자녀를 둔 모든 가정에 소득과 상관없이 ‘가족수당’을 지급한다. 또한 직장을 다니던 부모가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두거나 노동시간이 감소할 경우 ‘직업 활동 선택보조금’을 준다.
이에 힘입어 지난 1990년만 해도 1.6명이던 프랑스 출산율은 최근 2명을 넘어섰다. 노르웨이의 경우 부모들이 육아휴가가 끝난 후에도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영아 양육을 위한 현금수당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문희 박사는 “국가의 육아 지원방식은 현금수당, 육아휴직(시간), 보육서비스 세가지가 균형을 맞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보육서비스에만 올인을 해 자녀양육에 한계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보편화하기 위해서는 가정, 직장, 사회 전반적으로 육아문제에 대한 인식과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첫걸음으로 국내도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국가와 같이 남성들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