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의 中國]반부패 칼날들고 비판에 재갈…본격적 감시국가로

중국 개헌으로 시진핑, 21세기 마오쩌둥으로 거듭나
반부패 작업 명목하에 장쩌민·후진타오 측근 모두 제거
국가감찰위 등장하면 측근 감시 더욱 강화될 듯
SNS 등 비난 여론도 철퇴…'살아있는 보살' 등 찬양 일색
  • 등록 2018-03-12 오전 6:00:00

    수정 2018-03-12 오전 9:25:50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11일 개헌안을 결국 통과시켰다. 이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의 이름을 딴 사상을 헌법에 올린 채 임기 제한 없는 주석직에 오르게 됐다.

2012년 첫 주석직 취임때만 해도 ‘역대 최약체’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듣던 시 주석이었다. 하지만 이제 마오쩌둥 버금가는 권력을 거머쥔 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이 반(反)부패 작업을 통해 경쟁자들을 옥죄고 인터넷 등 여론에 재갈을 물리는 감시사회로 거듭날 것이라 보고 있다. 이미 시 주석은 반부패 작업을 맡아온 중앙기율검사위원회를 국가감찰위로 격상시키는 동시에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며 비판세력을 옥죄고 있다.

반부패 칼날로 정적 제거…강화하는 감시국가

‘호랑이(부패권력층)이든 파리(지방 비리공무원)든 다 때려잡겠다’

시 주석의 권력을 강화한 일등 공신은 반부패 작업이었다. 그리고 그 기반엔 역설적이게도 그의 정적이었던 보시라이가 있다. 보시라이는 혁명원로 보이보의 아들로 시 주석도 속해있던 태자당 그룹의 맏형이었다.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그였지만 2011년 핵심 측근이 미국 망명 시도를 한 데 이어 아내가 살인사건을 일으키자 몰락했다. 이어 2012년엔 후진타오 비서실장 출신인 링지화 당 중앙 통일전선부장의 아들이 만취 상태로 페라리를 몰다가 숨졌는데 이 자리엔 나체의 여대생 두 명이 있었다. 중국 국민들은 분노했고 ‘공산당은 썩었다’, ‘공산당의 부패는 고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분노가 매일같이 터져나왔다.

주석직에 갓 올라선 시 주석은 호랑이든 파리든, 그 누구든 부패했다면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고 선언했다. 시 주석의 단호함에 중국은 환호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악용되기 시작했다. 시 주석이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은 정치적 경쟁세력이었다. 자신의 측근인 왕치산을 사정작업 총 책임자로 앉힌 후, 정치적 숙적을 하나하나 쳐냈다. 후진타오 정권의 공안 실권자였던 저우융캉, 중국 군부 내 장쩌민 인맥의 대부 궈보슝·쉬차이허우 군사위 부주석이 숙청됐다. 부패란 이유로 제거하는데 장쩌민과 후진타오도 말릴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시 주석을 견제할만한 세력들은 기반을 잃었다.

시 주석이 이번 개헌에 국가감찰위를 신설하겠다고 넣은 것 역시 사정을 통한 정적 숙청 작업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국가감찰위를 기반으로 시 주석은 자신의 권력을 넘보는 인물에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측근들이 딴 마음을 품지못하도록 감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 주석의 주변엔 그를 견제할만한 인물도 없다. 이번 전인대를 통해 시 주석의 오른팔이자 사정 작업의 기틀을 닦은 왕치산이 정계로 돌아왔다. ‘2인자’ 리커창 총리가 맡던 경제 분야는 시 주석의 50년 지기 친구이자 시코노믹스를 고안한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주임에게로 돌아가게 됐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인 상무위원 중 왕양과 한정이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상하이방 출신이라 하지만 계파색이 엷은데다 젊은 시절부터 시 주석과 인연이 깊은 인물들이다. 일각에선 10년 안에 공청단과 상하이방 등 중국 공산당 내 계파가 모두 사라진 채 시 주석의 측근들만 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론과 인터넷엔 재갈 물리고…찬양 가속화

감시국가는 지도부에게만 한정된 것이아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고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위챗’이 활성화되자 시 주석은 이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임기 제한 폐지가 개헌안으로 상정됐다는 소식이 번지자 인터넷 SNS 및 메신저에서 ‘연임’, ‘임기 제한’, ‘시쩌둥’ 등의 검색을 차단했다. 시 주석과 닮은 이미지로 인기를 끌던 디즈니 캐릭터 ‘곰돌이 푸’가 꿀단지(권력)를 안고 있는 그림 파일도 차단했다. 지식인들의 비판이 중국 대학생이나 젊은 층의 입소문을 타고 일반 민중에게 번지지 않도록 입을 막은 것이다.

그는 인터넷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리옌훙 바이두 회장, 류창둥 징둥 회장 등 유명 IT 업체 최고경영자(CEO)에게 정협(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요직을 제공하고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콘텐츠 관리에 허술한 업체들에 벌금을 가하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중국 당국은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등에 가짜뉴스와 음란물 등을 유통한 혐의를 근거로 벌금을 부과하고 반정부 인사들의 위챗 계정을 폐쇄토록 한 바 있다. 장기집권 체제로 돌입하며 중국 곳곳에선 시 주석을 찬양하기 바쁘다. 이미 마오쩌둥에게만 붙이던 ‘인민의 영수’ 역시 시 주석을 가리키는 말로 불리고 있다. 중국 칭하이성의 왕궈성 당 서기는 “칭하이성의 티베트족 주민은 시 주석을 신(神)으로 여긴다”며 “목축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주민은 ‘오직 시 주석만이 살아 있는 보살’이라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견제받지 않고 비판도 듣지 않은 채 무소불위의 권력을 구가할 수 있는 시 황제의 중국이 시작된 것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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