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 ]TDF가 제 역할 하려면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컨설팅부 이사
  • 등록 2023-03-24 오전 6:30:00

    수정 2023-03-24 오전 6:30:00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컨설팅부 이사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컨설팅부 이사·연금금융 박사] 타겟데이트펀드(TDF)가 연금 자산운용의 핵심 상품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의 대부분이 TDF로 선정됨에 따라 그 영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TDF는 예상 은퇴 시점을 목표로 주식과 채권 등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연금 전용펀드다. 젊을 때는 주식 투자 비중을 높게 유지하다가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주식 비중을 낮추고 채권 비중을 높이도록 설계돼 있다. 예상 은퇴 연령에 따라 주식 비중이 낮아지는 펀드 운용 모델이 마치 비행기의 착륙 항로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를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라고 부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TDF의 운용 규모는 2월 중순 현재 9조 2000억원 정도로 개인연금·퇴직연금 펀드(46조원)의 약 20% 비중으로 추정된다. 2016년 삼성자산운용에서 본격적인 TDF를 처음 내놓은 이후 6년 여 만에 가파르게 증가했다. 미국에서 2006년 적격 디폴트투자 상품제도 도입 이후 TDF가 본격 성장했듯이 우리나라도 디폴트옵션을 계기로 더 크게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디폴트옵션 상품 심사 결과 적격 상품으로 인정받은 220개 펀드 상품 가운데 TDF가 포함된 상품 개수는 165개(75%)에 달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개인 및 퇴직연금 가입자의 노후가 TDF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반적으로 투자 이후 사후관리가 잘 이뤄지지 못하는 연금 투자에서 ‘한번 가입하고 잊어버리라’는 TDF가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TDF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첫째, 국내 TDF의 글라이드 패스를 획일적으로 만든 규제를 풀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8년 9월 적격 TDF에 한해 적립금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그런데 적격 TDF의 요건이 운용기간 내 주식 비중이 80%를 넘지 않고 은퇴 목표 시점 이후에는 4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TDF 글라이드 패스가 최고 주식편입비 80%선에서 출발해 은퇴 시점 40% 안팎으로 획일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다양한 투자성향이나 니즈에 따른 여러 스타일의 TDF가 만들어질 기회가 애초부터 사라진 셈이다. 지금이라도 이런 기계적인 규제를 풀어서 다양화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둘째, TDF의 글라이드 패스가 어떤 모델로 만들어지고 관리되는 지 공개되고 평가돼야 한다. TDF의 핵심은 글라이드 패스인데 자산운용사들은 ‘블랙박스’라며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설명력이 떨어지는 과거 수익률만 보고 TDF를 평가하는 실정이다. 관리되지 않는 글라이드 패스에 장기투자 했다가는 노후 준비에 실패할 위험이 높다.

만일 젊은 시기에는 주식시장이, 은퇴가 가까운 시기에는 채권시장이 불황이라면 해당 목표시점의 TDF에 가입한 사람들은 낮은 운용수익률에 머물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에서는 TDF의 운용목표와 장기 운용성과를 비교하며 글라이드 패스를 적극적으로 관리, 발전시키고 있다. 당장이라도 연금 수익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도입된 디폴트 옵션제도의 핵심 상품인 TDF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과 실질적인 평가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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