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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F는 예상 은퇴 시점을 목표로 주식과 채권 등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연금 전용펀드다. 젊을 때는 주식 투자 비중을 높게 유지하다가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주식 비중을 낮추고 채권 비중을 높이도록 설계돼 있다. 예상 은퇴 연령에 따라 주식 비중이 낮아지는 펀드 운용 모델이 마치 비행기의 착륙 항로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를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라고 부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TDF의 운용 규모는 2월 중순 현재 9조 2000억원 정도로 개인연금·퇴직연금 펀드(46조원)의 약 20% 비중으로 추정된다. 2016년 삼성자산운용에서 본격적인 TDF를 처음 내놓은 이후 6년 여 만에 가파르게 증가했다. 미국에서 2006년 적격 디폴트투자 상품제도 도입 이후 TDF가 본격 성장했듯이 우리나라도 디폴트옵션을 계기로 더 크게 늘어날 것이다.
TDF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첫째, 국내 TDF의 글라이드 패스를 획일적으로 만든 규제를 풀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8년 9월 적격 TDF에 한해 적립금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그런데 적격 TDF의 요건이 운용기간 내 주식 비중이 80%를 넘지 않고 은퇴 목표 시점 이후에는 4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TDF 글라이드 패스가 최고 주식편입비 80%선에서 출발해 은퇴 시점 40% 안팎으로 획일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다양한 투자성향이나 니즈에 따른 여러 스타일의 TDF가 만들어질 기회가 애초부터 사라진 셈이다. 지금이라도 이런 기계적인 규제를 풀어서 다양화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만일 젊은 시기에는 주식시장이, 은퇴가 가까운 시기에는 채권시장이 불황이라면 해당 목표시점의 TDF에 가입한 사람들은 낮은 운용수익률에 머물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에서는 TDF의 운용목표와 장기 운용성과를 비교하며 글라이드 패스를 적극적으로 관리, 발전시키고 있다. 당장이라도 연금 수익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도입된 디폴트 옵션제도의 핵심 상품인 TDF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과 실질적인 평가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