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미리보는 국민·주택은행 합병협상 쟁점

  • 등록 2000-12-30 오후 1:03:29

    수정 2000-12-30 오후 1:03:29

국민과 주택은행의 합병협상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어제(29일) 양 은행은 서강대 김병주 교수를 합병추진위원장으로 위촉했고, 김유환 상무(국민)와 김영일 부행장(주택)을 기본축으로 합추위를 구성했다. 합추위에서는 앞으로 약 6개월간 합병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토론하고 결정하게 된다. 현재 양 은행간 작성된 MOU를 감안할 때 합추위의 중요성은 어는 때보다 비중이 큰 상황이다. 신설법인을 설립한다거나 합병비율에 대한 원칙을 MOU에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합추위에서 사실상 재토론해야 한다. 따라서 이제부터가 두 은행 입장에서는 정말로 중요하다. ‘합병’이라는 ‘게임’을 해 나가면서 어차피 하나씩 주고받는 "딜"이 이뤄질 공산이 크지만, 어느 은행이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취할 것인지는 분명히 관심거리다. ◆ 점포폐쇄 및 인력감축 = 협상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으로 생각된다. 두 은행 모두 점포폐쇄 및 인력감축은 최소한으로 한다는 원칙이 마련돼 있지만 이 부분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실질적인 주도권을 쥘 수도, 노조와 또 다른 분쟁의 소지를 만들수도 있다. 따라서 아마도 가장 조심스럽게 접근할 사항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에 대해 주택은행은 비교적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고 국민은행은 자신들의 카드를 아직 노출하지 않은 상태다. 주택은행은 이미 호주 CVA라는 컨설팅 회사의 분석보고서 내용을 흘리며 향후 2년간 점포폐쇄 10%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태다. 현재 이에 대한 객관성 검증은 거치지 않았지만 국민은행은 다소 ‘글쎄’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 합병비율 = 합병비율에 대한 원칙은 이미 제시됐다. MOU에는 지난 21일을 기준일로 한 시장가격을 원칙으로 산정하되, 실사를 통해 차이가 클 경우 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은행은 ‘시장가격’에 분명한 무게를, 국민은행은 단서 조항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합병비율은 이미 지난 22일과 23일 양 은행이 거래소 공시를 통해 한차례 격돌이 이뤄졌다. 주택은행은 이 과정에서 정정공시를 낸 것과 관련, 부서간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다고 한발 빼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본심을 일부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 신설법인 설립 = 양 은행은 합병을 위해 양 은행이 공동으로 신설법인을 설립하기로 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이같은 결정이 존속법인 문제를 협의하다가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시간에 쫓긴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도 신설법인 설립에 따른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신설법인 설립 또한 단서조항이 붙어 있어 합추위에서 재논의가 가능함을 양 은행은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존속법인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합병논의는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추진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 합병은행장 = 이 문제에 대해 양 은행은 전혀 협의한 것이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계에서는 이런저런 설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MOU에서 양 은행장을 합추위 위원에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이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즉 합추위원장을 제3의 인물로 하자고 뒤늦게 제안하면서 조금은 수면아래로 가라앉은 형국이다. 현재 분위기라면 합병 실무협상을 좀 더 원활하게 풀어가고, 양 은행의 직원들을 자극할만한 사안을 조금은 외곽으로 빼놓으려고 하는 의도로도 해석되고 있다. 결국 이 문제 또한 양 은행이 합병협상 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일부에서는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10%의 점포폐쇄면 충분하다는 논리로 직원들을 설득하면서 노조에게 각서까지 써주겠다고 약속한 점에 미뤄, 합병은행장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주택은행이 CVA에 의뢰해 검토한 내용이 실현되기 위해선 김정태 행장이 주도권을 확보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하나의 설에 불과할 뿐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 김병주 합추위원장의 역할 = 김병주 합추위원장의 역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김정태 행장은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나 처음으로 합추위원장에 제3의 인물이 될 가능성을 내비치며, 그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정태 행장은 합추위원장을 "심판관"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3의 합추위원장 아이디어는 양 은행의 토론 결과는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부의 중재안을 양 은행이 수용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듯하다. 김병주 합추위원장은 그동안 부실은행 경영평가에서 나름대로 정부로부터 신뢰를 쌓았고, 이것이 인연이 돼 국민·주택은행 합병추진위원장에까지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결과적으로는 김병주 회장이 양 은행의 주주인 정부와 어떤 교감을 가지면서 합병협상과정에서의 쟁점들을 교통정리하느냐에 따라 양 은행의 합병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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