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밈' 어떤 걸 유전시킬 것인가

정덕현 문화평론가
  • 등록 2020-07-22 오전 5:00:00

    수정 2020-07-22 오전 5:00:00

최근 들어 ‘밈(Meme) 현상’이 사회·문화 전반에서 주목받고 있다. 밈은 본래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사용한 용어로 ‘신체적 유전을 넘어 종교·사상·문화 같은 정신적 사유 활동까지 유전되고 전파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본래 모방을 뜻하는 그리스어 ‘미멤(Mimeme)’에 유전
자를 뜻하는 진(gene)이 더해져 만들어진 용어이지만, 최근 인터넷 상에서 유행을 타고 멀리 퍼지는 새로운 문화 소비 현상을 일컫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그래서 이를 ‘인터넷 밈’이라고도 부른다.

비가 3년 전 발표했던 노래 ‘깡’ 신드롬이나, 온라인 ‘탑골공원’을 통해 30년 전 인물인 양준일이 다시 현재로 소환된 사례, 그리고 인터넷에서 짤방 형태로 올라와 다시 화제의 인물이 된 김영철과 김응수 같은 사례가 밈 현상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저마다 각각의 사례들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잘 들여다보면 밈 현상의 공통적 특징들이 담겨 있다.

밈 현상은 모방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원본(원 콘텐츠)이 필요하고, 그 원본을 복제하거나 모방함으로써 재현하는 과정이 더해져 있다. ‘깡’ 신드롬을 만든 건 어느 한 여고생이 올린 패러디물에서 비롯돼 댓글 놀이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콘텐츠 소비자들은 이미 지나간(심지어 망한) 콘텐츠를 가져와 패러디하거나 그들끼리의 댓글 놀이를 통해 재해석함으로써 원본을 다시 부활시켰다.

과거 ‘리베카’라는 곡으로 활동하긴 했지만 당대에는 평가받지 못했던 양준일은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탑골GD’로 재평가 받으면서 부활했다. 드라마 ‘야인시대’나 영화 ‘타짜’ 같은 지난 콘텐츠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짤(짧은 영상)이 여기저기 복제되고 확산하면서 김영철과 김응수 역시 새로운 가치가 부여됐다. 이렇게 소비자에 의해 발굴되고 그들의 복제 놀이에 의해 영향력을 갖게 된 주인공들은 모두 광고 모델이 될 정도로 업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수혜를 받는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밈 현상은 마치 지금 현재 갑자기 생겨난 트렌드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밈 현상은 본래 인터넷 같은 복제와 재창조 그리고 확산을 특징으로 하는 매체에 이미 내재되어 있던 동력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과 함께 쏟아져 나왔던 사진 패러디들이나 동영상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그리고 디시 인사이드 같은 게시판을 통한 무수한 댓글 같은 것들이 사실상 밈 현상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 이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건 이제 일상화된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영상이나 글, 사진을 게재함으로서 의견을 더하는 일이 너무나 간편해졌고, 그래서 그것이 일종의 놀이의 차원으로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제 기존 콘텐츠를 발굴해 짤 형태로 재생산하고 퍼트려 타인과 공유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게 됐다. 틱톡 같은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제작해 공유하는 동영상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이를 통해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가 놀이 형태로 밈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시대에 들어온 것이다.

그래서 ‘밈 현상’을 새삼 신기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 다만 ‘밈 현상’이 복제와 재현을 통해 재평가하고 가치를 새롭게 세우는 그 대상으로 무엇을 주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다. 그저 놀이의 형태로 즐거움을 주는 밈도 좋지만 ‘덕분에 챌린지’ 같은 좀 더 공공의 성격을 띠는 대상들을 찾아내고 주목시키는 것, 나아가 악플이나 혐오 같은 자칫 악영향으로도 드러날 수 있는 밈 현상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게 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또한 상업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조해내고 확산시키는데 밈 현상이 더 많이 거론되기를 바란다. 좋은 문화와 가치들이 밈을 통해 우리네 사회에 유전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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