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대란]②공사비 오르고, 공사 지연…부동산시장 ‘후폭풍’

원자재 급등에 ‘분양가상한제’ 효과 희석
공사 지연에 주택 공급 시계도 늦어질라
해외건설현장도 원자재 수급 불안
  • 등록 2021-06-07 오전 6:03:40

    수정 2021-06-07 오전 6:03:40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주택시장이 활황이라는데 철근 구하기가 힘들어 공사 진척이 더디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보다 더 힘들다. 공급을 빨리 못하는 건 둘째치고 공사를 언제 마칠 수 있을지, 공사비가 얼마나 더 들지 걱정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오피스텔을 짓고 있는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요새 속이 바짝 타고 있다. 다달이 철근 등 원자재를 공급받던 중간유통대리점에서 공급량은 줄이고 가격은 크게 올려서다. 이 관계자는 “내년 말 분양을 예상했는데 더 늦어질 판”이라며 “분양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철근, 시멘트 등 건축 원자재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 사태가 주택시장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건축비를 올리고, 분양가를 올리는 도미노 현상을 낳고 공급 지연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계속되는 집값 상승 속에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주택공급 확대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성동구 아파트(위쪽) 일대.(사진=연합뉴스)
원자재 급등에 ‘분상제’ 효과 희석…공급 지연 우려

6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121.8이던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3월 125.93까지 상승했다.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비 등 직접공사비가 크게 올랐다는 의미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7대 제강사 철근(D10㎜)의 유통가격은 t당 135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5개월 전 대비 2배 가량 상승한 가격이다. 시멘트를 만드는 데 쓰이는 유연탄 가격도 뛰고 있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제 유연탄 가격은 t당 160달러를 넘어섰으며, 지난해 12월 t당 90달러에 비하면 올해 들어서만 무려 80% 정도 급등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중국은 철근 수출을 사실상 멈췄고, 국내에선 제철업계가 생산량을 줄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전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등이 산업재해 사고로 인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주택 분양가 상승이 예견되고 있다.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기 위해 현 정부에서 부활시킨 ‘분양가상한제’부터 힘이 빠질 것이란 관측이다. 분양가상한제는 미리 정한 기본형 건축비에 택지비와 시공사의 적정이익을 더한 뒤 그 이하로 아파트를 분양하는 제도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기본형 건축비는 일반적으로 물가변동을 반영해 산정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자연스럽게 오를 수밖에 없다”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는 서울 등지의 아파트 분양가격이 영향권”이라고 했다.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선분양 아닌 후분양으로 돌아설 아파트사업장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고스란히 반영될 전망이다. 후분양제도는 골조 공사를 90% 이상 마무리 짓고 최종 공사비 등을 계산해 분양가를 산정한다. 분양 물량이 4000가구에 달하는 부산 동래구 온천4구역 등에서 현재 후분양을 검토 중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선분양보다 후분양이 분양가를 높일 수 있는 방식이라 저울질하는 곳들이 있는데 후분양하면 원자재 상승에 따라 공사비가 늘어 분양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며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들도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주택 공급 시간표 역시 늦어질 공산이 크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4월에만 철근이 없어 멈춰선 건설현장이 전국 43곳으로, 이후로도 계속 늘고 있단 게 업계 전언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계속되는 수급 불안정은 2025년까지 8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한 정부 구상에도 차질을 주고 부동산가격 불안정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사진=뉴시스 제공)
해외건설현장도 원자재 수급 불안…모니터링 강화

국제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에 해외건설 현장도 긴장하고 있다. 철근 원재료인 철 스크랩 가격이 급등하면서 철근 품귀현상은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서다. 해외 사업장을 둔 한 건설사는 “과거 플랜트 현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자재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납기가 한 달 정도 지연된 경험이 있다”며 “글로벌 수급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공기 지연을 요청해야 할지, 납품업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건설협회에서도 해외 현장을 모니터링 중이다. 자재가 건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다 특수 자재의 경우 수급 불안의 상황이 공사 진행에 민감하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자재조달 지연과 가격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건설사들 역시 대체 조달처를 발굴하고 대응하려는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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