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돈을 굴려주겠다”

외국계 펀드운용사 국내 진출 잇따라…4년반 만에 시장점유율 3배 높여
  • 등록 2006-06-10 오후 3:18:55

    수정 2006-06-10 오후 3:18:55

[조선일보 제공] 외국계 펀드 운용회사들이 “한국인의 돈을 굴려주겠다”며 한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세계 20여개 나라에서 6140억달러(580조원)의 고객 자금을 굴리는 스위스의 자산운용회사 UBS는 국내 펀드 수탁고 1위인 대한투신운용의 지분 참여를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투신운용은 작년 4월 하나은행이 인수한 대한투자증권의 100% 자회사다. UBS의 지분 참여 비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UBS가 대투운용의 지분 51%를 확보해서 경영권까지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UBS가 대투운용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국내 48개 자산운용사 중에서 외국계가 지분을 50% 이상 확보한 자산운용사는 12개에서 13개로 늘어난다. 또 230여조원의 국내 펀드 자금 중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굴리는 돈의 비중은 현재의 18%에서 27%로 급증하게 된다. 대투운용이 굴리는 자금은 21조원으로 전체 펀드 자금 중 9%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스위스계 금융회사인 크레디스위스(CS)가 작년 자산운용 부문의 서울사무소를 낸 데 이어, 올해 4월 우리금융그룹의 펀드 운용회사인 우리자산운용의 지분 30%를 인수키로 했다. 우리자산운용은 CS의 지분 참여를 계기로 ‘우리CS자산운용’으로 이름도 바꿀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12월 네덜란드계 금융회사인 ABN암로가 자산운용 부문의 서울사무소를 개설하고 현재 독자적인 자산운용사나 합작사 설립, 국내사 인수 등을 타진 중이다. 미국계인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이나 라자드 등도 작년에 서울에 사무소를 열었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경우 국내에 법인은 없지만 본사의 펀드를 국민은행·대한투자증권 등 10개 은행·증권사를 통해서 판매하고 있다.

2004년 현대투신운용을 인수해 푸르덴셜 자산운용으로 이름을 바꾼 미국의 푸르덴셜 금융그룹은 올해 초 푸르덴셜 자산운용의 아시아 지역본부를 한국에 설치했다. 크리스토퍼 쿠퍼 푸르덴셜 금융 국제투자부문 아시아총괄본부 사장은 올해 초 “추가적인 국내 자산운용사의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금융 그룹인 ING나 미국의 JP모건은 국내에 독자적인 자산운용사를 세우기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는 작년 2월 100% 자회사로 한국 법인을 세웠고, 신문·방송을 통한 이름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6월 1일 한국씨티은행이 개최한 투자박람회에 참가한 9개의 운용사 중 7개는 피델리티, 얼라이언스 번스타인, 슈로더 등 외국계 자산운용사였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운용사의 시장점유율은 2001년 말 155조원의 펀드 자금 중 5.8%인 9조원에 불과했으나 지난 5월 26일 현재 42조4000여억원(17.9%)으로 4.7배가 늘었다. 외국계 운용사가 굴리는 자금의 규모는 2002년 말 12조원을 기록하면서 10조원을 넘어섰고, 푸르덴셜 금융그룹이 푸르덴셜 자산운용을 인수한 2004년 30조원대로 급증했다. 푸르덴셜 자산운용의 펀드 자금은 2004년 12조6000억원에 달했다. 작년 피델리티, 기은SG자산운용, 맥쿼리신한 등 신규로 3개의 외국계 운용사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외국계 운용사가 굴리는 펀드 규모는 작년 말 40조원을 돌파했다. 외국계 운용사의 숫자도 2001년 7개에서 작년 12개로 늘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 5월 1일 “한국의 펀드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만약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글로벌 자산운용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는 세계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외국계 운용사가 한국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한국에서 부(富)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규제 완화로 다양한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에반 헤일 피델리티 코리아 사장은 “한국의 자산운용 시장은 아직 경제 규모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투자 자금이 늘고 있고 규제 완화도 진행되고 있어 향후 5년 동안 한국의 자산운용 시장이 매우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자산운용 시장은 2010년이면 현재(230조원)의 2배가 넘는 492조원으로 성장하게 된다. 2010년 1106조원, 2020년 2042조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예상하고 있다.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은퇴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20~64세의 가장이 펀드·기업연금 등 금융자산에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사회가 성숙하면서 투자 기회가 줄어드는 부동산이 투자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논리도 바탕에 깔고 있다. 한국인의 개인 자산 중 금융자산의 비중은 17% 정도로 미국의 47%에 비해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늘어날 여지도 많다는 것이다.

국내의 펀드 투자가 늘면서 분산 투자의 한 방편으로 해외펀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것도 외국계 운용사가 한국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국내에서 운용하는 해외펀드의 판매액은 9조611억원으로 작년 말(4조4565억원)에 비해 무려 103%나 늘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운용사는 본사의 펀드 매니저들이 만들어 놓은 포트폴리오를 실시간으로 가지고 와서 같은 비율로 투자한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 국내외 운용사를 막론하고 국내에서 해외투자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외국계인 슈로더로, 5월 30일 현재 1조1185억원을 판매해 12.3%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외국계 운용사 본사에서 운용하는 펀드(해외 역외펀드)를 직접 가져다가 파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1만6000여개의 해외 역외펀드 중 250여개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판매액은 작년 말 현재 6조1252억원으로 2004년 말(3조8646억원)에 비해 65%가 증가했다. 종류별로는 피델리티가 56개로 가장 많았으며 메릴린치(47개), 슈로더(40개), 템플턴(23개)이 그 뒤를 이었다.

정부가 “동북아 금융 허브로 도약하겠다”며 자산운용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작년 6월 정부는 ‘2015년까지 한국을 동북아 금융 허브로 만들겠다’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의 핵심은 자산운용업, 투자은행, 사모펀드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으로 앞으로 10년 안에 세계 50대 자산운용사 중 20개를 국내에 유치하겠다는 게 목표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운용사 중에는 푸르덴셜 자산운용이 10조원의 고객 자금을 운용하고 있어 규모 면에선 가장 크다. 그 다음은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지분의 87%를 투자한 랜드마크 자산운용으로 9조원을 운용하고 있다. 랜드마크는 2003년 국내에서 적립식 펀드 붐을 몰고 온 ‘1억 만들기 펀드’ 시리즈를 내놓아 화제가 됐던 회사다. 두 회사 모두 국내의 운용사 순위로는 10위권 안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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