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경제학]③경기 살아나는데 애매해진 '장미 추경'

기재부 "경제성장률 올라..추경 필요성 無"
文측 "속단 일러…10조 일자리·자영업 추경"
트럼프·北리스크, 야당 변수…安 "추경 반대"
  • 등록 2017-05-01 오전 5:20:33

    수정 2017-05-01 오전 5:20:33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대선 이후 수조원의 돈을 풀어 경기침체를 막겠다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이 힘들어질 전망이다. 최근 잇따라 경제지표가 좋아지면서 법적 요건을 맞추기 힘들고 나랏빚만 늘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자영업 침체 등 경기 상황을 안심할 수 없는 데다 ‘트럼프 리스크’도 있어 추경 편성 주장도 여전하다. 추경 공약이 여야가 부딪히는 차기 정부 첫 경제정책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기재부 “경기 살아나 추경 편성 필요성 無”

출처=각 기관 종합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30일 통화에서 “변수가 많기 때문에 향후에 종합적으로 추경 편성 여부를 봐야 한다”면서도 “지금 단계로서는 추경을 편성할 큰 필요성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2.6%로 예상했는데 이보다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며 추경 편성 필요성을 낮게 봤다.

추경은 예산안을 확정한 이후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이미 편성된 예산에 변경을 가하는 것이다. 국가재정법(89조1항)에 따르면 추경 편성 요건인 ‘부득이한 사유’를 △경기 침체 △대량 실업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대내외 여건에 대한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는 상황으로 한정했다.

그동안 나랏빚인 국채를 발행해 추경 재원을 조달해왔기 때문에 국회 통과 과정에서 야당의 반발이 거셌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는 출범 첫해에 7조5000억원(2003년·참여정부), 4조6000억원(2008년·이명박정부), 17조3000억원(2013년·박근혜정부)의 추경을 편성했다. 이번에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집권 후 즉각적으로 10조원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재정당국인 기재부는 추경 편성에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경기 침체’, ‘대량실업’ 등의 추경 요건을 충족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이 지난 27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1분기 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9%, 전년 동기 대비 2.7%로 지난해 2분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이 5개월 연속 늘어난 영향이 컸다. 통계청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전체 취업자 수는 2626만7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6만6000명 늘어 1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고용률(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도 60.2%로 3월 기준으로는 1997년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였다.

게다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잇따라 오름세다. 지난 3월 한국경제연구원은 2.1%에서 2.5%로 0.4%포인트 높였다. 한은도 올해 전망치를 2.5%에서 2.6%로 0.1%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과 LG경제연구원은 나란히 2.6%, 국제통화기금(IMF)은 2.7%, 한국금융연구원은 2.8%로 올렸다. 이에 따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빚내는 추경’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文 “영세서민·자영업자 위한 추경”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사진 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문재인 후보 측 생각은 달랐다. 문 캠프 측 김광두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은 통화에서 “한두달 경제지표만 봐서 속단하기엔 이르다”며 추경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살아나는 반도체·석유화학·정유 분야는 국내 파급효과가 굉장히 낮다”며 “제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영세서민, 자영업자를 염두에 놓고 추경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2009년 당시에도 ‘민생안정을 위한 일자리 추경’ 취지로 중소기업, 자영업자 금융지원 등이 포함됐다.

또 트럼프 리스크가 ‘대내외 여건에 대한 중대한 변화’라는 추경 요건을 충족시킬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해 “재협상하거나 종료할 것(renegotiate that deal or terminate it)”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으로 향후 5년간 최대 170억달러(약 19조4000억원)의 수출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KDI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거나 북한 관련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경기가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을 보면서 추경 편성 요건을 충족하면 편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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