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앞서 우리는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Bitcoin)과 이에 대항해 나온 알트코인(Altcoin)을 비교해서 살펴봤습니다. 비트코인이나 알트코인들은 하나의 코인들이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 하나의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암호화폐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이 화폐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얘깁니다.
일단 어떤 암호화폐를 개발한 사람이라면 미리 일정량을 채굴(pre-mining)하거나 채굴 코드를 개발해 비공개로, 독점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일반 참여자들에 비해 이점을 가지고 채굴하거나 또는 그외 여러 방법으로 코인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후 코인을 시장에 공개해 시세를 조성하게 되는 거구요. 이렇게 암호화폐 거래소나 OTC마켓(장외시장)을 통해 일단 시장가격이 형성되면 개발자는 자신이 보유한 코인을 팔아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렇게 자신의 암호화폐가 거래되는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 끌어 올려야만 개발자의 수익모델이 보장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유인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나 이 것 만으로는 초기 개발자금을 확보하기 충분치 않은 것이 사실이며 제대로 된 성과도 보이지 못한 채 마케팅만으로 코인 가격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최초의 ICO는 지난 2013년에 있었던 마스터코인(Mastercoin)이었습니다. 당시 자신들의 코인을 찍어 500만달러 어치 비트코인을 조달했습니다. 그 후 2014년에는 이더리움이, 2016년에 러시아 암호화폐 거래플랫폼업체인 웨이브스(Waves)가 ICO를 통해 각각 1800만달러, 1600만달러 어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이더리움을 예를 들어 보면, 지난 2014년 ICO 당시 코인 하나당 0.3~0.4달러에 팔렸습니다. 다음 해인 2015년 7월에 이더리움이 구상하는 주된 플랫폼이 공개됐고 이를 계기로 단숨에 가격이 19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현재 920달러를 훌쩍 넘어선 이더리움 가격을 감안하면 ICO 이후 4년도 채 안돼 ICO 투자수익률은 단순 계산으로도 무려 2300%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성공 사례 덕에 ICO는 암호화폐 관련 프로젝트를 가장 빨리 출범시킬 수 있는 효율적 방식으로 자리 잡았고 이를 통해 향후 내놓을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요를 확보할 수도 있다는 부가적인 혜택까지 누리게 됐습니다. 실제 ICO 분석업체인 ICODATA.IO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한 해동안 9400만달러 남짓했던 글로벌 ICO 규모는 지난해 60억8865만달러(원화 약 6조5971억원)로 무려 65배나 급증했습니다. 올 1월에도 한 달간 12억달러가 넘는 ICO가 이뤄졌지만 2월 들어 각국 규제 움직임과 코인 가격 하락 탓에 4억8186만달러로 급감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결정적 차이는 IPO가 정부당국 등에 의해 규제를 받는 반면 ICO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IPO 이후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회사 정보를 공유해야 하며 엄청난 규모의 유가증권신고서 등을 발부해야 합니다. 컴플라이언스 의무도 강화됩니다. 반면 ICO는 정부 규제를 거의 받지 않고 있습니다. 특정 거래소나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으지만 사전에 준비해야할 문서작업이 별로 없고 추가적인 통제도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많은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는 기회인 동시에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ICO 당시 내세웠던 전략이 실패할 수도 있구요, 최종 결과물이 아예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ICO는 투자 수익 자체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위험요인이 크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학습을 통해 투자여부를 판단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