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암호화폐 읽기]<14>암호화폐공개(ICO), 쑥쑥 커가는 알트코인

코인 찍어 불특정 다수 자금 조달…비즈니스모델 化
2013년 마스터코인 첫 사례…작년 한해만 6.6兆 육박
IPO와 달리 지분율 없고 당국 규제도 없어…투자 신중
  • 등록 2018-02-21 오전 6:35:52

    수정 2018-02-21 오전 7:12:30

ICO를 통해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을 지난 2016년 1월부터 이달까지 월별로 나타낸 표. 지난해말 한 달에 최대 17억달러 가까이 급증했던 ICO는 올들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데이터=ICODATA.IO)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앞서 우리는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Bitcoin)과 이에 대항해 나온 알트코인(Altcoin)을 비교해서 살펴봤습니다. 비트코인이나 알트코인들은 하나의 코인들이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 하나의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암호화폐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이 화폐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얘깁니다.

일단 어떤 암호화폐를 개발한 사람이라면 미리 일정량을 채굴(pre-mining)하거나 채굴 코드를 개발해 비공개로, 독점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일반 참여자들에 비해 이점을 가지고 채굴하거나 또는 그외 여러 방법으로 코인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후 코인을 시장에 공개해 시세를 조성하게 되는 거구요. 이렇게 암호화폐 거래소나 OTC마켓(장외시장)을 통해 일단 시장가격이 형성되면 개발자는 자신이 보유한 코인을 팔아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렇게 자신의 암호화폐가 거래되는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 끌어 올려야만 개발자의 수익모델이 보장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유인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나 이 것 만으로는 초기 개발자금을 확보하기 충분치 않은 것이 사실이며 제대로 된 성과도 보이지 못한 채 마케팅만으로 코인 가격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암호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업공개(IPO·주식시장 상장)와 유사한 ICO는 불특정 다수에게 프로젝트의 지분인 코인을 공개적으로 판매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코인 개발자 또는 개발을 담당하는 재단 등에서 일부 코인을 소유하면서 그 나머지를 대중에게 판매하는 겁니다. 이렇다보니 최초 발행되는 코인 가격은 개발자가 정하게 되구요, 이 코인의 프로젝트가 백서(White paper)에서 제시한 비전과 초기 코인 가격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코인을 구매하고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자금을 제공하게 되는 방식이죠. 개발자는 ICO를 통해 확보한 목돈으로 프로젝트 개발을 진행하구요, 자신도 해당 코인을 일정 규모로 보유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갖게 되는 겁니다. 대중을 상대로 암호화폐를 찍어 조달한 자금은 비트코인과 바꾸거나 법정화폐로 교환해 투자에 쓰이게 됩니다. 이 ICO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업계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개념으로, 새로운 암호화폐를 개발한 뒤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고 해서 일종의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ICO를 크라우드세일(crowdsale)이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최초의 ICO는 지난 2013년에 있었던 마스터코인(Mastercoin)이었습니다. 당시 자신들의 코인을 찍어 500만달러 어치 비트코인을 조달했습니다. 그 후 2014년에는 이더리움이, 2016년에 러시아 암호화폐 거래플랫폼업체인 웨이브스(Waves)가 ICO를 통해 각각 1800만달러, 1600만달러 어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이더리움을 예를 들어 보면, 지난 2014년 ICO 당시 코인 하나당 0.3~0.4달러에 팔렸습니다. 다음 해인 2015년 7월에 이더리움이 구상하는 주된 플랫폼이 공개됐고 이를 계기로 단숨에 가격이 19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현재 920달러를 훌쩍 넘어선 이더리움 가격을 감안하면 ICO 이후 4년도 채 안돼 ICO 투자수익률은 단순 계산으로도 무려 2300%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성공 사례 덕에 ICO는 암호화폐 관련 프로젝트를 가장 빨리 출범시킬 수 있는 효율적 방식으로 자리 잡았고 이를 통해 향후 내놓을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요를 확보할 수도 있다는 부가적인 혜택까지 누리게 됐습니다. 실제 ICO 분석업체인 ICODATA.IO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한 해동안 9400만달러 남짓했던 글로벌 ICO 규모는 지난해 60억8865만달러(원화 약 6조5971억원)로 무려 65배나 급증했습니다. 올 1월에도 한 달간 12억달러가 넘는 ICO가 이뤄졌지만 2월 들어 각국 규제 움직임과 코인 가격 하락 탓에 4억8186만달러로 급감했습니다.

물론 ICO가 이렇게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투자에는 조심해야할 필요는 있습니다. 무엇보다 ICO가 IPO와 거의 유사한 개념이지만 몇 가지 차이는 있다는 점 때문인데요, 우선 IPO에서는 회사 주식을 발행해 각 투자자들이 회사 주식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 지분율로 보여주는데요. ICO에서는 반드시 그렇지 않습니다. ICO에서 더 많은 코인을 살수록 프로젝트에서 더 많은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사용자에게 송금하거나 다른 암호화폐와 교환할 수 있는 화폐 용도로 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결정적 차이는 IPO가 정부당국 등에 의해 규제를 받는 반면 ICO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IPO 이후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회사 정보를 공유해야 하며 엄청난 규모의 유가증권신고서 등을 발부해야 합니다. 컴플라이언스 의무도 강화됩니다. 반면 ICO는 정부 규제를 거의 받지 않고 있습니다. 특정 거래소나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으지만 사전에 준비해야할 문서작업이 별로 없고 추가적인 통제도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많은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는 기회인 동시에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ICO 당시 내세웠던 전략이 실패할 수도 있구요, 최종 결과물이 아예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ICO는 투자 수익 자체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위험요인이 크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학습을 통해 투자여부를 판단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우리 엄마 맞아?
  • 토마토에 파묻혀
  • 개더워..고마워요, 주인님!
  • 공중부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