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의 소행성]문스와치, 명품-패션시계 경계 허문 '별종'일까

③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 '후광 효과'
  • 등록 2022-04-09 오전 11:00:00

    수정 2022-04-09 오전 11:00:00

소행성 B612에서 온 어린 왕자가 물었습니다. “길들인다는 게 뭐지?” 여우가 말했습니다.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인간은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하며 수많은 관계를 만들어 갑니다. 교과서에 따르면 가계는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고 기업은 생산을 한다는데 현실은 경계 없이 서로 복잡하게 뒤섞이죠. 소비자들에겐 선택의 권리가 있는 만큼 ‘소비자 행동’은 단순하게 길들일 순 없지만 이면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소비자 행동 특성에 관한 소소한 리포트와 취재 뒷이야기를 <소행성>이 전합니다.

▲스위스 스와치그룹 시계 브랜드 오메가X스와치 협업 ‘문스와치’ 컬렉션.(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오늘날 손목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보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디자인과 무브먼트(시계 내부 중추적 장치) 기술 등에 따라 저가 보급형부터 하이엔드(high-end)급 명품시계까지 종류와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누군가에게는 업무를 위해 매일 차야 하는 용품 혹은 데일리 패션 아이템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과시 혹은 소장을 위한 사치품이 되기도 한다. 시계는 남자의 ‘3대 로망’ 혹은 ‘3대 액세서리’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군대에서 한 번쯤은 차봤을 저렴하지만 튼튼한 전자시계의 양대 산맥 ‘돌핀’(DOLPHIN)과 ‘카시오’(CASIO)는 요즘 ‘멋 좀 아는’ MZ세대 사이에서 패션시계가 되기도 한다. 예전이라면 인생에 한 번 고가 예물 시계로 큰맘 먹고 지르는 대중적 명품 시계의 대명사 ‘롤렉스’(ROLEX)와 ‘오메가’(OMEGA)는 젊은 세대의 ‘플렉스’(Flex·재력 과시) 소비문화와 만나 요즘 없어서 못 사고 심지어 중고 리셀(re-sell·되팔기)로 웃돈까지 붙을 정도다.(이보다 윗급인 초고가 하이엔드 명품 시계와 리미티드 에디션은 말할 것도 없다.)

싼 맛에 내 취향껏 차는 패션 시계와, 비싸지만 웃돈을 줘서라도 자기만족을 위해 손에 넣는 명품 시계. 그렇게 양분된 시계 시장에 갑자기 등장한 ‘별종’으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예로부터 시계로 유명한 스위스의 스와치그룹 산하 브랜드 오메가와 스와치(Swatch)가 처음 협업해 선보인 ‘문스와치’(MoonSwatch)가 주인공이다.

문스와치는 크게 패션 시계와 명품 시계로 나눠진 시계 시장의 벽을 보란듯이 깨뜨리고 휘저으면서 양쪽 애호가들의 관심이 한꺼번에 쏠렸다. 지난달 26일 전 세계 동시 출시와 함께 국내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오픈런’(open-run·판매 시작과 동시에 달려가 구매하는 것)까지 벌어지며 현재 없어서 못 파는 ‘품귀’ 현상을 이어가고 있다. 양 시장 주 소비층이 너 나 할 것 없이 한데 몰리며 수요가 ‘묻고 더블’이 되면서다.

이렇듯 문스와치가 양쪽 수요를 모두 흡수하면서 ‘품절템’이 된 데에는 먼저 ‘고가 명품’과 ‘중저가 패션’ 사이 벽을 허물고 손잡은 과감한 시도가 꼽힌다. 기본적으로 문스와치는 중저가 패션 시계 브랜드로 유명한 스와치가 만든 패션 시계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하지만 명품 시계 브랜드 오메가의 ‘부내’(부티) 나는 디자인과 이미지를 입었다.

문스와치는 1969년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딛을 때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이 착용해 일명 ‘문워치’로 불리는 오메가의 인기 모델 ‘스피드마스터’(Speedmaste)를 오마주(hommage·존경의 모방)했다. 비슷한 디자인에 시계판에 떡하니 ‘OMEGA’ 로고가 새겨져 있다. 그런데 판매 가격은 33만1000원으로, 600만~700만원대 오메가 문워치 대비 약 2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브랜드 로열티(충성도)가 높은 ‘오메가 찐팬’ 입장에서는 다소 언짢을 수도 있지만, 오메가와 스와치는 대중성을 위한 과감한 콜래보레이션을 선택했다. 결과는 성공적인가 보다. 부담이 덜한 가격으로 예쁘고 폼나는 오메가 시계를 찼다는 심리적 만족감이 월등히 높으면서 가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렸다.

스와치가 문스와치를 꾸준히 생산·공급한다고 공지했듯 리미티드 에디션(한정판)이 아닌데도 각종 중고거래 커뮤니티에서 정가 대비 2~3배 이상 가격으로 사고 싶다는 글과, 많게는 580만원에 되판다는 거래글이 이어지고 있다. 남들보다 먼저 손에 넣고 과시하고 싶은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와치에서 출시한 의도대로 문스와치는 어디까지나 데일리 패션 시계다.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가 주는 ‘후광’이 분명 있지만 적정 가격선 또한 있다.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 뿐만 아니라 시계의 근간인 무브먼트에 집약된 기술 등 다양한 요소의 완성도 모여 하나의 명품 시계를 만든다. 시장 논리에 따라 제조·판매사가 책정한 판매가는 이러한 값어치를 반영한다. 하지만 ‘선 넘는’ 일부 리셀 가격과 행위는 건전한 시장의 기능을 교란시킬 수 있다. 합리적 경제 주체라면 이성적 판단으로 정도를 지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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