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대형마트는 소비자에게 ‘물건이 싸다’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지난해부터 ‘할인점’ 대신 ‘대형마트’라는 단어가 공식 용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할인점이라는 개념이 소비자에게 더 친숙합니다. 그런데 요즘 대형마트들이 ‘고급 할인점’ 마케팅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문을 연 홈플러스 잠실점에는 와인바와 미술 갤러리, 피트니스클럽, 사우나가 있습니다. 백화점과 호텔에나 있을 법한 시설들이 대형마트에 들어간 것이지요.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강화하며 고급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도 서울 하월곡동 주상복합 건물에 고급 대형마트를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통업체들은 ‘싼 물건을 더 고급스러운 환경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습니다만, 사실 ‘고급 할인점’은 마치 ‘동그란 네모’처럼 형용모순(形容矛盾)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급이면서도 저렴하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요.
유통단계의 축소, 대량구매·대량판매로 인한 가격 할인, 상품 선택의 전문성 등을 내세우더라도 분명 한계는 있습니다. 그런데도 ‘고급 할인점’ 경쟁이 불붙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할인점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비록 값싼 물건을 쇼핑하더라도 쾌적한 환경과 백화점 수준의 서비스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 사람들은 이런 소비 행태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미국 등 외국의 대형마트는 창고처럼 휑한 분위기에 대량 묶음의 상품들이 값싼 가격표를 달고 진열돼 있는 게 전통적인 모습입니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 대형마트도 대부분 이런 형태로 매장을 꾸몄지요. 하지만 결국 주부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지 못했고, 대부분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소비자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쇼핑을 즐기게 된 건 분명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매장 꾸미는 데 들어간 돈은 결국 상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밑지고 물건을 파는 장사꾼은 없는 법이지요. 소비자들도 대형마트에 대한 인식을 바꿔, 쾌적한 쇼핑 환경에 합당한 값을 치르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