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1초에 7개 팔리는 '윌'…'노벨상 발효유' 마신다

한국야쿠르트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5년간 100억 투자한 최초 '위 건강' 발효유
일 평균 60만병, 20년 간 누적 43억병 팔려
'헬리코박터균' 마셜 박사 모델 영입해 신뢰↑
  • 등록 2021-03-25 오전 5:00:00

    수정 2021-03-25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용변을 잘 못 보거나 지나치게 자주 보는 속이 불편한 주변 사람들을 보면 누구나 으레 하는 말이 있다.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좀 챙겨 먹어.”

장(腸)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고 하면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가 풍부하다고 알려진 발효유 ‘요구르트’가 우선 떠오른다. 위(胃) 건강 하면 프로바이오틱스 발효유 ‘윌’이 꼽힌다. 모두 발효유 전문 식품 기업 한국야쿠르트가 개척하고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발효유 시장 브랜드들이다.

위 건강 기능 식품 프로바이오틱스 발효유 음료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사진=한국야쿠르트 제공)
최초 위 건강 발효유 ‘윌’…일 평균 60만병, 누적 43억병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000년 9월 위 건강 기능 식품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이하 윌)’을 처음 선보였다. 1995년 ‘한국형 유산균’을 개발한 이후 기존 장 건강 중심이었던 발효유 시장 구조를 다른 기능성 발효유 영역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한국야쿠르트는 자체 기술로 약 5년에 걸쳐 100억원이 넘는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발효유 제조 기술 특허를 받고 국내 최초 위 건강 발효유 ‘윌’을 출시했다.

위 건강 발효유 시장 첫 개척을 두고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린 적도 있었다. 동네에서 판매를 담당하는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프레시 매니저)는 다른 제품보다 높은 가격대인 윌의 판매를 걱정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윌은 출시 보름 만에 하루 평균 30만개가 팔려나가는 등 소비자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당시 한국야쿠르트 공장의 하루 생산능력이 15만개인 상황에서, 공장을 24시간 풀 가동해도 물밀듯이 몰리는 수요에 비해 제품은 턱없이 부족했다. 출시 한 달이 지나자 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위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짚었다는 평가가 따랐다.

윌은 첫 출시 5개월 동안 누적 4600만병, 출시 1년 만에 1억 6000만병 판매를 돌파했다. 윌 판매량은 꾸준히 늘면서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판매량 약 43억병을 기록했다. 연간 2억병 이상, 하루 평균 60만병, 1초당 7개 꼴로 팔려나간 셈이다. 개당 11.8cm 길이의 포장 용기를 세로로 이으면 달까지 닿을 수 있고, 지구는 12바퀴 이상 돌 수 있는 길이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처럼 윌이 꾸준히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최초의 기능성 발효유와 시장점유율 1위 타이틀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는 제품 개선을 통해 혁신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윌은 출시 이래 지난해까지 20년 동안 유산균 강화, 성분 추가, 맛 개선, 당·지방 함량 저감 등 꾸준히 제품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현재 시판 중인 윌은 자체 개발 특허 유산균 HP7(헬리코박터 프로젝트 7) 함량을 기존 대비 20배 높이고 20주년 기념 패키지를 적용한 ‘9세대’ 제품이다.

헬리코박터균 억제 ‘차조기’ 찾아라…“생선 아닙니다”

윌은 한국인 50% 이상, 성인 70% 이상이 보균자지만 그간 생소했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 이하 헬리코박터균)을 대중에게 알린 제품이기도 하다.

헬리코박터균은 호주 병리학자 워런과 마셜 박사에 의해 처음 발견된 균으로 위장 점막에 서식하는 매우 작은 나선 모양의 균이다. 이 균은 위 점막의 점액층인 상피세포 표면에 붙어 독소를 배출해 기생하는 부위의 위세포를 손상시킨다. 위염이나 위·십이지장궤양, 위암 등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지목받는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1급 발암인자다.

연구 초기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는 위 건강을 위한 윌에 사용할 유산균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명칭도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이라고 붙었다.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할 수 있으면서도 안전성을 고려한 천연 소재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한국야쿠르트 연구원들은 217개 균주를 1차 선발하고 이 중 헬리코박터균 증식과 위내 부착성 억제 효과가 가장 뛰어난 2개 균주를 최종 선발했다. 유아와 성인의 분변에서 추출한 ‘한국형 유산균’이기 때문에 인체 내 활성이 매우 뛰어났다.

천연물에서도 증식 억제물질을 찾았다. 61종 후보 물질 중 시행착오 끝에 선발한 것이 바로 ‘차조기(소엽)’.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은 차조기 성분 추출과 제품화를 시도하던 당시 실험실이 오랜 기간 각종 한약재와 약 달이는 냄새로 뒤덮여 흡사 ‘한약방’과 같았다고 회상한다.

물을 끓여서 유효 성분을 추출하는 ‘열수추출법’으로 차조기의 엑기스만 추출해 제품에 첨가했다. 이렇게 위장 내 헬리코박터균 억제에 도움을 주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발효유 윌이 탄생했다.

지난 2000년 9월 첫 출시 당시 ‘윌’ 제품 모습.(사진=한국야쿠르트 제공)
제품화에 성공하고 윌 판매가 시작되자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에는 다음과 같은 소비자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는 에피소드도 전한다. “차조기는 어느 나라 생선인가요?”

차조기의 명칭이 흡사 참조기, 백조기 등 일반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생선 명칭과 비슷해서다. 소엽이라고도 불리는 차조기는 들깨와 닮은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꿀풀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조선시대 의서 ‘동의보감’에 따르면 차조기는 발한, 진해, 해열, 지열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윌’ 마셜 박사, 노벨의학상으로 ‘노벨상 발효유’ 별칭

위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부원료도 인기 비결이다. 윌은 면역력 증진을 위해 항체를 함유한 난황을 특별한 기술로 가공해 사용했다. 난황은 헬리코박터균을 닭에 주입하면 모자 보호 본능으로 달걀 노른자에 항체가 생기는 기전이다.

문제는 맛이었다. 기능성을 생각해 여러 부원료를 첨가했더니 특유의 씁쓸한 맛이 강해졌다. 세간에 ‘몸에 좋은 것이 입에 쓰다’는 말이 있다고는 하지만, 상품성과 대중성을 위해서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원유(原乳) 함유 비중이 높아 텁텁한 끝 맛도 개선해야 했다.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는 각종 과일과 채소 등 소재를 가리지 않고 맛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배합을 반복했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매실과 배과즙 조합을 첨가해 누구라도 먹기 편한 지금의 상큼하면서도 달달한 맛을 만들어 냈다.

윌의 빠른 대중화에는 노벨(Nobel)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호주 병리학자 베리 마셜(Barry J. Marshall) 박사의 역할도 있었다.

한국야쿠르트는 윌 출시 후 인지도와 신뢰성 제고를 위한 제품 모델을 찾던 중 마셜 박사를 적임자로 낙점했다. 마셜 박사는 호주 헬리코박터파일로리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헬리코박터균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배양에 성공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출시 이듬해인 지난 2001년 한국야쿠르트 광고팀은 섭외를 위해 호주로 가서 마셜 박사를 만나 유산균을 이용한 윌 제품의 헬리코박터균 억제와 임상실험 결과치를 설명했다. 마셜 박사는 광고 모델 출연료는 재단 운영 기금으로 활용하겠다며 선뜻 응했다.

마셜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TV CF는 2001년 5월 첫 방영됐고, 윌의 효능이 효과적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매출 신장을 끌어올렸다.

이후 마셜 박사의 연구는 헬리코박터균이 위산 때문에 위 안에서 서식할 수 없다는 당시 학계의 지배적 의견을 뒤집고, 2005년 10월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윌은 ‘노벨상 발효유’라는 별칭을 얻으며 급격한 성장세를 그렸다. 2000년 9월 출시 이후 2005년 5월까지 누적 10억개 판매가 이뤄지면서, 식품 업계 내 ‘1000원짜리’ 단일 제품으로 매출 1조원을 기록한 ‘빅히트’ 제품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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