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쪽지예산’은 세금 갉아먹는 범죄다

  • 등록 2016-12-05 오전 6:00:00

    수정 2016-12-05 오전 6:00:00

무려 400조원이 넘는 내년도 예산안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확산되면서 정치권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문제에 정신이 팔린 상태에서 제대로 심사가 이뤄졌는지부터 지레 걱정된다. 예년 같으면 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항목별 내역에 대한 심층 논란이 벌어졌으나 이번에는 그런 절차가 거의 생략된 채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의원들의 민원성 요구가 예산에 적잖이 반영됐다는 사실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른바 ‘쪽지예산’의 폐해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민원성 예산이 불법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됐을 정도다. 정치권에서 쪽지예산을 없애겠다는 약속이 제기된 것이 그런 배경이다. 이러한 다짐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예산 청탁 사례가 어김없이 반복됐다는 얘기다.

그 액수부터가 결코 만만치 않다. 예결위 증액심사 과정에서 지역구 민원으로 올라온 사업만 해도 모두 4000여건에 40조원 규모에 이르렀다는 소식이다. 국정농단 사태의 와중에서 예산심의에 대한 공론화가 소홀한 틈을 노려 예산 청탁이 여과없이 반영된 것이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상황에서 의원들은 수월하게 지역구 민원을 해결한 셈이다. ‘쪽지’ 형식만 취하지 않았을 뿐이다.

특히 예결위 소속 의원들이 민원성 예산을 앞서서 끼워 넣었다니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정부 예산안에 편성되지 않았던 사업 예산이 책정됐는가 하면, 원래 예산안보다 10배 이상이나 책정된 경우도 없지 않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의원들이 광역별로 함께 예산안에 추가하는 ‘품앗이 예산’이나 다른 동료 의원의 요구를 반영해주는 ‘아바타 예산’도 있다니, 의원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는 격이다.

기껏 생색을 내는 것이 ‘최순실 예산’을 깎았다는 정도다. 하지만 그렇게 삭감한 예산을 자기들끼리 나눠가진 것이니, 스스로 최씨가 자행했던 폐해를 자처한 모양새다. 민원성 예산이 자기 지역에는 혜택이 되겠지만 결국 세금을 축내게 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행태가 끊이지 않는다면 지금 청와대를 향한 촛불 행렬이 조만간 국회로 향할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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