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 칼럼] 회계감사의 책임과 권한, 한계

  • 등록 2017-02-23 오전 6:00:00

    수정 2017-02-23 오전 6:00:00

박종성 숙명여대 교수
[박종성 숙명여대 교수 경영학] 지난 2015년 7월 중순 대우조선해양이 2조~3조원 대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는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대우조선은 실제로 2분기에 3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발표했으며, 2015년 실적발표 시에는 5조 5051억원의 영업손실을 보고했다. 외부감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은 2015년 영업손실 가운데 약 2조원 가량은 이미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에 반영됐어야 한다고 보고 회사측에 과거 재무제표를 수정하여 공시할 것을 요구했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대우조선의 전직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구속기소했다.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의 전,현직 회계사 4명도 기소되었으며,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회계법인도 기소됐다. 금융감독원은 3월말까지 감리절차를 마무리하고 회계법인에 대한 징계수위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경영학자 안텔(Antel)과 네일버프(Nalebuff)는 공시된 재무제표를 경영자와 감사인의 합작품으로 본다. 1차적인 재무정보는 회사에서 생성되지만 이에 대해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거친 후 감사받은 재무제표가 공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에 왜곡된 정보가 전달되었을 때 경영자뿐만 아니라 감사인에게도 그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책임의 우선 순위와 범위이다. 회계사기 행위가 적발되었을 때 재무제표 작성과 공시의 주체인 회사와 경영자가 1차적 책임을 져야 하며, 감사인은 2차적으로 자신이 표명한 감사의견에 대한 책임을 지는게 맞다. 특히 회사의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하여 회계사기를 저질렀다면 그에 가담한 임직원들의 책임은 더 무겁다.

그런데 대우조선 사태의 경우 의사결정을 내린 경영진 두 명을 제외한 실무책임자들은 법적 조치에서 제외된 반면, 회계법인에서 실무를 담당한 회계사들은 4명이나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회계법인 또한 양벌규정에 따라 관리감독소홀 혐의로 기소됐다. 물론 감사인이 회계사기를 도와주거나 알고도 묵인했다면 회계사기를 주도적으로 수행한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으므로 감사인 또한 중한 처벌을 면하긴 어렵다. 그러나 경영자가 고의로 회계정보를 조작했고 감사인이 정상적인 감사절차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면 감사인에게 과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이번 대우조선 사태에서처럼 조직적 회계사기에 가담한 회사의 임직원들은 엄연한 공범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에 변화가 없는 반면, 감사인과 같은 이른바 ‘워치독’(Watchdog)들은 감시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업무정지와 같은 중징계를 받는다면 책임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 도둑을 잡지 못했다고 경찰에게 도둑보다 더 높은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일이다.

회계사기는 투자자들에게 예측하기 힘든 막대한 손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시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다. 그러나 그 징계의 수준은 책임에 따라 결정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회계사기의 근본 원인과 회사-감사인의 책임을 명확히 따져 책임의 정도에 따라 합당한 법적ㆍ제도적 징계가 내려지는 ‘책임 비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외부감사는 공시되는 회계정보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왜곡된 회계정보가 시장에 전달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최근의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우려스럽다. 회계사 시험에 응시하는 인원이 감소하고 있으며,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경우에도 감사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회계법인에 근무하고 있는 감사인력의 이탈도 심각하다. 감사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지는데 반해 감사인에게 부여되는 책임수준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회계산업의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 감사환경의 개선과 더불어 ‘책임 비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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