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리포트]⑤유튜브·코딩도 척척…공직사회에도 새 바람

젊은 공무원들, 웹툰·유튜브‥SNS 등 정책홍보 척척
공익요원 복무하면서 정부부처 프로그램까지 짜줘
업무외 노력에 `열정페이` 강요…공직 변화 가져올 것
  • 등록 2019-08-02 오전 6:19:00

    수정 2019-08-02 오전 6:19:00

사진=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올 초 한 포털 사이트에 `오늘도 마음을 다해`라는 웹툰이 올라왔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소속인 정태준 사무관(주인공)이 나오는 만화인데 기재부가 정부 예산이 어떻게 짜여 어디에 쓰이는지를 알리기 위해 만든 것이다. 기재부는 올해 기준 469조6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예산안을 마련해 국회 승인을 받아 나라살림을 꾸려가는 정부부처다. 이 웹툰은 연재되는 동안 내내 화제가 됐다. 웹툰을 그린 이혜 작가의 인기와 더불어 나라 살림 편성 등에 대해 이해할 기회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 정부부처는 최근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기관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지난 2월부터 `월간 기획`이라는 채널을 만들어 다양한 환경 정보를 전하고 있고 행정안전부도 `생생행정`이라는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나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각 지자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처들이 이처럼 앞다퉈 다양한 홍보자료를 만드는 이유는 젊은층을 겨냥하기 위해서다. 딱딱한 정책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최대한 관심을 받겠다는 취지다. 이런 류의 홍보 영상 등을 제작하는 주체도 대부분 젊은 공무원들이다. 예를 들어 환경부는 대변인실에 주무관 등으로 꾸려진 디지털소통팀을 두고 직접 제작 편집에 나서고 있다.

90년대생들이 속속 공무원 조직에 스며들면서 이런 변화의 바람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길고 복잡한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를 추구한다` 등 90년대생을 대표하는 특징들이 경직된 공무원 사회에도 조금씩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26세의 한 사회복무요원(공익)이 업무자동화 프로그램을 짜주면서 시키는 대로만 한다는 공무원 사회에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그 주인공인 반병현씨는 지난해 11월 글쓰기 플랫폼(브런치)에 `업무자동화 스크립트 짜주다가 국정원(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적발당한 썰`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이야기는 조직 내부는 물론 세간에도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고 반 씨는 고용노동부 고용서비스과를 비롯해 행안부 등 많은 부처에 업무 협조 요청을 받았다.

대외적인 이미지 변신뿐 아니라 내부 조직 문화 바꾸기에도 열심이다. 행정부처에는 공직문화를 바꾸자는 모임도 있다. 43개 기관의 공무원 500여명으로 구성된 정부혁신 어벤저스다. 이들은 5급 이후 신규 공무원들을 주축으로 꾸려졌다. 모임 이름을 만든 사람도 90년대생 문소영(25) 행정안전부 혁신기획과 사무관이다. 이들은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형식적인 회의나 과도한 의전 등을 개선할 것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순항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익요원인 반씨는 최근 글을 통해 많은 부처가 열정을 강조하며 보수는 제대로 주지 않는 소위 열정 페이를 요구하고 있다며 될 수 있으면 사회복무요원 1명분의 소임만 다하려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인재로 입소문을 탔지만 공익이라는 이유로 이렇다 할 대가를 받지 못했다는 푸념이었다. 위에서 봤을 때는 공익 신분에 `무슨 대가를 바라느냐`는 인식이, 반씨 입장에서는 업무 외 일을 했는데 그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작용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부처 사무관은 “가장 큰 특징은 복종이나 권위를 통한 강압적 통제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면서 “그렇다고 20대들이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어 “90년대생들은 합리적이면서도 유능하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도 높다”며 “결국 세대 간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공무원 조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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