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안팔려 울고, 서울은 비싸서 운다

아파트 분양시장 양극화
지방 출혈경쟁 … 입주때 해약 원하면, 계약금까지 돌려줘
수도권 배짱장사 … 분양가 줄줄이 인상, 강북서도 2000만원
  • 등록 2006-09-21 오전 8:40:20

    수정 2006-09-21 오전 8:40:20

[조선일보 제공] “맘에 안 드신다고요, 계약금까지 다 돌려드립니다.”

울산 신정동에서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 중인 D사는 이달 초부터 파격적인 분양 조건을 내걸고 미분양 판촉에 나섰다. 평형에 관계없이 계약금 2000만원만 내고 계약한 뒤, 입주 때가 되어 소비자가 해약을 원하면 위약금 없이 계약금을 환불해주는 이른바 ‘계약금 리콜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가 5만5000여가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건설업체들 사이에 생존을 위한 ‘출혈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계약금 인하, 중도금 무이자 융자에 이어 이젠 아예 “계약금도 돌려줄 수 있으니 제발 집을 사달라”고 읍소(泣訴)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민간건설업체는 물론, 공공기관들도 경쟁적으로 분양가를 올리고 있다. 주택부족으로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건설업체들이 일종의 ‘배짱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판교발(發) 분양가 인상이 파주, 은평뉴타운 등으로 확산되면서 서민들은 집을 사고 싶어도 비싸서 못 사는 상황이다. 지방에선 안 팔려서 울고, 수도권에선 비싸서 울고 있는 셈이다.



◆계약금 리콜제에 황금열쇠까지 제공=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로 지난해까지 분양 시장이 활기에 넘쳤던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그러나 최근 이곳 모델하우스엔 ‘원금보장제’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S사 관계자는 “32평형을 계약금 1025만원만 내면 중도금 무이자에다, 나중에 해약을 원하면 계약금까지 조건 없이 돌려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S사도 강원도 평창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를 투자 목적으로 사는 경우, 1년간 연 8% 임대수익을 확정 보장해 주기로 했다. 입주 2년차에 약속한 수익률이 나오지 않으면 투자 원금 전액을 돌려주겠다는 조건. 부산, 대구 등지의 일부 업체도 계약금 리콜제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웬만한 지방 현장에선 계약금 500만원만 내면 입주 때까지 추가 부담이 거의 없다. 중도금 60%를 무이자로 빌려주거나, 이자후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보기 힘들었던 파격적인 조건들이다.

소비자를 끌기 위한 선물공세도 치열하다. 울산 달동 S아파트는 계약자에게 시가 80만원짜리 ‘황금열쇠’(금 10돈쭝)를 제공하고 있다. 신정동 H아파트는 계약만 하면 목걸이, 명품가방 등 경품만 100만~200만원어치를 준다. 분양대행사 ‘더감’ 이기성 사장은 “지방은 공급 과잉도 문제지만, 주택 구매 심리 위축이 더 큰 문제”라며 “사고 싶은 소비자도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은 분양가 인상 러시=지방과 달리, 수도권에서는 민간업체뿐만 아니라 공공기관들도 경쟁적으로 분양가를 높이고 있다. 건교부가 판교 신도시에서 평당 분양가를 1800만원으로 높인 데 이어 서울시는 은평뉴타운 분양가를 1500만원으로 끌어 올렸다. 이에 자극받아 민간업체들은 서울 강북에서도 평당 2000만원 이상의 높은 분양가를 채택하고 있다. 쌍용건설이 다음달에 중구 회현동에 분양하는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52평형이 평당 2000만원이 넘을 전망이다. 강북지역에서 평당 분양가가 2000만원을 넘은 것은 작년 3월 분양한 용산구 파크타워가 처음이었다. 현대건설이 성동구 성수동 KT부지에 짓는 아파트도 평당 분양가 2000만원 안팎에서 정해질 전망. 내년 성동구 뚝섬에서 분양 예정인 한화건설과 대림산업의 주상복합도 평당분양가가 3500만~4000만원 정도. 수도권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신안이 곧 분양할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의 44평형 분양가는 평당 1231만원 선. 지난 7월 말에 용인 기흥구에서 분양된 진흥더블파크의 49평형 분양가에 비해 150만원이 더 높아졌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정부와 민간의 경쟁적인 분양가 인상 러시로, 안정을 되찾아 가던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시 동요하고 있다”며 “전세난까지 확산돼 서민들은 이중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