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난성 형산·랑산 트레킹, 숨겨진 중국의 발견

중국 5악 명산 중 으뜸 남악 형산, 축복과 장수의 땅
울긋불긋 단하 지형의 결정판 랑산, 절벽 등산로의 쾌감
트레킹 마지막 별미인 구이린의 '몽환이강쇼'
  • 등록 2013-05-21 오전 8:30:56

    수정 2013-05-21 오전 8:30:56

랑산 팔각채로 올라가는 등산로 중턱에서 내려다본 봉우리의 물결


[중국 후난성=글·사진/김인구 기자] 한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중국 관광지는 어디일까. 시티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베이징과 상하이, 자연의 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장자제(장가계)와 구이린(계림), 그리고 휴양의 도시 하이난(해남)과 쿤밍(곤명) 등… 넓은 땅덩어리 만큼이나 중국의 관광자원은 어마어마하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 무려 44곳. 만리장성·진시황릉·자금성·태산·황산·둔황굴 등 문화와 자연유산들이 23성 4개 직할시 5개 자치구에 골고루 퍼져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소개할 곳은 전인미답의 ‘처녀지’ 형산과 랑산이다. 우리에겐 이름조차 낯선 곳이다. 심지어 중국인들도 접근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이제 관광 루트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수려한 풍광과 아찔한 계단 등산로는 장자제나 황산의 그것에 못지 않다. 중국 남동부 후난성(호남성)이 자랑하는 명산 중의 명산을 찾아가봤다.

▲중국 5악(岳) 중의 하나, 남악 형산

형산은 중국 5악 중의 하나다. 5악은 태산(동쪽)·화산(서쪽)·형산(남쪽)·흥산(북쪽)·숭산(중심) 등 5개의 큰산을 뜻한다. 이중 1987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태산(해발 1532m)이 그나마 우리에게 익숙한 편이다. 속담 속에 등장하는 바로 그 태산이다.

형산도 이런 태산에 못지 않은 풍경과 기운을 지니고 있다. 72봉 중 주봉인 축융봉의 높이가 해발 1300.2m. 삼림이 우거지고 각종 종교 사찰이 많이 들어서있다. 중국의 수·당나라 때부터 역대 황제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남악대묘는 특히 유교·불교·도교 사찰이 공존하는 전각으로 유명하다. 제사를 올리던 성제전, 청나라 강희제의 글이 담긴 비문, 1000명분의 죽을 끓였다는 대형 쇠그릇 등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잡는다.

본격적인 등산은 버스 탑승에서 시작된다. 충렬사·마경대·복엄사 그리고 축융봉 인근까지 미니버스가 운영된다. 충렬사는 1937년 일본의 공습으로 전몰한 276명 용사들을 기념하는 사당이다. 입구에 세워진 ‘77탑’은 숫자 7의 발음과 같은 ‘발로 차서 (일본을) 몰아낸다’란 뜻을 상징하고 있다.

돌을 갈아만든 거울이라는 뜻의 마경대에는 항일전쟁을 지휘하던 국민당 총재 장제스(장개석)의 부하 하건 장군의 별장이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장제스와 부인 쑹메이링(송미령)이 머물렀던 침실과 옷장 속 비밀 대피로도 볼 수 있다.

복엄사는 1500년이 넘은 중국 선종 불교의 성지다. 입구에는 이를 입증이나 하듯 수령 1440년의 거대한 은행나무가 세 그루 있다.

이어 편도 40위안(약 7200원)을 내면 축융봉 바로 밑까지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정상까지 약 7분.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10여분만 걸으면 깎아지른 듯한 절경이 아름다운 축융봉에 다다른다. 현지 가이드는 “역사적으로 형산은 중국인들에게 축복과 장수의 명산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유불선교가 한 곳에 공존하는 점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악 형산 밑자락에 있는 남악대묘. 유불선 사찰들이 공존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남악 형산 중턱에 있는 충렬사의 ‘77탑’ 탑 신 아래쪽에 한자로 칠칠(七七)이 보인다.
마경대에 있는 하건 장군 별장의 장제스-쑹메이링 침실


▲봉우리 물결 단하 지형의 결정판, 랑산

중국 단하 지형은 지난 2010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단하란 사암의 적색층이 온난 다습한 기후 속에서 융기·풍화·침식을 겪으면서 만들어진 지형을 말한다. 붉은 절벽과 치솟은 자연 돌기둥, 협곡과 폭포 등 일련의 침식 지형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후난성 신닝(신녕)현에 위치한 랑산은 이런 단하 지형 중에서도 단연 최고다. 날렵하게 융기한 붉은색 돌기둥에 마치 초록색 모자를 씌운 듯한 모습은 형태와 색깔에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형산이 1000m가 넘는 봉우리들로 이뤄졌다면 랑산은 200~800m 가량의 봉우리들이 넓게 퍼져있는 형태를 갖고 있다. 이중 최고봉은 800m의 팔각채다. 하늘 위에서 보면 정상의 모양이 팔각형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입구부터 정상까지 끊임없는 계단으로 이뤄져 있다. 거대한 암벽 가운데를 뱀처럼 휘감은 계단 구조물에 의지해 걸으면 발 아래 절벽이 아찔하면서도 장관이다. 도중에 양 세마리가 누워있는 듯한 봉우리, 부처님 손바닥 같은 형태가 새겨진 기둥이 보인다. 역시 정상 부근에 사찰이 있으며 그 뒤를 돌아 정상에 서면 웅장하고 기묘한 봉우리의 향연이 눈앞에 펼쳐진다. 혹시나 색다른 체험을 원한다면 입구에서 산 중턱까지 운영하는 조랑말 트레킹을 이용해도 된다. 왕복 180위안(약 3만3000원).

그래도 팔각채의 수천개 계단이 부담스럽다면 해발 200m 안팎의 랄초봉도 괜찮다. 영어로는 페퍼 피크(Pepper Peak). 고추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역시 암벽에 설치된 철계단 구조물을 따라 걷다보면 장군석, 단하 협곡 등을 볼 수 있다.

랑산 팔각채 정상 부근에서 내려다본 봉우리의 바다
랑산 랄초봉의 아찔한 등산로.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봉우리를 휘감고 있다.


▲구이린, 트레킹 여행의 별미 ‘몽환이강쇼’

구이린은 형산과 랑산보다는 우리에게 훨씬 친숙한 관광지다. 산수절경의 명승지로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다. 구이린 시내보다는 외곽으로 2~3시간 떨어진 양숴(양삭)·룽성(용승) 등의 자연경관이 환상적이다. 양숴는 구이린에서도 절경이 으뜸이라는 곳이다. 기암괴석과 강이 어우러진 자연은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룽성은 수천년간 사람들이 만들어낸 다랭이논 지역이다. 다랭이논이 만드는 구불구불한 곡선 때문에 사진작가들의 단골 출사지이기도 하다.

구이린에서 발원해 양숴까지 약 100㎞ 이어지는 리장(이강)도 빼놓을 수 없다. 석회암이 녹아서 형성된 카르스트 지형이 특징이다. 지하 동굴 등이 발달해 있다.

중국 정부가 관광객을 위해 개발한 공연도 마련돼 있다. 양숴에서 공연되는 장이모우 감독의 스펙터클 ‘인상유삼저’와 구이린 시내의 ‘몽환이강쇼’가 대표적이다. ‘몽환이강쇼’의 입장료는 VIP석 기준 성인 1명에 398위안이다.

구이린 시내에서 공연 중인 ‘몽환이강쇼’
‘몽환이강쇼’가 끝난 후 관람객들이 공연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여행메모

◇탐방경로: 인천공항→중국 창샤(장사)→버스로 2시간 이동→남악 형산→버스로 4시간 이동→랑산→버스로 5시간 이동→구이린→비행기로 1시간 이동→광저우→인천공항. 중국 남방항공이 창샤와 광저우에 직항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투어·행복한여행사 등에서 연계상품을 개발 중이다.

◇먹을 거리: 이동하는 지역마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종류가 많다. 창샤 시내에 있는 ‘화궁전’(86-0731-8511-2021)은 단체 좌석이 충분한 맛집이다. 지역에서 만든 바이주(백주)와 곁들이면 관광 후 피로를 풀기에 그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웠던 음식점은 남악 형산 입구에 자리잡은 ‘소어다연’(86-0734-568-7000). 각종 해산물과 고기, 채소 등이 골고루 섞인 담백한 맛의 음식들이 많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전부 콩이나 버섯 같은 식물성 단백질로만 만든 것이었다는 것. 설명을 듣지 않았으면 그냥 쇠고기인 줄 알았을 것 같다.

◇숙소: 구이린을 제외하곤 아직은 관광객이 많지 않은 지역들이라 호텔급 숙박시설이 부족한 편. 신농호텔(창샤)·공화호텔(남악 형산)·단하호텔(신닝현 랑산)·계산호텔(구이린) 등이 추천할만하다. 1박 가격은 약 5만원부터.
콩과 버섯 등으로 고기맛을 낸 소어다연. 남악 형산 입구에 자리잡고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터질 듯한 '황소 허벅지'
  • 이런 모습 처음
  • 웃는 민희진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