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낸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최근 정부와 대기업이 나서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전환을 지원하는 데 대해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품질과 생산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제 데이터와 시스템 관리로 정부 지원 방향을 전환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스마트공장 보급이 2만개에 육박했다. 이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와 함께 삼성전자(005930)와 포스코 등 대기업 역할이 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정부와 대기업 도움을 받은 중소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주사기와 마스크 등 코로나19로 갑작스레 늘어난 방역 용품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K방역’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기부에 따르면 국내에 보급된 스마트공장은 지난해 말 누적 기준 1만 9799개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6000곳 이상 기업에 스마트공장을 추가로 보급하는 등 내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국내에 10인 이상 제조업 중소기업이 6만 7000여개인 점을 감안할 때 내년까지 이들 기업 중 절반가량이 스마트공장으로 옷을 갈아입을 전망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제조 전문가 30여 명을 풍림파마텍에 투입해 최첨단 금형·사출 기술을 전수했다. 중기부는 방역 물품 패스트트랙 절차와 함께 금융권 대출 프로그램 등 행정적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풍림파마텍 주사기 생산량은 월 400만개에서 1000만개로 2.5배 늘어났다. 특히 ‘쥐어짜는 주사기’로 불리는 최소잔여형(LDV) 주사기는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통해 전 세계 각지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마스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레스텍은 삼성전자 지원을 받아 마스크 포장과 인쇄 공정을 하나로 합치는 한편, 기존 설비와 레일을 조정해 물류 동선도 절반으로 줄였다. 또한 제품이 나오면 곧바로 품질관리로 이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레스텍은 마스크 생산량을 하루 13만장에서 35만장으로 3배 가까이 늘릴 수 있었다.
다만 일각에선 그동안 불량률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던 스마트공장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도입하는 단계로 정부 지원이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스마트공장은 제품 기획부터 생산,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제조사업장을 말한다.
정부가 단순히 2만개, 3만개 스마트공장 전환 등 숫자에 몰입할 경우 내용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앞으로의 지원은 공정 자동화와 함께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까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영세한 중소기업을 위해 데이터와 시스템 관리를 대행해주는 업체를 공공기관 자회사로 만드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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