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풍림파마텍, 그 이상 원한다면

국내 스마트공장 보급 사실상 2만개 시대 열려
정부 올해 6000개 포함해 내년까지 3만개 목표
다만 그동안 불량률 낮추고 생산성 높이기에 치중
제조 데이터 축적한 뒤 활용하는 단계로 진화해야
  • 등록 2021-03-03 오전 5:00:01

    수정 2021-03-03 오전 5:00:01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불량률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수준에서 이제 한 단계 더 진화해야 합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낸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최근 정부와 대기업이 나서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전환을 지원하는 데 대해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품질과 생산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제 데이터와 시스템 관리로 정부 지원 방향을 전환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스마트공장 보급이 2만개에 육박했다. 이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와 함께 삼성전자(005930)와 포스코 등 대기업 역할이 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정부와 대기업 도움을 받은 중소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주사기와 마스크 등 코로나19로 갑작스레 늘어난 방역 용품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K방역’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기부에 따르면 국내에 보급된 스마트공장은 지난해 말 누적 기준 1만 9799개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6000곳 이상 기업에 스마트공장을 추가로 보급하는 등 내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국내에 10인 이상 제조업 중소기업이 6만 7000여개인 점을 감안할 때 내년까지 이들 기업 중 절반가량이 스마트공장으로 옷을 갈아입을 전망이다.

특히 스마트공장은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풍림파마텍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중기부와 삼성전자 지원을 받아 스마트공장 구축에 나섰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주사기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기 위한 방안이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제조 전문가 30여 명을 풍림파마텍에 투입해 최첨단 금형·사출 기술을 전수했다. 중기부는 방역 물품 패스트트랙 절차와 함께 금융권 대출 프로그램 등 행정적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풍림파마텍 주사기 생산량은 월 400만개에서 1000만개로 2.5배 늘어났다. 특히 ‘쥐어짜는 주사기’로 불리는 최소잔여형(LDV) 주사기는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통해 전 세계 각지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마스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레스텍은 삼성전자 지원을 받아 마스크 포장과 인쇄 공정을 하나로 합치는 한편, 기존 설비와 레일을 조정해 물류 동선도 절반으로 줄였다. 또한 제품이 나오면 곧바로 품질관리로 이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레스텍은 마스크 생산량을 하루 13만장에서 35만장으로 3배 가까이 늘릴 수 있었다.

다만 일각에선 그동안 불량률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던 스마트공장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도입하는 단계로 정부 지원이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스마트공장은 제품 기획부터 생산,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제조사업장을 말한다.

결국 설비와 공정 자동화뿐 아니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축적한 뒤 이를 활용하는 단계까지 진화해야 진정한 스마트공장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상물리시스템’ 도입 등이 필수인데 수십명 인력을 둔 영세 중소기업 입장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자체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

정부가 단순히 2만개, 3만개 스마트공장 전환 등 숫자에 몰입할 경우 내용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앞으로의 지원은 공정 자동화와 함께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까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영세한 중소기업을 위해 데이터와 시스템 관리를 대행해주는 업체를 공공기관 자회사로 만드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

강경래 이데일리 중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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