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식로드]에스키모 아이스크림 `아쿠타크`<11>

동물지방으로 만들어 추위 견디고자 섭취
일반 아이스크림 유지방을 수지로 대체한 음식
  • 등록 2020-10-11 오전 9:48:41

    수정 2020-10-11 오전 9:48:41

음식은 문화입니다. 문화는 상대적입니다. 평가 대상이 아니죠. 이런 터에 괴상한 음식(괴식·怪食)은 단어 자체로서 모순일 겁니다. 모순이 비롯한 배경을 함께 짚어보시지요. 모순에 빠지지 않도록요. <편집자주>

블루베리로 맛을 낸 아쿠타크.(사진=위키피디아)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아쿠타크(Akutaq)는 에스키모인에게 생존 음식이다. 주로 흰살생선(대구 등)이나 바다표범, 무스(순록의 일종) 등에서 지방과 살코기를 얻어 주 원료로 쓴다. 극지에서 자라는 산딸기 등을 버무려 맛을 낸다. 바깥 활동이나 먼 길을 떠나기 전에 주로 먹는다.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디려고 먹었다. 지역이나 집안 잔치가 있으면 손님 접대용으로도 내어온다.

외지인들이 아쿠타크를 ‘에스키모 아이스크림’이라고 불렀다. 외지인 시선에서 아쿠타크는 통념을 깬다. 아이스크림은 그저 우유로 만든 디저트 정도이기 때문이다. 생선과 아이스크림의 조합을 상상하면 어색하기도 하다. 데우거나 오래 익혀 먹는 게 보통인 생선과 차거나 되도록 빨리 먹는 편인 아이스크림은 성질이 상극이다. 그러나 아쿠타크는 아이스크림인 적이 없었다. 입안을 헹구는 디저트가 아니라 배를 채우는 생존 음식으로 존재해왔다.

사실 아쿠타크가 아이스크림과 거리가 먼 것은 아니다. 만드는 방법론이 충돌할 뿐이지, 지방을 사용하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통상 아이스크림은 우유에서 뽑은 유지방을 주 원료로 삼는다. 아쿠타크는 수지(獸脂·짐승에서 짜낸 기름)를 주로 쓴다. 유지방은 동물의 젖에서, 수지는 동물의 살(조직)에서 추출한다. 모두 동물성 식재료이고, 그저 유지방을 수지로 대체한 게 아쿠타크다.

붕어싸만코(사진=빙그레)
실제로 생선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생선은 아이스크림 맛을 살리는 원료로 흔히 쓴다. 일본 남코(Namco) 사(社)가 운영하는 테마파크 남자타운(NAMJATOWN)은 상어 지느러미(샥스핀)와 장어 등 생선으로 맛을 낸 아이스크림을 판다. 이 매장은 각종 아이스크림의 천국으로 유명한데 소의 혀(우설)과 흰새우, 굴(Oyster)로 맛을 낸 제품도 즐비하다. 태국에서는 가물치로, 중남미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대구를 이용해 아이스크림을 만든다고 한다. 이런 시도를 고려하면 한국에서 빙그레가 판매하는 붕어 모양의 팥빵 아이스크림 붕어싸만코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애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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