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혁이 창조경제다] 규제 남발에 설 자리 잃은 유통산업

주요 유통기업, 실적 곧두박질 ‘날개가 없다’
대기업 규제했지만 중소상인 상황 여전히 어려워
  • 등록 2013-12-26 오전 8:39:12

    수정 2013-12-26 오전 9:45:13

[이데일리 이승현 장영은 기자]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개인빵집 OOO베이커리는 케이크 대목인데도 불구하고 한산했다. 빵집 사장 유 모씨는 “장사가 안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제는 포기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프랜차이즈 빵집을 규제한다고 했지만 상황이 나아진 건 하나도 없다”며 “오히려 이 동네에서도 올해만 빵집이 2곳이나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올 한해 유통업체들은 정부의 규제에 몸살을 앓았다. 골목상권 살리기에 동반성장, 물가안정까지 정부의 타깃이 되면서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규제의 타깃이 됐던 주요 유통기업들은 실적악화를 피할 수 없었고, 내년 전망 역시 밝지 않다.

또 대기업 규제로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중소자영업자들 역시 올 겨울이 춥긴 마찬가지다. 골목상권을 지키겠다고 대기업들의 매장 확장 등을 막았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었다.

의무휴업으로 휴점을 한 대형마트 앞에서 한 소비자가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고 있다.
◇출점제한에 의무휴업까지 손발 묶어

올해 정부가 내놓은 유통 시장 관련 주요 규제 정책을 보면 대형마트는 출점규제와 한달에 2일씩 의무휴업, 마트 24시간 영업 금지 등이다. 장사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많이 줄었다.

또 식품 기업들은 정부의 강도 높은 가격인상 억제로 일년 내내 원가와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외식업과 제과점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역세권이 아니면 출점할 수 없게 됐다.

커피점과 편의점, 치킨, 피자, 제과점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모범거래기준을 설정해 매장 간 거리 제한을 둬 매장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규제에 밀린 유통업계, 최악의 실적 기록

규제의 결과는 참담했다.

대형마트 3사의 올해 매출은 사상 처음 뒷걸음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월 말 기준으로 이마트 매출은 지난해 동기대비 4.9% 감소했으며 롯데마트는 4.9%, 홈플러스는 4.9% 각각 매출이 줄었다.

CJ제일제당과 농심, 롯데제과, 남양유업 등 주요 30개 식품기업 역시 올 3분기까지 전년과 비교해 영업이익이 19.4% 감소했다. 경기불황 탓도 있겠지만 가격을 제때 올리지 못하고 손해가 누적되고 있는 것이 이익률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프랜차이즈 제과점 브랜드들은 매장을 늘리지 못해 성장에 발목이 잡혔다. 파리바게뜨는 올해 매장을 37개 늘리는데 그쳤고 뚜레쥬르는 하나도 매장을 늘리지 못하고 현상유지에 만족해야 했다.

외식기업들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CJ푸드빌(빕스)은 올해 다시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MPK그룹(미스터피자)은 3분기 누계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74% 줄어들었다.

매년 몇백개씩 매장을 늘리던 편의점들도 올해는 주춤했다. 편의점 1위 CU는 올해 단 2개의 매장을 늘렸고, 세븐일레븐은 28개로 출점 수가 대폭 감소했다.

◇누구를 위한 규제였나..골목상권 여전히 냉랭

유통 대기업들이 규제의 쓴 맛을 봤지만 그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 등 중소자영업자들의 상황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집계한 전통시장의 일평균 매출액은 2010년 4980만원이었으나 유통업체들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 2012년에는 4502만원으로 오히려 9.5% 가량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식경제부가 시장조사기관인 AC닐슨을 통해 지난 10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70% 이상의 대형마트가 강제 휴업에 들어간 6월, 전통시장의 매출은 오히려 0.7∼1.6% 감소했다.

동네빵집도 마찬가지다.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제과점은 올 6월 기준 점포수가 7219개에서 7월 6736개로 483개 줄었다.

반면 대기업의 빈자리를 중견기업과 외국계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제과점 브랜드의 규제 속에 에릭 케제르, 폴베이커리, 브리오슈 도레 등 외국 브랜드들이 국내 영업을 시작했고, 이지바이, 잇브레드, 인디오븐 등 중소형 제과점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매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동반성장이나 골목상권 살리기 등 정부의 규제 목적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문제는 구체적인 효과에 대한 검증 없이 규제만 남발하는 것”이라며 “내년에는 좀 더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요 제과점·편의점 매장수 현황(자료=각 사)
매출 상위 식품기업 올 3분기 누계 영업실적(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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