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st SRE]자성 통한 신평사..등급신뢰도 8년래 최고

한기평, 등급신뢰도 3.72점.."역대최고점 경신"
  • 등록 2015-05-12 오전 7:00:00

    수정 2015-05-12 오전 7:47:53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가까이서 보면 안쓰럽다 싶을 정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자란 부분도 많지만 잘한 부분은 인정하고 칭찬해 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SRE 자문위원의 말이다. 지난 3년간 신용평가 시장은 가시밭길을 걸었다. 2012년 동양그룹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사태 이후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신뢰는 바닥으로 가라앉고 금융당국의 제재에 사기 역시 꺾였다.

그러나 이 기간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3사는 위상을 되찾기 위해 등급 정상화와 전반적인 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리고 절치부심의 날이 헛되지 않았다.

과제는 남았지만 노력은 통했다

이데일리는 지난 3월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은행, 연기금 등 회사채 전문가를 대상으로 21회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조사를 진행했다.

총 173명이 설문에 답변, 역대 가장 많은 시장참여자가 설문에 답변했다. 특히 이번 SRE에는 등급 하락에 예민한 매니저의 비중이 38.2%(66명)으로 20회 32.4%보다 늘었고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의 비중은 41.0%(71명)으로 지난 회 48.2%보다 다소 줄었다.
21회 SRE 결과 신용평가 3사에 대한 등급 신뢰도는 5점 만점에 3.44점을 기록했다. 20회(3.36)에 이어 2회 연속 오른 것은 물론, 지난 2007년 10월 7회 SRE(3.45)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의 평가가 3. 58점으로 지난 20회(3.43)보다 0.15점 오른 가운데 매니저와 브로커 등 비크레디트 애널리스트의 점수 역시 20회(3.29)보다 높은 3.34점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상승세가 나타났다.

이번 SRE 기간(지난해 9월 29일부터 3월 13일)은 시장이 신평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기간으로 풀이된다. 등급에 의구심이 제기된 기업은 지난해에 걸쳐 이미 강등이 이뤄진 상태에서 동양이나 STX 등 시장을 뒤흔들만한 굵직굵직한 사건도 없었다.

대신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이 한화그룹으로 매각되거나 SK E&S가 평택·김천·전북에너지를 PEF에 매각하는 등 대주주변경과 인수합병(M&A) 관련 이슈가 시장을 달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신평사는 M&A가 발생하면 등급전망(아웃룩)을 조정하고 이후 등급을 변경하는 등 방향성을 제시했다. 한 자문위원은 21회 SRE를 “신평사가 등급 정상화에 나선 가운데 크레디트 이슈 자체가 크지 않은 기간이었다”며 “결국 ‘범사’에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하는지가 개별 신평사의 평가를 좌우했다”고 말했다.

시장의 선택은 역시 한기평이었다. 한기평은 2008년 4월 7회 SRE부터 이번 21회 SRE까지 7년째 가장 등급신뢰도가 높은 신평사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번 21회에서는 등급신뢰도 5점 만점에 3.72를 받으며 역대 최고점을 경신했다. 한신평과 NICE신평은 20회보다 각각 0.04점, 0.15점 상승하는 동안, 한기평은 0.20점 오르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71명)들이 한기평의 등급신뢰도를 3.77점으로 매기며 ‘콘크리트 지지율’을 형성했다. 1~6년차의 주니어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한기평을 3.79점으로, 7년차 이상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3.76점으로 매겼다.

한 자문위원은 “다른 신평사가 등급 강등으로 기업에 끼칠 악영향을 걱정할 때, 한기평은 ‘기업 공구리 친다’는 소리까지 듣지 않았느냐”며 “최근 3사의 등급 조정이 대동소이한 가운데 기업 눈치 덜 보고 과감히 조정에 나섰던 노력이 이번에도 한기평의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기평은 최근트리거 제도 활성화에 나서며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트리거가 실제 등급 평가로 이어지는지 여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지만 매출성장률이나 영업현금흐름 등 계량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시장에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지난 2011년 4분기부터 분기별로 진행되는 옴부즈맨 제도 역시 호평을 받고 있다. 옴부즈맨 제도에 참여하는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책임 있는 임원과 실장급 8~9명과 2시간 가량 치열하게 이야기한다”며 “형식적인 자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점을 듣고 바로 평가 방법에 반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칭찬했다.

◇‘너무 내리나’…성장통 거치는 한신평

한신평은 등급신뢰도에서 3.48점을 받으며 2회 연속 2위에 올랐다. 20회 SRE의 일회적인 돌풍이 아니라 실력의 향상이었다는 것을 시장이 직접 증명했다. 특히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의 평가점수는 3.52로 지난 16회부터 6회 연속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20회에 비해 평균 등급신뢰도는 0.04점 오르는 데 그쳐 3사 중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 비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의 평가점수가 3.36으로 20회 3.46보다 0.1점 내렸기 때문이다. 등급 변동이 투자 수익률로 이어지는 채권 매니저나 브로커에게 다소 박한 점수를 받은 셈이다. 한 자문위원은 “계량적으로 3사를 비교했을 땐 별 차이가 없지만, 시장에서는 너무 내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한신평을 끊은 매니저도 꽤 있었다”고 말했다.

한신평은 지난해 3월 현대상선을 한 번에 세 등급 내리며 투기등급(BB+)으로 강등하며 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금단의 영역이었던 ‘AAA’ 등급에 부정적 꼬리표를 가장 먼저 달았고 최근에는 S-OIL과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아웃룩을 조정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이렇다 할 조치가 없었던 만큼, 최근 행보가 다소 ‘급진적’이라는 인상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자문단은 한신평의 변화가 철저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등급 조정 뿐만 아니라 보고서나 세미나에 질적 향상이 나타나며 ‘색깔 찾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자문위원은 “예전엔 한신평의 자료를 거의 보지 않았는데 이제 한신평의 보고서를 먼저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하루 이틀의 노력이 아니라 최근 2~3년간 꾸준히 향상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매끄럽지 않은 변화 과정에 대해 아쉬움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다른 자문위원은 “아웃룩만 내리다가 정작 액션(등급 강등)은 한기평에게 뺏기고 기업들로부터 미운 털만 박히며 일부 기업으로부터 레이팅 서비스가 끊긴 걸로 안다”며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는데 아직 미세한 부분에서는 손발이 맞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위기의 NICE, 돌파구는 어디

지난 회 2위 자리를 내준 NICE신평은 21회 SRE에서도 3.38점을 받으며 3위를 기록했다. 14회부터 19회까지 2위를 지켰지만 이젠 꼴찌로 주저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NICE신평은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불과 1년 전, 19회 SRE만 해도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에게 3.30점을 받으며 한기평(3.26점)과 한신평(3.22점)보다 큰 사랑을 받았던 NICE신평이다. 그러나 지난 20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에게 3.40점으로 평가되며 3등으로 내려오더니 이번에는 3.38점으로 3사 중 유일하게 20회 SRE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자문단은 NICE신평의 등급 액션에 대해 ‘기억 남는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른 신평사들이 수익을 포기하며 등급 조정에 나설 때도 NICE신평은 무관심으로 일관하다 타사가 등급을 내린 후에야 후행적인 조치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한신평이 과감한 조정에 나서자 NICE신평의 제자리걸음은 뒷걸음질로 받아들여졌다. 한 자문위원은 “한신평 역시 변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NICE신평이 지금 같은 모습으로 일관한다면 아예 3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7년 이상 회사채 업무를 담당한 이들은 NICE신평의 등급신뢰도를 3.38점로 매기며 한신평(3.48)과 0.10점 차이를 두는데 그쳤지만 1~6년차의 주니어는 NICE신평을 3.32점으로 평가, 한신평(3.55)과 0.23점의 격차가 난다.

다만 최근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다. 지난해 12월 ‘AAA’ 등급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씨티은행에 처음으로 ‘부정적’ 꼬리표를 붙이더니 3월에도 세아베스틸과 동국제강의 등급을 3사 중 가장 먼저 조정했다.한 자문위원은 “평가본부장이 바뀌며 선제적인 등급 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시장의 선입견을 한 번에 뒤집을 순 없겠지만 최근 움직임은 주목할 만 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1회 SRE는 2015년 5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문의: st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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