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명품 자신감…패션 본고장 공략"

[이데일리 인터뷰]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
글로벌 겨냥 `반하트` 론칭 이탈리아·중국 등 상표출원
명품창출포럼 회장으로 활동 두달에 한번씩 품평회 개최
  • 등록 2012-04-16 오후 12:10:00

    수정 2012-04-16 오전 10:45:21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16일자 1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72)은 `믿음 경영`의 전도사다. 박 회장은 1982년 영국 밀러사에 3만장의 스웨터를 납품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중 300장에 하자가 생긴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당시 전체 수량의 3% 정도까지 하자가 허용되는 것이 국제관례였던 터라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박회장은 곧바로 300장을 추가 제작해 배송비용까지 부담하면서 밀러사로 보냈다. 이후 밀러사 바이어는 박회장의 정직함에 매료돼 신원제품에 대해서는 샘플검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러한 신념은 외환위기로 맞았던 워크아웃 때도 돋보였다. 박 회장은 워크아웃 돌입 이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상화를 이뤄냈다.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은 요즘들어 더 바빠졌다. 그는 지난 2월 출범한 `명품창출포럼` 초대회장으로 선출돼 한국식 글로벌 명품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브랜드 명품화 작업이야말로 우리기업이 세계 속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라는 게 박회장의 얘기다. (사진=한대욱기자)
브랜드 명품화 작업에 한창인 박 회장을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신원 본사에서 만나 `패션학개론`을 들어봤다.   -요즘 신원은 명품화 작업이 한창이라고 하던데,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명품이라 불리는 것들은 사실 육안으로 봐서는 우리가 만든 것과 큰 차이를 찾기 힘듭니다. 그런데도 3배나 더 비싸게 팔려요. 브리오니 같은 브랜드는 한 벌에 2000만원에 팔려요. 해부해 보니 비접착 기술이 관건이더라고요. 아주 부드럽고, 날씬해 보이고 비를 맞아도 금세 원형으로 돌아오는 방식이에요. 작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반하트’가 그 기술을 적용한 겁니다. 이탈리아의 거장 ‘알바자 리노’를 스타일 디렉터로 영입해 국내 기술과 협업해 만든 브랜드죠. 한국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등에 상표권을 출원했고 파리패션위크 참여를 통해 패션의 본고장에 브랜드를 진출시킬 계획이에요. 오는 7월 세계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중국 항주백화점 입점을 앞두고 있는 만큼 국내서도 현재 11개 입점 계약, 올 한해 백화점 내 30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입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반하트 옴므` 쇼룸에서 진행된 인터뷰 중 박회장이 명품창출포럼 출범과 관련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반하트 옴므는 신원에서 이탈리아 스타일 거장 알바자 리노와의 협업을 통해 선보인 남성복 브랜드로 오는 7월 중국 최대 항주백화점에 입점을 시작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최근 명품창출포럼의 회장으로 선출되셨는데요. 어떤 일을 하시나요.   ▲품질이 우선되는 제품, 널리 이름이 난 제품, 대중들에게 친숙한 제품, 많이 팔리는 상품이야말로 진정한 명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제품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공동 목표 아래 지난 2월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주최로 명품창출포럼이 출범됐죠.   각 기업에서 적게는 몇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의 자금을 출현해 진행하고 있어요. 케이팝, 국내 화장품, 드라마 등 한류열풍도 불고 있는 만큼 이번 출범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봅니다.   10개 업종의 120개 기업이 모여 두 달에 한 번씩 상품에 대한 품평회를 열고 전문가 및 소비자 평가를 거쳐 연말에는 패션, 섬유, 전자, 생활용품 등 분야별 1위 제품에 명품이란 칭호(명품 인증)와 함께 정부 포상을 줄 계획입니다.   글로벌 명품의 창출이야말로 내수 진작과 고용창출, 수출 증대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입니다.    -워크아웃 모범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어떻게 회생할수 있었나요.    ▲IMF 외환위기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19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갔어요. 세간에서는 신원그룹이 재기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연이어 쏟아졌었죠. 하지만 제일 먼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2003년 제일 먼저 나왔어요. 다른 데 돈은 안 빌렸어요. 갖고 있던 회사 지분을 모두 내놓았고 경쟁력 없는 브랜드도 버렸어요. 부동산, 골프장, 지역방송 등 비핵심 계열사를 팔아 빚을 갚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2100명이나 되던 직원을 900명만 남기고 감원했죠. 다시 배가 오면 태우기로 약속하면서. 이번에 잡화브랜드인 ‘세스띠’ 재론칭도 그런 약속의 연장선인 셈이에요.   -대북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데 개성공단 때문에 마음고생 많이 하시죠?   ▲국내외 안팎으로 떠들썩하지만 개성 공장은 늘 평온합니다. 그냥 그들의 일터일 뿐인 거예요. 이데올로기는 없어요. 자연스럽게 문화, 마음을 나누면서 정(情) 드는 거죠. 기업가적 마인드로 보면 개성공단은 황금어장과 다름없어요. 2004년 6월 국내 패션 기업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 업체로 선정돼 2005년 3월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지리적인 이점으로 보나 관세도 없고, 임금도 저렴해 원가경쟁력이 높아요. 개성사람들 손재주도 좋고 머리도 좋아요. 북한 근로자 60% 이상이 고등교육 이수자입니다. 언어 장벽이 없고 기술 이전이 매우 용이해 최고 생산 거점이라고 할 수 있죠.   - 내년이면 신원그룹 40주년입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직물 편직기 7대와 직원 13명 갖고 시작했어요. 80평 작업장에서 출발해 130평, 200평 차츰 늘려가며 현재의 신원으로 키웠어요. 40년을 맞아 중국 시장에서 ‘신원’이라는 이름을 확고히 뿌리 내리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앞으로 중국 패션 시장은 전 세계 브랜드의 성패를 판단하는 운영 기준이 될 겁니다. 신원은 현재 중국 상해와 대련, 청도, 동관, 천진 등에 현지 법인 및 지사를 설립해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2013년까지 중국 패션사업 부문에서 1000개 이상 매장에서 5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패션 명가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복합적인 투자와 공격적인 영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박회장은 1973년 신원이 설립된 이후 39년 동안 꼬박 새벽 예배를 빠진 적이 없을 만큼 자기 관리가 철처하다. 새벽 3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보기 드문 새벽형 CEO다. (사진=한대욱기자)
   ◆신원그룹은 박성철 회장이 1971년 말 의류공장을 시작, 처음에는 삼도물산, 천지무역 등에 하도급 물량을 납품하다 1973년에 무역업을 등록한 것이 신원의 출발이다. 내수부문에서는 베스띠벨리, 씨, 비키, 이사베이, 지이크, 지이크 파렌하이트, 반하트, 세스띠 등 8개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과테말라, 베트남(송콩, 빈푹), 인도네시아, 중국 등의 해외 법인과 미국, 중국 등에 지사를 운영 중이다.  2011년 매출 5269억원을 올렸다.    ◆박성철 회장은 1940년 전남 신안 출생으로 한양대 법대를 졸업했다. 첫 직장은 산업경제신문사. 1970~1972년 당시 신민당 대통령후보였던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공보담당 비서관을 역임했다.  (약력)1981년부터 한국무역협회 이사(現). 1998~2004년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 현재 국민일보 사외의사, 극동방송에서 이사로 활동 중.  (수상경력)다시장 개척상(1973년), 다시장 수출상(1983년), 석탑(1981)·금탑(1986년)·동탑(1985년) 산업훈장을 무역의날 수상. 1994년 한국능률협회 한국경영대상 등을 수상.    <대담: 김희석 생활산업부장, 정리: 김미경 기자, 사진: 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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