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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에서는 불명예스러운 희망퇴직 대상자이지만 해외 업체에서는 극진한 대우로 모셔가고 있는데 누가 남아 있기를 선택하겠느냐”며 “핵심 인력 유출은 시니어-주니어 간 기술 인수인계를 해치고 조선업 세대 간 기술력 단절을 낳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정든 일터를 떠나는 핵심전문인력이 급증하고 있다. 주채권은행의 구조조정 압박에 의해 일자리 안정성은 낮아졌고 조선업 위상은 갈수록 추락하는 등 악조건이 겹쳐 발생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들 퇴직자는 중국이나 동남아 조선업체의 이직제의를 받는 경우가 많아 기술 유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4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조선산업 기술인력의 인력구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중공업(009540),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조선 빅3의 설계, 연구개발(R&D), 생산관리 등 조선업의 핵심전문인력 1091명이 퇴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조선 빅3업체의 핵심전문인력 총 1만943명 가운데 10%가 회사를 떠난 것이다. 특히 지난해 퇴직한 핵심전문인력 중 정년퇴직한 인원은 단 105명에 불과했다. 90% 이상은 정년 이외의 사유로 회사를 떠났다.
조선업계 전체 퇴직인력 대비 핵심전문인력의 퇴직 비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3년 전체 퇴직자 895명 중 32.1%였던 퇴직 핵심전문인력의 비중은 2014년 13.5%(전체퇴직 2511명)으로 축소됐지만, 구조조정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2015년에는 23.8%(전체퇴직 4592명)로 다시 확대됐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업계가 어려워졌고 비전이 보이지 않으니 옮길 곳이 많은 기술인재들이 회사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외국업체나 선사 등으로 이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선 빅3는 올해 앞다퉈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창사이래 처음으로 생산직과 대리급 이하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등 향후 3000명 인력 감축계획을 추진 중이고 대우조선은 2020년까지 3000명, 삼성중공업은 정규직 30~40%의 인력감축 계획을 갖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인력감축이 주채권은행이 승인한 자구안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기술인력의 유출 문제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단순히 숫자놀음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인력감축을 진행하고 있지만 향후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조선산업을 지탱하는 역량은 인프라, 기술, 인재, 비전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에 기술과 인재를 놓치는 우를 범하면 1990년대 일본이 밟았던 전철을 밟아 세계1위 자리를 넘겨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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