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간 통잠 자는 아기…100일의 '기적' 아닌 '교육'[하이, 육아]

⑩100일의 기적을 위한 '수면교육' 노하우 공유
수면교육 무턱대로 시도X…낮잠부터 잘 재우기가 포인트
낮·밤 구분, 수면의식 꾸준히 시도하며 본격 수면교육 준비
수유량 140~170ml에 교육 시도…분리수면 후 이틀 만 성공
  • 등록 2023-12-30 오전 11:15:00

    수정 2023-12-30 오전 11:15:00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동요에는 ‘잠’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그만큼 육아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것이 아기의 수면이다. 이와 관련해 신생아를 둔 엄마아빠에게는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이있다. 100일이 지나면 아기가 잠을 잘 자니 그때까지 견디라는 내용의 이른바 ‘100일의 기적’이다. 막상 키워보니 100일의 기적은 ‘기적’이 아닌 ‘교육’이었다. 2~3시간마다 깨서 밥을 찾던 아기가 100일째 통잠 9~11시간을 자게 됐다. 이르면 오후 7시 반, 늦어도 오후 9시에는 육아퇴근(육퇴)을 하게 된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한다.

교육의 첫 스텝, 쪽쪽이와 안아 재우기로 낮잠 질 개선

먼저 짚고 넘어갈 건 우리 아이는 비교적 까다롭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한단 점이다. 아직 배앓이나 영아산통을 겪은 적도 없고,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해 운 적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육아의 난도가 낮은 건 아니었다. 수유량 자체가 적은 탓에 밤에는 2~3시간 간격으로 깨서 분유를 찾았고, 낮 수면은 좀처럼 이루지 못했다. 특히 밤 수유를 할 때마다 아이가 안 자면 어쩌지 마음을 졸였고, 트림을 시켰는데 눈이 말똥말똥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매 순간이 성적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의 마음이랄까. 이런 패턴이 30일 정도 지속되니 지쳐갔다. 사랑보단 아빠로서 의무감으로, 심지어 아이가 이뻐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는 수면교육에 대한 강박으로 이어졌다. 유튜브와 서적을 찾아보며 ‘퍼버법’(아기의 울음을 달래기 전 기다리는 간격을 점차 늘려 스스로 잠에 들게 하는 방법)이니 ‘안눕법’(아이가 울면 안아서 달래고, 진정되면 다시 눕히는 걸 반복하는 방법)이니 각종 수면교육법을 아이에게 적용했다. 결과는 대실패. 퍼버법을 쓰다가 아이가 1시간 내리 울어 목이 쉬기도 하고, 안눕법을 써도 깊게 잠들지 못해 내 체력만 깎여나갔다. 무엇보다 1주일가량 했는데 조금의 진척도 없어서 1차 수면교육은 포기했다.

유튜브와 서적에 나와있는 방법들을 마치 수학 공식을 적용하는 것처럼 아이에게 적용했던 것이 패착 원인이였다. 통잠으로 가는 길은 오히려 이런 공인된 수면방법이 아닌 ‘유도리’(융통성)를 통해 열리기 시작했다. 안아서 재우기와 쪽쪽이(공갈젖꼭지)의 사용이다. 유튜브나 서적에서는 권하지 않는 이 유도리를 통해 나는 아이의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실제 1차 수면교육 실패 후 낮에 아이를 안아서 재우면 그날 밤에 깊게 잠드는 시간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말 서적을 찾아보니 아이가 낮에 잠을 자지 못하면 오히려 밤잠을 설친다고 하더라. 이 시기가 약 생후 5주 차였다. 이후부터 아이를 낮에 안아서 재웠다. 공갈젖꼭지(쪽쪽이)를 되도록 쓰지 말라는 말도 있었으나, 쪽쪽이를 적극 활용했다. 아이는 이때부터 하루에 낮잠을 2번 정도 자기 시작했다. 낮잠의 질도 좋았다. 길면 한 번에 3시간, 짧아도 1시간은 잤다. 이후부터 아이가 밤 수유 후 곧장 잠드는 빈도가 늘기 시작했다.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체크하며 방법에 상관없이 수면 질을 높이는 것, 그게 첫 번째 포인트다.

낮·밤 구분, 수면의식, 수유량…3박자 맞으면 덜 울릴 수 있어

낮잠 질이 개선되기 전에도 산후조리원에서 집에 오는 순간부터 수면교육을 위해 꾸준히 지켜오던 루틴이 있다. 낮과 밤 구분을 확실하게 시키는 것이다. 낮에는 방에 햇빛이 들어오게 했고, 각종 생활 소음에 노출되도록 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밤이란 걸 알려주기 위해 블라인드를 치고, 주황 간접등을 켰다. 아이가 집에 온 순간부터 저녁에 직접등을 킨 적은 손에 꼽는다.

또 한 가지는 수면의식이다. 수면의식이란 본격적인 밤잠이 시작되기 전 아이에게 일정한 행동을 동일하게 하는 것이다. 우린 생후 약 70일부터 수면의식으로 ‘간접등 켜기→백색 소음 틀기→저녁 7~8시 목욕 또는 머리감기기→수유하기→30분가량 모빌 보여주기 또는 동요 들려주기’를 꾸준히 했다. 수면의식에서 중요한 건 이 행위를 일관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수면의식이 곧바로 효과를 본 건 아니다.

낮과 밤 구분하기, 수면의식을 하는 중에도 아이는 밤잠 이후 3~4시간마다 배고프다며 잠에서 깼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았다. 수면의식은 2차 수면교육을 하면서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2차 수면교육은 아이가 일정한 하루 루틴에 익숙해질 때 쯤, 그리고 아이의 평균 수유량이 140ml, 많으면 170ml까지 먹을 때 시작했다. 그때가 생후 87일째다. 이때부터 아이가 잠에서 깨 울면 곧바로 밥을 주기보다 10~15분가량 기다린 다음 그래도 울면 그때 수유를 했다. 아이는 2일 만에 스스로 울음을 그치더니 잠을 자기 시작했다. 사실 이것이 1차 수면 교육에서 시도했던 퍼버법이다. 하지만 이때는 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적용해 아이도 나도 나가떨어졌던 것이다. 우리 아이가 어떤 스텝까지 올라왔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대목이다.

동시에 홈캠을 산 뒤 분리 수면을 결정했다. 분리 수면을 하자마자 아이의 밤 수면 시간이 5시간으로 늘었다. 무엇보다 이후부터는 저녁 8시에 잠이 들면 8~9시간을 자거나 직전 수유량이 충분하면 11시간도 내리 잤다. 저녁 8시에 육아퇴근해, 다음 날 오전 7시에 육아출근을 하는 일상이 펼쳐졌다. 아울러 낮잠도 안아 재우는 것에서 침대에 눕혀 재우는 것으로 성공했다. 잠은 침대에서 자야한다는 수면교육의 효과인지 아이 스스로 안아재우는 걸 싫어하고, 침대에 자는 걸 선호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마지막 수유량을 늘리기 위해 직전 수유량을 조절하는 걸 시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육아는 역시 ‘애바애’(아기마다 맞는 방법이 다르다는 뜻)다. 비록 우리는 이 방법으로 수면교육에 성공했지만, 이 방법이 모든 아이에게 맞는 건 아닐거다. 나 역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6주 만에 통잠 성공’ 등의 콘텐츠를 보면 우울해지고, 자책하곤 했다. 하지만 육아를 해보니 우리 아이의 반응을 살피고 아이와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하더라. 교육이 안 된다고 부모의 잘못이 아니다. 지금도 수면 때문에 고생하고 있을 엄마아빠들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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