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류 가야금 산조

  • 등록 2012-03-22 오전 9:01:28

    수정 2012-03-22 오전 9:01:28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22일자 3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정숙 칼럼니스트] 가야금은 널리 알려진 대표적 국악기다. 중국 역사책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언급된 우리나라 상고시대의 ‘술’이 그 원형이다. 삼국시대 가야의 음악가 우륵이 ‘고’를 기본으로 당나라의 ‘쟁’을 참고해 완성했다. 이후 우륵은 신라에 가야금을 전하며 노래와 춤까지 곁들였는데 결국 궁중 음악으로 채택됐다.

가야금은 일본까지 전해졌다. 일본 나라에 있는 사찰 도다이지(東大寺)의 창고인 쇼소인(正倉院)에는 아직도 ‘신라금’이 보존돼있다. 가야금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느린 음악을 연주하는데 널리 쓰였다.   영조때에 이르러 가야금 명인 김창조가 기존 음악에 비해 빠르고 기교가 섞인 가야금 산조를 드디어 창시한다. 빠르고 기교를 부릴 수 있는 산조 가야금도 모습을 드러냈다.

가야금 산조는 1968년 최초로 중요 무형 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됐다. 녹야 김윤덕은 ‘김윤덕류 가야금 산조’ 보유자로 무형 문화재가 됐다. 녹야 선생은 국악계의 내로라하는 명인 지영희, 김소희, 성금연과 함께 4대 거목으로 꼽힌다. 그는 대한민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문화 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일제 강점기 문화 말살 정책으로 국악의 기반은 거의 폐허로 변해버렸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국악의 근간은 이시대 명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다시 정립돼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내가 가야금을 시작한지 어언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리집은 항시 선친의 문하생과 국악인들로 문턱이 닳아 없어질 지경이었다. 덕분에 나는 어려서부터 가야금을 쉽게 접했고 선친의 악보 교정 등 음악과 관련한 잔심부름을 매달리곤 했다.

당시는 국악을 자손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어깨 너머로 가야금을 배워야만 했다. 한참이 지나 재능이 엿보였던 덕분일까. 선친은 나를 불러 직접 꼼꼼하게 교습해주고, 아울러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일러주었다.

이제야 조금이나마 가르침이 실감난다. 잘하려면 말 그대로 오로지 연습 뿐이라는걸.. 머리로 되는것이 아니고 많은 시간 동안 가야금을 끌어 안고, 울고 또 웃고 가슴으로 느끼면서 가야금과 하나가 돼 즐겨야 한다는 것을...

선친은 한국전쟁 당시 마을 사람들이 모두 피난 떠난후 집집마다 버려진 이불을 모아 방에 모두 둘러쳐 놓고 연습에 열중했다고 전해진다. 포탄이 떨어져도 개의치 않았고, 큰비가 내려도 모른 채 연습만 했다. 온전한 집중력으로 쏟아부은 연습은 오늘날 후학들이 경이롭게 생각하는 무불통달의 뛰어난 연주 세계로 연결됐다.

선친의 미국 카네기홀 연주는 10회에 달하는 앵콜을 받았다. 그야말로 한국 음악의 예술성을 세계 만방에 알린 사건이었다. 카네기홀 무대에서 이후 백남준, 정명훈, 백건우 등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에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녹야 김윤덕은 바로 나의 선친이다. 그동안 많은 것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한가지가 있다면 아버지의 음악과 예술성이 후학의 손과 가슴으로 전해지고 거듭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악도 양적 성장과 함께 다양하게 변모되어 발전하고 있다. 나는 시민과 함께 좋은 음악을 향유하기 위해 선친의 아호를 붙인 ‘녹야 국악 관현악단’을 창단했고, 올해 들어 13회째 정기 공연을 준비중이다.

며칠전 선친의 기일이었다. 선친이 유명을 달리하신지 34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슴 깊이 그의 음악이 자리한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소주 한병 사들고 찾아뵙겠다고 마음먹는다. 아무도 찾지 않는 홀로 계신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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