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st SRE]추락하던 정유·화학, 바닥 찍었나

[산업]나빠진 업황 1위, 개선될 업황 3위
  • 등록 2015-05-12 오전 7:00:00

    수정 2015-05-12 오전 7:50:54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최근 6개월 업황은 안 좋아졌지만 앞으로 1년 내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21회 SRE에서 전문가들은 정유업을 이렇게 평가했다. 정유업은 173명 가운데 75.7%(131명)의 지지를 받아 지난 6개월 동안 업황이 나빠진 산업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와 동시에 37표(21.4%)를 얻어 향후 1년 내 업황이 개선될 산업 3위에 뽑혔다.

한없이 급락하던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하면서 채권시장 전문가의 투자심리에도 볕이 들기 시작했다. 국제유가 영향이 큰 화학업종도 예외는 아니었다. 화학업은 46표(26.6%)로 지난 6개월 동안 업황이 악화한 산업 3위에 올랐지만 앞으로 1년 내 업황이 나아질 산업 7위(19표·11.0%)로 집계됐다.

유가 하락에도 끝이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급락하던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50달러 내외에 머물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유가는 지난해 말 40달러 초반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다시 치고 올라왔다.

공급 과잉을 야기했던 미국 셰일가스 생산량도 한계치에 다다른 모습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은 “미국 셰일가스업체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60~65달러 정도로 원월물 가격이 손익분기점에 도달, 설비투자가 줄어드는 등 생산감소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셰일가스업체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설정했던 선도거래도 마무리되면서 셰일가스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 급락세가 진정되자 정유업에 대한 우려 또한 완화했다. 유가가 급락할 경우 원유를 미리 사놓는 국내 정유사로선 재고평가손실이 날 뿐 아니라 원유를 비싸게 사고도 내려간 유가에 맞춰 판매단가를 낮춰야 해 손해가 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적이 바로 그랬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 S-Oil,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4개사의 정유부문 합산 영업손실은 2조4748억원에 이르렀다. 호황기를 누렸던 2011년 정유부문의 합산 영업이익이 3조원을 웃돈 바 있고 2012년 적자였지만 그 규모가 3721억원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재고평가손실 타격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재고 관련 손실 규모가 2조8000억원가량으로 추정했다.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반등하면 지난해와 같이 대규모의 재고평가손실도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정유업체의 기초체력 자체가 탄탄하고 향후 전 세계 경기 방향이 우상향을 그리면서 정유업에도 신용등급 회복 등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정유업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은 21회 SRE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6개월 동안 정유업황이 안 좋아졌다고 답한 131명 가운데 53명(40.5%)이 앞으로 1년 내 업황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 자문위원은 “투자에 나선 S-Oil, 현대오일뱅크 등과 달리 SK이노베이션은 주요 투자를 일단락했고 GS칼텍스도 투자를 줄인 상황”이라며 “수익성이 나빠졌지만 설비투자가 줄면서 운전자본 부담을 덜어 유가가 더 내려가지만 않는다면 중기적으로 크게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납사분해센터(NCC)와 석탄화학(CTO)에서 만들어내는 에틸렌 관련 화학업체에도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유가 하락에 따라 NCC업체의 생산비용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NCC업체는 원유에서 나오는 납사를 원재료로 에틸렌을 만드는데 유가가 하락하면서 납사 가격도 함께 내려갔다. 이 때문에 중국의 석탄화학(CTO)업체는 판가 하락률이 석탄 가격 하락률을 밑돌았던 데 비해 NCC는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다른 자문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원가구조 면에서 우위에 있는 에탄크래킹센터(ECC) 증설이 늘고 NCC는 외면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에틸렌 가격이 오른 데다 유가까지 내리면서 NCC에 유리해졌다”며 “경쟁력 없다는 평가가 우세했지만 유가 급락으로 상황이 달라졌고 종전 대비 업황이 개선됐다는 데 시장이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정유·화학업황, 저점일까

다만 화학업에서는 에틸렌 관련 NCC업체에만 수혜가 제한돼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틸렌 등 기초원료부터 중간유분, 합성수지에 이르기까지 제품군과 업체별 품목이 다양하다.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합성고무를 주원료로 하는 타이어업체만 해도 과당경쟁 등으로 수급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국 CTO, 북미 ECC가 증설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등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정유업황 역시 좋아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고 관련 손실이 일단락돼도 정제마진이 나아질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는 것. NICE신용평가가 시나리오 테스트로 이를 예측했다. 테스트 결과 유가가 상승해도 운전자금 부담으로 영업현금흐름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 데 비해 유가가 추가 하락하더라도 스프레드가 회복됐을 때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이 영업현금흐름으로 이어졌다.

NICE신평은 “현금흐름이 개선되려면 유가 상승보다 석유제품 스프레드 확대가 필요하다”며 “정유부문 스프레드 확대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비정유부문에서는 합섬원료(PTA)와 윤활유 일부 제품 정도의 스프레드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정유업체의 수익성 개선 폭이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한기평은 “주요국 경기둔화 우려로 수요 개선 동력이 미흡하고 역내 정제설비 증설로 과잉 공급 관련 부담을 고려했을 때 정제마진 개선 폭이 크지 않다”며 “비정유부문 실적 완충여력도 높지 않아 수익성 개선 정도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1년 4조원을 웃돌던 정유 4개사의 비정유부문 영업이익은 2012년 3조7000억원, 2013년 3조원에서 지난해 1조7234억원으로 점차 감소했다. 정유부문의 부진을 만회하던 비정유부문도 더 이상 의존하기 어려워진 것.

한신평은 “비정유부문 실적이 저하될 가능성은 있지만 유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없어져 영업현금창출력이 개선될 수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생산설비 증설과 대체원료를 통한 석유제품 생산 증대, 수요 증가 둔화 등 수급 부담이 저마진 기조 개선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국내 정유사의 최대 고객이던 중국이 순수출국가가 됐다. 한 채권매니저는 “국내 정유사가 생산량 절반가량을 해외에 수출해야 하는데 중국이 자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중동 등에서도 내부 설비를 갖추면서 수출하기 어려워졌다”며 “재고평가손실이 없더라도 정제마진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1회 SRE는 2015년 5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문의: st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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