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패러다임의 변화-워버그 보고서④

  • 등록 2000-12-30 오후 4:46:19

    수정 2000-12-30 오후 4:46:19

구조조정은 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다. 현재 두산, 효성을 비롯한 몇 개 그룹들은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기존 재벌의 패러다임 기존 패러다임은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이었기 때문에 장기부채 증가에 따른 리스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한때 한라와 같은 기업은 4자리수의 부채비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재벌들의 이론은 간단했다. 차입한 자금을 자본에 투자하면 문제 없다는 것이다. 자본대비 부채비율보다도 자산대비 부채비율에 더 신경썼다.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그룹내 계열사도 상호지급보증을 통해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재벌들이 현금 유동성에 심각한 위기를 겪으면 은행이 기꺼이 대출해줬으며 극단적인 경우 정치계에 대한 로비를 통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끌어낼 수 있었다. 또한 93년부터는 종금사가 설립돼 약간 높은 이자만 주면 얼마든지 대출받을 수 있게 됐다. ◇패러다임의 변화-구조조정의 물결 97년까지 성장위주의 패러다임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부도가 난 국제그룹의 경우 재무구조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사실 위기가 닥치기 전에 구조조정에 들어간 재벌도 다수 있다. LG는 맥킨지에 의뢰해 80년대 후반부터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두산 역시 한보의 몰락을 보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현대전자와 두산, 코롱 등의 기업은 외국계 유명 컨설턴트를 고용해 기업 전략을 다시 수립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한보, 삼미, 대농 등이 몰락하기 전까지는 각 기업의 부도가 기업내부의 특수한 문제때문인 것으로 치부하는 성향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97년 4월 진로가 부도위기를 맞자 재벌들은 구조적인 문제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모든 재벌들이 경기 사이클상 활황기가 될 때를 대비해 단기채무를 도입하는데 바빴으나 결국 활황기는 예상했던 시점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LG와 같이 그룹관리를 잘 한 기업은 긴급대책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방어적으로 닥쳐올 수 있는 단기 원화 유동성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97년 중반 쌍용과 두산이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97년 12월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하자 재벌들은 단기간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달러 확보, 수출장려, 환율상승에 따른 투자손실 방지책 마련, 단기차입금을 장기차입금으로 전환 등 시장원리에 근거한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98년 1월쯤이 되자 자본 매각 움직임이 보편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경영성과가 좋은 그룹이나 계열사는 자본 매각이 용이했다. ◇정부도 개혁에 착수 때맞춰 정부 역시 IMF에 의해 개혁에 착수했다. 개혁의 포인트는 상호지급보증제 폐지, 총수 권한 축소, 문어발식 사업 확장 감축, 계열사 합병 등이었다. 이 중에서도 상호지급보증제 폐지는 경제개혁의 핵심이었다. 사실 상호지급보증제는 부실한 계열 기업 하나 때문에 건전했던 다른 그룹조차 부실로 몰고갈 수 있는 위험한 제도였기 때문에 재벌들은 폐지를 환영했다. 상호지급보증제를 폐지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보증을 선 기업과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기업을 합병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와같은 합병이 활기를 띠었고 효과는 긍정적이었다. 이밖에도 담보를 은행으로부터 사들이거나 다른 방법으로 대출금을 관리하는 방법이 있었으나 이 방법에도 실패하는 기업은 법정관리나 화의에 들어갔다. 99년 12월 SK, 현대, 삼성, LG 등은 비교적 상호지급보증비율을 감소시키는데 성공했으나 한진, 아남, 쌍용, 한화, 동아, 한솔, 진로, 해태 등은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이는 구조조정을 게을리한 기업은 파산하기 쉽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확장해왔던 사업을 정리하는 것 역시 이들 재벌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현대와 삼성, 대우, LG는 98년 6월에 계열사를 청산하는 방식으로, SK는 분사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이슈는 구조조정 계획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실행에 옮기느냐였다. SK와 LG, 삼성(삼성차 제외)은 구조조정 진행속도가 빨랐으나 현대와 대우는 다소 느렸다. 97까지 30대 재벌이 거느리고 있었던 900개의 계열사는 99년 1월 703개에 이어 2000년 4월에는 544개로 감소했다. ◇워크아웃의 시작 98년 5월까지 30개 그룹 중에 9개 그룹이 부도나면서 은행은 큰 손실을 입게 됐다. 따라서 은행들은 문제가 있는 그룹이나 그룹내 기업들에 대한 워크아웃에 착수했다. 정부는 98년 6월 210 채권단과 협약을 맺어 그룹차원에서나 개별 기업에 대해서나 워크아웃을 진행시키기로했다. 이로써 81개의 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한국 정부는 이 당시 기업을 법적으로 생존시킬 것이나 퇴출시킬 것이냐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갖고 있었다. 9개의 기업이 파산한데 이어 6개의 그룹이 사실상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쌍용, 한화, 고합, 아남, 신호, 강원 등이다. 대우사태가 발생한 후로는 건실한 재벌의 경우 합병과 분사의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계속해 나갔으며 파산한 그룹들은 거의 구조조정을 하지 못했다. 법정관리나 화의에 들어갔다. ◇재벌의 불문율 타파 SK 텔레콤의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계 펀드인 타이거 홀딩스가 SK텔레콤이 SK증권에 저리로 대규모 금액을 대출해줬다는 사실에 문제를 제기하며 한국내 투자했던 금액을 전량 회수하면서 재벌의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따라 정부는 재계의 불문율이었던 ▲재벌총수는 그룹내 많은 계열사에 대해 직접적으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소액주주의 권리는 전혀 없다 ▲그룹내 계열사간 자금의 흐름을 알 수 없다 등을 타파하고 그룹 경영과 소유를 분리시키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앞으로의 재벌 구도 앞으로 한국경제가 좀 더 투명해 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주주로 구성된 이익집단이 출현하고 있으며 주주총회에서 확실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99년 2분기 재벌총수의 전용 펀드 금지처분은 정부가 재벌가문에 대해 감시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 미래에 기업의 소유주는 경영권에 대한 영향력이 점점 축소될 것이며 전문경영인의 의견이 더욱 많이 반영될 것이다. 이미 동아나 고합의 총수는 전문 경영인으로 대체됐다. 한국의 부도처리절차는 대체적으로 기업소유주에게 너무 호의적이고 채권자에게는 비호의적이다. 잘못된 경영으로 부도를 처리한 재벌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것은 당연하다 . 앞으로는 재벌 가문이 그룹의 요직을 차지한다면 대중적인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외국업체과 제휴통한 생존 추구 현재 한국그룹들은 외국계 회사와의 파트너쉽에 관심이 없으며 계열사나 지사를 매각하고 조인트벤처는 정리하는 추세다. 그러나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라면 조인트 벤처의 이점을 잘 알 것이다. 일부 한국 재벌들은 투자를 받는 것에 새로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솔이 핵심 사업부에 대한 조인트 벤처를 설립했으며 LG는 20여개의 조인트 벤처를 설립했다. 재벌들에게 외국업체와의 제휴는 생존을 위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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