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웅의 블토경]기업가정신 가로막는 암호화폐 규제 공백

  • 등록 2018-11-06 오전 7:18:00

    수정 2018-11-19 오전 9:54:29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정재웅 레밋 CFO] 올 1월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고 이후 현재까지 국내 암호화폐시장은 최초화폐공개(ICO)를 비롯한 암호화폐 관련 활동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 혹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 암호화폐 업계는 ICO 등 활동이 활발한 싱가포르 혹은 몰타에 법인을 두고 활동을 하게 됐다. 이러한 현지 법인을 통한 암호화폐업계의 활동은 국내에서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다.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이자 기업가정신과 기업 이론의 선구자 중 한 명인 프랭크 나이트(Frank Knight)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본질에 대해 “기업 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불확실성(Uncertainty)를 감내하는 기업가의 노력” 이라 정의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혼동되어 쓰이곤 하는 불확실성(Uncertainty) 과 위험(Risk) 을 경제학에서는 엄밀하게 구별해서 사용한다. 즉 위험은 발생하는 사건과 그 사건의 확률까지 아는 것인 반면 불확실성은 발생하는 사건은 알 수 있지만 그 확률은 알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에서 가격 상승과 하락은 우리가 그 사건과 발생 확률을 미뤄 짐작할 수 있기에 위험이 되지만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위기는 위기가 언젠가 온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구체적인 확률은 알 수 없기에 불확실성이 된다.

기업 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가(Entrepreneur)가 창업을 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그 사업에 수반되는 여러 사건들, 예를 들어 자본 조달, 신기술 개발, 시장 개척 등, 을 알고는 있지만, 그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확률은 알 수 없기에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하나의 모험(venture)이 된다. 기업가가 창업부터 시작해서 기업을 성장시키는 일련의 과정에 있어 초기를 벤처기업이라 하는 것도 아마 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독립 당시 아프리카 가나와 비슷한 수준의 1인당 국내총생산을 가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을 현재의 세계 10위권 경제로 성장시킨 동력 역시 일정 부분 정부의 공헌과 그에 따르는 정경유착 등의 부작용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은 자본과 기술이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감내한 기업가정신의 발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시 말해 기업가정신의 발현은 기업가의 문제이지만, 그것이 발현되고 발전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은 정부의 문제다. 위험과 불확실성을 감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ABF(Asia Blockchain & Fintech) in Seoul 행사에 참석한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전 총리는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과의 대담에서 이스라엘이 세계 최고의 혁신 국가가 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 “이스라엘이 가진 스타트업과 혁신의 본질은 역으로 이스라엘이 천연자원도 없고 인구도 부족하기에 유일하게 가능한 것은 오직 혁신이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사회안전망 확충과 함께 지속적인 고용과 경제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기업들이 계속해서 창업되고 성장해야 하며 이러한 창업과 성장의 원동력은 기업가정신의 발현이다. 이와 같은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위해서는 기업 활동도 한 주권 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이상 정부 혹은 의회의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바람직한 제도의 확충과 적정한 규제가 필수적이다. 제도와 규제는 한편으로는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수단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확실성과 위험을 적정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한국은 현재 스타트업 전반에 대한 제도와 규제가 미비한 상황이며 블록체인업계는 이에 더 나아가 아예 제도와 규제가 미비한 상황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지만 한국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업들의 성장에 더해 이러한 성장을 자극하고 기존 시장 참여자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시장의 미비한 부분에서 혁신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더 증가하고, 이를 통한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성장의 기반은 적절한 제도와 규제의 마련이다.

그렇다면 적정 수준의 규제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 영국 금융사의 권위자 중 한 명인 옥스포드 대학교 퀸스 칼리지의 피터 스퍼퍼드(Peter Spufford) 교수는 2013년 겨울 한 세미나에서 “영국이 글로벌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가벼운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했기 때문(light regulation, but firmly enforced)”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쉽게도 한국은 이와 반대로 엄격한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로는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은 요원하다.

분명 지난 1년 동안 블록체인 토큰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계는 지나치게 변동성이 심했고 이러한 변동성 장세를 노린 시장참여자들의 투기적 활동도 심했다. 그리고 제도와 규제가 미비한 헛점을 노린, 얼마전 이슈가 된 신일골드코인같은 사기 프로젝트도 증가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관련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서울이나 제주도 같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일회성 정책보다는 정부와 의회 차원에서의 적절한 제도와 규제의 마련이 우선이다. 적절한 제도와 규제 위에서 기업가정신이 발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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