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토식 핵공유’엔 “1대1로 맺어 더 실효”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보스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설 이후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및 청중과 대담에서 “북핵 위험이 눈앞에 온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에도 독자적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며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그런 기술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핵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고 핵무기와 관련된 복잡한 정치 경제학과 정치경제 방정식이란 게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워싱턴 선언에는 미 행정부 의무만이 들어간 게 아니라 대한민국도 독자 핵 개발을 안 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를 존중하는 의무가 있다”며 “워싱턴 선언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토식 핵공유’와 비교엔 “1대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와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워싱턴 선언은) 확장 억제라는 개념이 하나의 선언에 그치지 않고 특정 국가와의 문서로 정리된 첫 번째 사례”라고 말했다.
‘워싱턴 선언’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할지 묻는 나이 교수에게 “늘 상호 존중에 기반해서 좋은 양국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에 공격무기 지원을 고려 중이냐’는 질문에는 “전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전황에 따라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또 국제규범과 국제법이 지켜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거기에는 다양한 옵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해 대한민국의 독자적 정책은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함께 논의하고 조정해가면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尹 “소프트파워, 규제 푸는 국가가 키워”…나이 교수 “A학점 답변”
한일관계와 관련해서는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간에 과거 식민시절과 관련해 많은 갈등과 대립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미래의 협력이 과거사와 관련된 국민 간 감정적인 문제, 인식의 문제들을 많이 고쳐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오늘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 다시 전격 복귀시키는 결정을 했다고 들었다”며 “이런 식으로 변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청중석에 있던 한 일본인 학생의 한일관계 관련 질문에도 “변화가 이뤄지고 흐름이 만들어진다면 정권이 변한다 하더라도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이미 국민들한테는 변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 파워’는 나이 교수가 창안한 개념이다. 한 국가가 문화적 매력 등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힘을 지칭하는 말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상징되는 ‘하드파워’와 대비되는 용어다.
윤 대통령은 “전세계 마켓을 단일 마켓으로 만들 수 있게 개별 국가에서 규제를 먼저 풀어가는 쪽이 소프트파워를 키울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나이 교수는 “정말 완벽한 답변을 해주셨다. 케네디스쿨 재학생이라면 A학점이 바로 수여될 정도로 훌륭한 답변”이라고 농담을 해 폭소를 자아냈다.
대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Pioneering a New Freedom Trail)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 국제사회는 용기 있고 결연한 연대로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재학 중 28세에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하버드인’ 윌리엄 해밀턴 쇼 대위 이야기를 꺼내며, 쇼 대위 손자와 며느리가 함께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 도중 연단에서 내려가 두 사람과 악수하며 영어로 “감사하다. 우리는 당신의 가족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메모리얼 처치’를 방문해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하버드 동문을 추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