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연한 단축에 '리모델링'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강남권, 분당 등 리모델링 추진단지..사업 중단 우려감 고조
"리모델링 활성화한다더니 시장 혼란만 더 부추겨"
  • 등록 2014-09-04 오전 8:26:33

    수정 2014-09-04 오전 8:27:29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지금 멘붕(멘탈 붕괴)이에요. ‘7년만 기다리면 되는데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민 문의가 폭주하고 있어요. 이대로라면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전학수 개포동 대치2단지 리모델링 조합장)

재건축 연한 단축을 골자로 한 정부의 9·1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권과 분당신도시 등지에서 활발히 추진되던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중단 위기에 처했다. 재건축 연한 단축과 안전진단 기준 완화로 재건축 문턱이 대폭 낮아지면서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방향을 전환하려는 단지가 늘어날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2년만 기다리면 재건축 가능한데…”

직격탄을 맞은 곳은 서울 강남권 리모델링 사업 추진 단지들이다. 1987년 준공된 반포동 반포미도아파트는 재건축 연한을 10년 단축하는 이번 대책에 따라 재건축 가능 시기가 2019년에서 2017년으로 2년 앞당겨졌다. 1992년 준공된 개포동 대치2단지와 대청아파트도 2032년이던 재건축 가능 시기가 2022년으로 앞당겨지면서 리모델링 추진을 반겼던 주민들이 흔들리고 있다.

미도아파트 인근 중앙공인 관계자는 “주민들의 마음이 재건축 쪽으로 기운 것 같다”며 “매물을 문의하면 주민들이 재건축 기대감에 매매를 보류하고 호가를 높이고 있어 지금은 전화를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갑성 반포미도 리모델링 조합장은 “이 단지의 경우 재건축을 하면 가구 수가 줄어들고, 추가 분담금 폭탄이 예상되는 등 사업성이 낮은데도 주민들의 마음이 동요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리모델링도 재건축도 못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절차인 행위허가를 위해서는 주민 80%의 동의가 필요하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두고 고민하는 주민이 늘어나면 날수록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 강남권과 성남시 분당권서 리모델링이 추진되는 단지들.
10여개 단지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들도 혼란에 빠졌다. 다만 수도권 1기 신도시인 이 지역의 아파트는 1993년~1996년에 준공돼 서울 강남권에 비해 재건축 연한 도래 시기가 늦어 충격파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원용준 매화1단지 조합장은 “‘10년을 기다려 재건축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민들의 요청이 많다”며 “아파트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리모델링과 재건축 중 어느 쪽이 유리할지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리모델링 활성화 한다더니…”

리모델링 사업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지난 4월에는 15년 이상 된 기존 아파트를 3개 층까지 올려 지을 수 있는 이른바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대가 열렸다. 기존 가구 수 대비 15%까지 늘어난 아파트를 일반분양할 수 있어 수익성도 나아졌다. 정부도 수직증축 허용 등 각종 리모델링 규제 완화와 100년 이상 가는 장수명 아파트 추진 등으로 리모델링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재건축 활성화에 급격히 쏠린 이번 대책으로 리모델링은 한동안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원용준 조합장은 “지난해만해도 리모델링 활성화를 부각한 정부가 이번에는 ‘리모델링은 한물간 것’이라는 인식이 들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시장에서는 이들 단지의 리모델링사업 추진이 중단되고 재건축사업도 지체되면서 주거 환경이 나빠질 것을 우려한다. 리모델링사업이 추진되는 강남과 분당신도시 단지들은 대부분 고층으로 용적률이 높고 지역 여건상 층수 제한 등도 있어 재건축 사업 여건이 나쁘다. 성남시 관계자는 “분당의 경우 평균 용적률이 210% 정도여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때 추가분담금이 많이 발생하는 등 여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의 혼란에 대해 정책 방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노후주택 정비를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재건축 연한 단축을 골자로 한 정부의 9·1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1기 신도시 등지의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 단지들이 리모델링사업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도로 하나 사이로 서로 붙어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일대 분당신도시와 판교신도시 아파트 전경.(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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