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의, 세 갈래 귀농 방식

몸살림 운동가, 마을 할머니, 대안학교 선생님
  • 등록 2007-07-08 오후 2:17:49

    수정 2007-07-08 오후 2:17:49

[노컷뉴스 제공] [하나] "몸이 바뀌면 세상도 바뀝니다"

"서울, 일산에서 입시학원을 오래 운영했어요. 그러다 뜻한 바 있어 3년 전에 이곳으로 내려왔어요. 멀리 길게 내다보고 몸도 살리고 마음도 살리는, 그래서 세상도 살리는 대안학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알만 한 사람은 알만 한 명망 있는 사회변혁운동가 강경용씨. 주한미군철수, 국가보안법폐지, 지방자치실천, 주거권리 찾기 등 이 사회를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꿔보려는 사회개혁운동의 현장의 맨 앞줄에는 늘 강씨가 있습니다.

충북 충주시 동량면 하천리, 충주호리조트에서 차로 5분쯤 충주호반을 따라 더 들어가면 솟대거리를 지나 '하늘제사 큰굿'이라고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좁은 산길을 따라 산 중턱까지 오르면 자그마한 폐교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하루에 버스가 5번밖에 안 다니는 산골이라 조용합니다. 충주호가 한눈에 시원하게 내려다보여 아름답습니다. 명당입니다.

"현재 24반무예 경당 수련원을 하고 있어요. 서양화, 흙공예를 하는 후배들과 문화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고요. 그동안 몇 가지 운동을 해 봤지만 몸살림 운동처럼 쉽게 배울 수 있고 효과적인 운동은 없다는 생각이예요. 스스로도 아직 미숙하지만 함께 배운다는 생각으로 토요일마다 동호인들과 수련을 함께하고 있지요."

얼핏 안팎을 돌아보니 찾아오는 방문객들도 먹고 자는데 불편함이 없게 폐교 4칸을 개조해 시설을 잘 갖춰놓았습니다.

"꼭 수련을 하지 않더라도 조용히 며칠 쉬실 분은 따로 돈 받지 않을테니 자기 먹을 것만 챙겨와서 지내다 가도 좋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몸부터 바꿔야 마음도 세상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강씨의 말이 맞는 말이지 싶습니다.

[둘] 귀농 20년째 당북마을 할머니

용의 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 그중에서도 마을이 산으로 둘러싸여 아늑한 분위기 속에 집을 짓고 생활하기에 알맞은 곳이라 하여 '방듸'라고 불리는 당북마을. 아름다운 저수지로도 유명한 이 마을은 세계적인 무용가 홍신자씨가 이사 오면서 더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나는 이름이 없다"며 한사코 무명씨로 남으려는 할머니가 부산에서 남편을 따라 이 마을로 귀농한 지 20년째입니다. 얼핏 보아도 산세가 유하고, 마을을 폭 감싸 안은 듯한 모습이 무척이나 따뜻하고 포근해 보이는 마을입니다.

"원래 당북이라는 이름은 글 공부하는 서당 뒤에 마을이 있었다고 해서 당북, 또는 당뒤가 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산으로 둘러싸여 아늑하니 집 짓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방뒤라 부른다고…."

그동안 할머니는 마을 원주민이 다 됐습니다. 꽤 넓어 보이는 텃밭 가꾸기가 요즘 할머니가 공을 들이는 일입니다. 마당을 온갖 꽃으로 꾸며져 작은 공원 같습니다. 다른 연고가 있는 게 아니고 아들이 20년 전 이 마을을 정해 땅을 사고, 집을 지으면서 들어오게 됐다고 합니다.

할머니 집 뒤로 그림 같은 전원주택 몇 채가 이어지고, 그 맨 뒷자리에 홍신자씨의 '웃는돌캠프'가 1200평 부지에 12개의 크고 작은 흙집을 지어놓고 있습니다. 마을이 '집 짓고 살기좋은 방듸'로 불리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할머니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마을 앞 17번 국도 건설로 마을이 잘리게 생긴 것입니다.

"마을 앞 용설저수지에 높은 둑을 놓는다고 안 합니까. 다리를 놓으면 호수의 물이라도 볼 수 있지요. 둑을 쌓으면 전망도 막히고 바람도 잘 드나들지 못해 답답해지는데…."

살기좋은 '방듸'마을에 둑이 아니라 다리가 놓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20년 귀농 경력의 할머니가 앞으로 20년은 더, 마을에서 편히 사실 수 있을 테니까요.

[셋] 학생 일곱 명, 선생님은 열한 명

학생은 일곱 명인데, 선생님은 열한 명인 학교가 있습니다. 강원도 원주 귀래면 용암리에 있는 중등과정 대안학교 참꽃작은학교입니다.

"숙제가 많아 힘들지만 영어 실력이 좋아졌습니다. 노는 시간이 많아서 좋습니다. 기숙사에서 같이 못 살겠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심심합니다. 나쁜 것 없습니다, 다 좋습니다. 즐겁고 좋습니다."

마을 기숙사에서 같이 지내는 일곱 명의 학생들은 이렇게 대략 즐겁게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모두 도시에서 농촌의 학교로 공부하러 왔습니다.

"목공예 재료를 준비 못 해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숙제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참 고맙게도 열심히 잘 따라와 줘 고맙다. 계속 숙제는 나갈 것이다. 학생들이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침 해먹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열한 명의 선생님들은 이렇게 아이들 생각뿐입니다. 대표교사를 맡아 주로 목공예를 가르치는 강철원 선생님은 부산 사람입니다. 80년대 초부터 원주에서 대학에 다니게 된 인연으로 원주시민이 되었고, 이제 원주시내에 살면서 농촌마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2000년부터 뜻을 같이하는 원주 사람들이 모여 준비했어요. 마침내 2005년도에 학교 문을 열었어요. 참된 배움은 중요하지요. 참된 성장도 중요하고요. 꽃은 생명의 정수리고…, 그래서 학교 이름이 '참꽃'입니다. 이 아이들이 바로 참꽃이니까요."

최예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칩니다. 학교는 용암리에 있지만 사는 집은 20여 분 거리인 원주시 변두리에 있습니다. 굳이 농사를 짓지 않으니까 학교 옆에 붙어살 필요는 없습니다. 사는 집이 있는 생활의 터전인 마을에선 또 방과후학교, 초등대안학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농촌 주민, 농촌에 살지 않는 농촌 주민, 참꽃작은학교의 선생님들. 농촌을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또 하나의 현실적인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웃으며 시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