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돋보기] ‘익숙한 과반 vs 낯설은 승리’ 그리고 문세표

  • 등록 2016-04-09 오전 10:12:55

    수정 2016-04-09 오전 10:29:03

16대 총선 경기 광주 개표 결과(자료=중앙선관위)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고작 3표 차이로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정말 3표 차이로 당락이 뒤바뀌는 경우가 있을까요?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거짓말같은 승부가 펼쳐졌습니다. 기네스북에나 나올 일 같지만 한 후보는 3표 때문에 웃었고 또 다른 후보는 3표 때문에 울었습니다. 비운의 주인공은 문학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입니다. 문학전 전 의원은 16대 총선 경기 광주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나섰다가 3표 차이로 떨어졌습니다. 당선자인 박혁규 한나라당 후보는 1만6675표((34.15%)를, 낙선자인 문 전 의원은 1만6672표(34.14%)를 각각 얻었습니다. 고작 3표 차이로 0.01%의 초박빙 승부였습니다. 이 때문에 문학진 전 의원의 별명은 ‘문세표’였습니다. 기막힌 사연 탓에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與 과반붕괴 읍소 전략은 엄살?…‘내용상 과반’ 유지

4.13 총선 경기 하남에 출마한 문학진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
4.13 총선이 불과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선거 막판까지 도저히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곳이 수두룩합니다. 문학진 전 의원의 경우처럼 3표는 아니더라도 정말 초박빙 승부가 이어지는 곳은 유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수도권 선거에서 1000표 미만으로 승부가 갈리면 엄청난 접전지입니다. 4년 전 19대 총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경기 고양 덕양갑 선거에서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와 일대일 구도로 붙어서 170표 차이로 신승을 거뒀습니다. 20대 총선은 여야 일대일 구도가 아닙니다. 그래서 수도권 예측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곳곳에서 야권연대 무산으로 3자 구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여전히 새누리당의 수도권 압승 전망은 가능합니다.

다소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릴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최근 자체 조사결과 과반이 붕괴된 것은 물론 130석도 위태롭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총선막판 전략도 ‘회초리를 때려달라’ ‘반성하겠다’며 사죄와 읍소 전략으로 바뀌었습니다. 한마디로 엄살입니다. 새누리당의 과반은 붕괴되기 힘든 구조입니다. 만에 하나 새누리당 과반이 붕괴된다 하더라도 영남 무소속 당선자들이 새누리당 탈당파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용상 과반’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전체 지역구 253석 중 122석의 수도권 선거를 좌우할 핵심변수는 여전히 야권연대 무산입니다. 야권의 입장에서만 보면 상황은 암울합니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가 제안했던 야권통합은 수많은 잡음만 남긴 채 파기됐습니다. 일부 선거구에서 단일화 논의가 진전되기도 했지만 더민주와 정의당에 국한된 일이었습니다. 투표용지 인쇄일인 4일을 넘겼다는 점에서 선거일(13일) 직전에 단일화가 이뤄진다 해도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최근 지지을 상승으로 비례대표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민의당은 모든 총선후보들이 완주를 하는 게 득표에 유리합니다. 또 후보들 역시 10%를 넘겨야 선거비용 절반, 15%를 넘기면 100%를 보전받기 때문에 중도사퇴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광진을’ 추미애· ‘구로을’ 박영선은 왜 박빙승부를 이어가나?

야권연대 무산이 왜 새누리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서울지역 선거구 2곳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야권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인 추미애·박영선 더민주 의원의 지역구 이야기입니다.

19대 총선에서 추 의원은 서울 광진갑에서 55.19%의 지지를 얻으며 38.95%에 그친 정준길 새누리당 후보를 여유롭게 눌렀습니다. 박 의원 역시 서울 구로을에서 61.94%의 지지로 35.05%를 얻은 강요식 새누리당 후보에 압승을 거뒀습니다.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섰던 두 사람이 손쉬운 승리를 거둔 이유는 간단합니다. 새누리당과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4년이 흐른 20대 총선에서는 상황이 정반대가 됩니다. 손쉬운 승리를 거뒀던 두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힘겨운 승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추 의원은 서울 광진갑에서 정준길 새누리당 후보에, 박 의원은 서울 구로을에서 강요식 새누리당 후보에 오차범위 이내의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19대 총선과 비교해보면 이유는 하나입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분열됐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과반이 익숙한 정당입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전체 273석 중 과반에 살짝 못미치는 133석을 얻었습니다. 수도권에서 새천년민주당에 대패하고도 거둔 성적입니다. 가장 어려웠던 17대 총선에서도 121석을 얻었습니다. 18대 총선에서 과반 압승을 거둔 것은 물론 결코 쉽지 않았던 19대 총선에서도 과반을 달성했습니다. 반면 야권에게 승리는 낯설은 기억입니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의 과반 획득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역풍이라는 메가톤급 이슈 때문이었습니다. 탄핵이 없었다면 열린우리당의 과반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18대 총선에서 더민주의 전신인 통합민주당은 81석의 참패를 당했습니다. 19대 총선에서 더민주의 전신은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과 총선 역사상 가장 강고한 연대를 이룩했지만 127석을 얻는데 그쳤습니다.

20대 총선이 불과 4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역시 가장 궁금한 것은 여야 각 정당의 성적표입니다.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패배해도 과반 달성이 가능한 정당입니다. 야권은 수도권과 호남에서 압승을 달성하지 않으면 과반 자체가 불가능한 정당입니다. 한국의 정치지형이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야권은 여전히 분열돼있습니다. 아울러 수도권 상당수 지역구는 막판 대혼전 구도입니다. 어느 정도 정답이 나온 것 아닐까요? 뒤집을 변수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젊은층의 투표 참여입니다. 2012년 대선에서 50대처럼 기적의 투표율을 달성할까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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