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제2의 현대엘리베이터` 가능성

외국인 매집 지속..현대그룹 경영권도 걸려 `관심`
  • 등록 2004-10-11 오전 9:20:26

    수정 2004-10-11 오전 9:20:26

[edaily 이진우기자] 현대상선(011200)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대상선이 적대적 M&A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대상선이 현대아산, 현대택배, 현대증권 등 현대그룹 주요계열사의 최대주주로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사실상 현대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 KCC측과 현정은 회장이 벌였던 "현대엘리베이터 사태"의 재판(再版)이 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현정은 회장의 상대가 KCC 정상영 회장에서 "정체불명의 외국인"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또 일부에서는 현대상선을 사들이는 외국인이 대한해운의 적대적M&A를 선언한 골라LNG 측일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현대상선의 주가 상승을 바라는 일부 투자자들은 외국인의 그룹 경영권 도전이라는 점에서 SK(주)의 케이스와 유사하다며 지난해부터 M&A테마를 달궜던 대형 사례들의 종합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 외국인 집중매집..경영권 위기설 부각 외국인들은 지난 6월 중순 이후 4개월 동안 장내매입을 통해 현대상선의 지분율을 35%에서 44%로 늘렸다. 특히 10월 들어서는 단 6거래일동안 지분율를 4%포인트나 늘렸다. 주가도 9000원대 후반에서 1만4000원대로 단숨에 급등했지만 주가가 오를수록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 "심상치 않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순투자일 수도 있는 외국인들의 집중매수가 "적대적 M&A 가능성"으로 불거지는 까닭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주가가 오를수록 외국인들의 매수강도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 또 현대상선이 단순한 해운사가 아니라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회사로 M&A목표가 될 개연성이 크다는 점, 그리고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정은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그리 높지 않아서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현대상선의 주요 매수창구는 슈브르증권과 씨티그룹으로, 슈브르증권 창구는 주가가 1만1000원대를 넘어선 지난 5일 이후 매일 대규모 순매수를 통해 220만주를 사들였다. 8일에도 103만주를 매입했다. ING증권창구를 이용하는 외국인은 8일 장중에 1만4000원대를 넘나드는 주가에서도 40만주를 사들이는 과감함을 보였다. 매수주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대한해운의 M&A시도로 유명해진 노르웨이 해운사 골라LNG가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꾸준히 현대상선 지분을 사들이고 있는 스타뱅거(Stavanger Fondsforvaltning AS)가 대한해운의 주요 매집 펀드인 펀리폰즈와 국적이 같은 노르웨이계 펀드라는 점, 펀리폰즈가 대한해운 매집을 시작한 시점이 스타뱅거가 움직이기 시작한 시기와 유사하다는 점, 최근 현대상선의 주요매집 창구인 슈브르증권이 골라LNG 측이 자주 이용하는 증권사라는 점 등이 그 근거다. (관련기사 ☞골라LNG, 현대상선 노리고 있나) 외국인이 현대상선을 왜 사는지에 대해서는 M&A를 노린 매집이라는 추측 외에 유조선 운임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국내 유조선 부문 1위 해운사인 현대상선의 펀더멘털 개선을 겨냥한 선취매일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유조선 운임은 해운업에서 마진이 가장 높은 부문으로 운임이 조금만 높아져도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다. 현대상선은 특히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유조선 비중이 16%대로 한진해운이 10% 이하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혜가 부각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 사실상 현대그룹 지주사..그룹 경영권도 빨간불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주요계열사를 거느린 사실상의 지주회사다. 현대그룹의 지주사는 현대엘리베이터로 알려져 있지만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라는 점을 제외하면 직접 지배하는 계열사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경영진의 현대상선 지분율은 30% 선에 그치고 있다.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가 15.2%를 보유하고 있고 현정은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3.4%를 가졌다. 여기에 지난 6월 현대상선의 자사주를 넘겨받은 허치슨왐포아가 12%로, 확실한 우호지분은 약 31%로 파악된다. 허치슨왐포아는 현대상선으로부터 자사주를 인수하면서 현대상선에 경영권과 관련된 의결권을 위임하고 만약의 경우 현정은 회장이 최우선 매입권을 갖는다는 내용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건설이 8.7% KCC가 6.3%, 현대백화점이 2.3% 등 과거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17% 가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KCC는 지난해 현정은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앙금이 남아있고 현대건설과 현대백화점도 중립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우호지분으로 간주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허치슨을 제외한 외국인 지분율은 32%로 현정은 회장 측의 지분율과 비슷한 상황이다. 결국 양측이 표 대결을 벌인다면 개인투자자의 표심과 과거 현대계열사들의 움직임이 캐스팅보트가 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노린 외국계 투자자가 KCC 측과 모종의 거래를 통해 연합할 경우 현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아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 사태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은 지난 9월 현대상선 지분에 대해 "향후 주가 변동상황을 주시하면서 매각 가치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시점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어, 앞으로 다양한 변수가 남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이며, 지분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에는 현대그룹 측도 이견이 없다. KCC 정상영 명예회장은 지난해 현대그룹 경영권을 인수하려 했던 이유가 지주회사격인 현대상선을 견실한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고, 현정은 회장도 올해 초 KCC와의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면서 지배구조가 취약한 현대상선의 지분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정은 회장 측은 이미 현대상선 경영권 안정을 위해 올해 하반기 56만주 가량을 장내에서 사들이기도 했다. 현대그룹 측은 외국인들의 공격적 매수에 대해 긴장하는 모습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아직 경영권 방어에 대한 구체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매수주체가 누군지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고 있다"며 "실제 적대적 인수합병을 노리고 있다면 지분 방어를 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매수주체가 골라LNG 측이라면 지난해에도 현대상선 주식을 매수해서 KCC와 연합을 통해 현정은 회장과 맞설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분 확대 시점이 유조선 운임이 급등하고 있는 최근이라는 점에서 M&A 가능성은 물론 현대상선의 펀더멘털 개선과 턴어라운드를 동시에 노린 다목적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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