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택하는 이유는 효율성에 있을 것이다. 이에 캠리 하이브리드와 함께 다양한 주행 환경을 경험했다. 과연 캠리 하이브리드는 어떤 성과를 보여줄까?
기자가 문과라 그런지 기술적인 요소를 모두 설명하긴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기자가 아는 범위에서는 토요타 그룹의 하이브리드 기술이 가장 뛰어난 편에 속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캠리 하이브리드 역시 그러한 우수성을 부여 받은 존재라는 것이다.
주행 상황에 따라 직분사 및 간접 분사 기술을 오가는 D-4S이 적용된 2.5L 다이내믹 포스 엔진과 두 개의 전기 모터를 조합해 시스템 합산 211마력을 낸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위한 e-CVT를 더해 16.7km/L(복합 기준)에 이르는 우수한 연비를 자랑한다.
참고로 역대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늘 실제 연비’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조금은 혹독하게, 그리고 얄밉게 들릴지 몰라도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의 첫 번째 주행 코스는 강원도의 산길을 달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인제스피디움에서 트립 컴퓨터를 모두 리셋한 후 내린천로를 거쳐 장수대, 한계령 휴게소를 거쳐 낙산항으로 향하는 코스로 그 거리가 80km가 조금 못 되는 코스다. 다만 산길을 타야 하고 또 설악산의 산세를 타고 지나야하기 때문에 꽤나 부담되는 코스다.
주행 시작과 함께 눈앞에 내린천로가 펼쳐졌다. 인제스피디움에서 내린천을 따라 굽이치는 내린천로는 제한 속도가 60km/h라고는 하지만 군데군데 하드한 브레이크를 가져가야 하는 구간이 있고, 또 낙성 방지 등을 위한 공사가 간간히 있는 곳이라 주변 시야와 여유로운 마인드로 주행에 나서야 하는 구간이었다.
설악산 기슭이 시작되자 오르막 구간이 연이어 펼쳐졌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평탄한 길에서 쌓아 올렸던 연비를 조금씩 소모하고 있었지만, 오르막 끝에는 내리막이 있다는 기대를 가지며 앞으로 나섰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잠시 스트레칭을 하고 내리막 구간을 맞이했다.
낙산항에 차를 세우고 트립 컴퓨터를 확인했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트립 컴퓨터의 정보가 계기판과 센테퍼시아의 디스플레이에 나뉘어 보여지는 편이라 두 화면을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했다. 어쨌든 주행 거리는 78.9km로 측정되었고, 주행 시간과 평균 속도는 각각 1시간 40분 그리고 47km/h로 기록됐다.
고속도로는 사실 하이브리드 차량에게는 그리 유리한 구간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전기모터가 주행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속과 같은 상황에서 연료의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동서고속도로 서울 방향의 초입은 도로 공사로 인해 하나의 차선 밖에 사용하지 못했지만 큰 흐름에는 지장이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한참을 달려 두 번째 주행의 종료 지점인 남양주 톨게이트에 멈췄다.
그리고 평균 연비는 19.1km/L로 기록됐다. 물론 이 수치도 공인 연비에 비하면 높은 수치였지만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서울로 돌아온 후 캠리 하이브리드는 자유로 50km 연비 측정을 위해 움직였다. 상대적으로 가솔린 엔진의 활동 비중이 높고, 전기 모터의 개입 여지가 낮은 고속도로에서 20km/l에 못 미치는 수치를 확인했기 때문에 이번 자유로의 50km 주행 연비도 그리 만족스러울 것 같지 않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자유로의 주행 환경은 무척 좋았다. 날이 좋아 시야도 우수했고, 도로 위의 교통량도 많지 않아서 캠리 하이브리드는 제한 속도에 맞춰 매끄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렇게 40분 가까이 달려 자유로 끝, 통일교가 시야에 들어왔고, 차를 돌려 트립컴퓨터의 수치를 확인했다.
마지막 연비 테스트는 장시간의 주행 환경에서 캠리 하이브리드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마련했다. 대략적인 코스는 일요일 오후, 출판단지에서 출발하여 숭실대입구를 찍고, 다시 서울역을 거쳐 노원구 상계동을 들린다.
그리고 다시 차량을 돌려 삼성동 코엑스를 향하고, 여기서 신림을 거쳐 김포공항까지 이동하는 실제 주행 상황을 겪는 장거리 복합 주행이었다. 대략적인 주행 거리는 약 120km에 이르는 일정이었다.
숭실대학교 인근에 차량을 잠시 세우고 다시 주행을 이어갔다. 이수-사당-낙성대를 크게 돌아 다시 서울대입구역에서 숭실대 방향으로 이동했고, 한강대교를 건너 서울역 방향으로 이동했다. 일요일 오후라는 특성으로 인해 거리에는 많은 차량들이 보였고, 덕분에 주행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이런 상황을 기다렸다는 듯 전기 모터를 활발히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코엑스를 찍은 후에는 곧바로 강남의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향했다. 짧게는 신림, 멀게는 김포공항을 목표롤 이동을 했다. 삼성역에서 역삼역까지 완만하고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 구간이 전기 모터 대신 가솔린 엔진의 의존도를 높이며 주행 초반 연비 수치가 떨어지는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방배, 사당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구간에서 다시 연비를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기준과 정의를 이끄는 차량답게 하이브리드 차량 고유의 특성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가솔린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성 상 전기모터의 개입 여부에 따라 효율성에 대한 결과가 달라졌다.
이에 따라 고속 주행이 중심이 되는 도로에서는 비슷한 체급, 동일한 배기량을 가진 차량에 비해 리터 당 4~5km 정도의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었고, 도심 및 복합 구간에서는 비슷한 체급, 동일한 배기량을 가진 차량에 비해 리터 당 10km 정도의 개선 효과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효율 개선 효과와 함께 운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캠리 하이브리드에게 큰 장점이 되는데, ‘합리적인 소비와 함께 즐거은 드라이빙’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매력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