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서경배(徐慶培·43) 사장은 지난 6일 아모레퍼시픽 우선주(의결권은 없지만 이익 배당 등에서 우선권이 있는 주식) 20만1488주를 장녀(15·중학생)에게 증여했다. 이 물량은 우선주 전체 지분의 19.08%에 해당하는 것으로, 6일 종가 기준으로 523억원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증여세율 50%를 적용하면 세금만 250억원을 내야 한다.
특히 주가가 많이 오른 시점에 갑자기 증여함으로써 세금 규모도 커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증여하는 시점의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는 주당 26만원 선이었지만 지난 9월만 해도 주당 19만원대였다. 증여 시점을 석 달만 앞당겼어도 50억원 정도 세금을 줄일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 사장이 주식을 증여하기 전까지는 미성년자 중에 가장 많은 액수의 주식을 가진 사람은 김승연(金升淵) 한화그룹 회장의 3남(17)과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의 아들(12)이었다.
김 회장의 3남은 ㈜한화 주식 125만주(13일 종가 기준 약 416억원)를 보유하고 있고, 전 회장의 아들은 성원건설 주식 549만4756주(13일 종가 기준 약 376억원)를 가지고 있다. 특히 전 회장의 아들은 지분 15.8%로 단일 주주로는 성원건설 주식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4남인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의 아들(17)은 ㈜LG 주식만 200억원 이상을 가지고 있고, 비상장 회사인 희성전자 주식도 8만1275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여론의 비판을 무릅쓰고라도 주식을 미리 나눠서 증여할 수밖에 없는 점도 이해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정된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상속·증여세율이 높아 기업이 충분히 성장한 후엔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상속하는 게 너무 어렵다”면서, “세금을 내고 증여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