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50년]'국립공원 탐방로 서울~부산 4.4배'…사람 발길에 멍드는 야생생물 보고

반달가슴곰·고라니·담비 등 서식..다양한 식물도 분포
국내 기록 생물 4만 5295종 중 45% 국립공원에 서식
멸종위기종 생태교란종과 경쟁으로 서식지 도태우려
로드킬·밀렵 여전..생태통로 마련, 단속강화 절실
"야생생물 서식처 보호 위해 탐방로, 둘레길 개설 제한해야"
  • 등록 2017-06-22 오전 6:30:00

    수정 2017-06-22 오전 6:30:00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외래종 대만꽃사슴을 오는 2021년까지 공원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 공단 관계자들이 포획망에 걸려 든 대만꽃사슴을 옮기고 있다.(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이데일리 박태진 한정선 기자] 국립공원은 야생생물의 보고다. 전국 22개의 국립공원에는 고라니와 산양, 담비, 삵 등 야생동물을 비롯해 희귀식물인 세바람꽃, 국내 대표 활엽수인 신갈나무 등 다양한 식물들도 분포해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과 산양, 여우 등에 대해 복원사업을 실시해 개체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또 식물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117종을 지난 3월 파종했다.

이처럼 정부의 야생생물 확대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생태교란종 확산, 불법 밀렵 및 식물 채집 등으로 생물들의 서식지 파괴와 생존 위협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환경당국은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야생생물 절반 국립공원에…생태교란종 위협 심화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립공원에 살고 있는 야생생물은 총 2만 183종으로 국내 기록된 생물 4만 5295종 중 45%를 차지한다. 서식비율이 가장 높은 생물은 식물로 국내 5349종 중 82%에 해당하는 4396종이 국립공원에 서식한다.

이어 △조류(81%, 421종) △양서·파충류(79%, 41종) △포유류(66%, 83종) △곤충(53%, 8709종) △어류(32%, 403종) 등의 순으로 국립공원 서식비율이 높았다. 개체수가 가장 많은 생물은 곤충이다.

특히 국립공원에는 국내 멸종위기종 246종 중 63%에 달하는 156종이 서식하고 있다. 반달가슴곰은 2004년부터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복원사업을 시작해 이달 기준 47마리가 살고 있다. 여우는 2012년 소백산국립공원에서 첫 복원사업을 실시해 이달 현재 20마리가, 산양은 2006년부터 복원사업을 실시해 월악산국립공원에 지난해 기준 66마리가 서식 중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멸종위기식물 보전을 위해 북한산 등 전국 17곳에 멸종위기식물원도 조성했다.

어렵게 지키고 조성한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들도 곳곳에 산재해 있다. 국립공원 안에는 18종의 생태계교란 생물들도 존재한다. 국내에 서식 중인 생태계교란 생물은 동물 6종과 식물 14종으로 이중 국립공원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뉴트리아와 영국갯끈풀을 제외한 18종이 국립공원내 생태계를 위협하는 동식물이다. 대표적 동물은 큰입배스와 황소개구리이며 식물은 돼지풀, 애기수영이 꼽힌다.

여기에 방사·방목된 염소, 외래종 대만꽃사슴, 유기견도 고유 동물들을 위협한다. 대만꽃사슴은 속리산 일대에만 150여 마리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산양이나 고유종인 노루 등과의 서식지를 두고 경쟁한다. 대만꽃사슴은 1970년대 녹용 채취용으로 국내 들여왔으나 이후 농가에서 방사된 개체들로 추정된다.

또 유기견은 들개로 변해 야생동물들을 사냥한다. 북한산국립공원에서 포획된 들개는 2014년 60마리, 2015년 86마리, 2016년 68마리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공단은 생태계를 위협하는 동식물을 국립공원에서 퇴출하겠다는 방침이나 속리산 대만꽃가슴을 제외하면 다른 생태교란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우리 고유종들의 서식지 확보를 위해 2021년까지 대만꽃사슴을 생포해 속리산 밖으로 이주시킬 계획”이라며 “그외 생태교란종, 방목가축에 대해서도 공원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로드킬에 밀렵까지…가장 큰 적은 사람

국립공원내 야생동물과 식물들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사람이다.

공단에 따르면 국립공원내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은 생태통로 조성에 힘입어 2012년 414건에서 2013년 294건, 2015년 224건으로 감소추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들어서는 291건으로 다시 늘었다.

로드킬을 당하는 동물은 다람쥐, 고라니, 청설모, 너구리가 많았다. 특히 다람쥐는 지난해 124건의 로드킬을 당해 전년(85건)보다 39건 늘었고, 고라니는 2015년 18건, 2016년 20건이 발생했다.

공단은 생태통로 이용동물은 증가추세라고 강조한다. 2012년 생태통로 8곳에서 28종의 야생동물이 1307회를 이용했지만 지난해에는 37종이 생태통로 12곳에서 6061회를 이용했다.

공단 관계자는 “국립공원 안에는 아직 도로로 생태계가 단절된 지역이 많아 이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생태통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법밀렵도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요소다. 공단이 적발한 불법밀렵 건수는 2014년 10건, 2015년 4건, 지난해 9건에 불과하다. 작년 한해 공단이 국립공원내에서 수거한 불법밀렵 도구만 818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국립공원 내에서 야생동물을 잡거나 덫, 올무 등을 설치하다가 적발되는 경우 자연공원법에 따라 최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2007년 입장료 폐지 이후 탐방객 급증

10년 전 입장료를 폐지한 이래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들이 증가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탐방객 수는 2007년 3797만 6000명에서 지난해 4435만 8000명으로 10년 새 16.8%(638만명) 늘었다.

몰려드는 탐방객들로 탐방로는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국내 22개 국립공원에는 현재 총 길이 2036㎞에 이르는 613개의 탐방로가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약 456km) 거리의 4.4배가 넘는다.

2007년까지 총 연장 1166㎞였던 탐방로는 지난해 1914㎞로 10년 만에 64.2%(748㎞)나 증가했다. 육지에 있는 국립공원 중 탐방로가 가장 많은 곳은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총 97개(217.6㎞)다. 이어 무등산국립공원이 63개(165㎞) 지리산국립공원이 52개(233.7㎞)다.

훼손된 탐방로에 대한 복구비도 만만찮다. 비용부담 또한 증가추세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12년 40억원을 들여 30㎞를 복구했다. 작년에는 135억원을 투입해 65.1㎞ 구간을 복구했다. 또 올해부터 2026년까지 863억원을 들여 247㎞를 복구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야생생물의 서식처 보호를 위해 탐방로 및 둘레길 개설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기재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야생동물의 서식처 보호를 위해 탐방로나 둘레길 조성을 제한해야 한다. 지리산에서는 반달가슴곰을 복원하고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탐방로를 늘리고 있다. 탐방로가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직접적으로 위협하지 않지만 소음 등 간접적인 영향을 줘 결국 서식지를 없애는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들이 늘면서 탐방로 곳곳이 훼손됐다. 탐방로 노선이 갈라져 공원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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