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녁이 있는 삶과 대체휴일제

  • 등록 2013-04-28 오후 2:51:24

    수정 2013-04-28 오후 6:23:09

[이데일리 이도형 기자]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나온 재미있는 선거구호중 하나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이었다. 손학규 민주당 예비후보가 제시한 구호이긴 하지만 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그동안 한국 사회가 성장과 경쟁에만 매몰되면서 이제 국민들이 여유를 찾고 싶어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나타냈기 때문이다.

지금 국회에선 ‘저녁이 있는 삶’과 동일한 선상에 있는 듯한 법안의 처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체휴일제 도입 여부다.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칠경우 다음 월요일을 쉬게 하는 이 제도에 대해 정부와 일부 여당의원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반대론에 서 있는 정부는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자영업자·임시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기업에도 부담”이라고 반론을 편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경제 위축론을 제기한다. 재계는 “대체휴일제로 공휴일이 늘어나면 32조원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다”“며 위기론을 설파했고,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도 “침체된 경제를 제대로 살려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마당에 자칫하면 경제살리기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반대 속에 대체휴일제 법안 처리는 사실상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최근 한 취업포털에서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체휴일제를 찬성하는 이유의 60%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체휴일제가 도입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직장인들은 휴식을 꼽았다. 지난 대선에서 가장 주목받은 구호였던 ‘저녁이 있는 삶’과 동일 선상에 있는 셈이다.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이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지만 ‘저녁이 있는 삶‘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대체휴일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변한 것도 이 때문일 듯 하다.

겉으로는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는 듯 하지만 반대론자들조차 삶의 질 향상이라는 시대정신에는 분명 동감하고 있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선거 구호는 시(詩), 정책은 소설과 같다”고 했다. 선거 구호라는 ‘시’를 통해 국민의 열망을 압축적으로 담아내고 이를 정책이라는 ‘소설’로 현실화한다는 의미다. 클린턴의 언급을 따르자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시를 소설로 만드는 첫 작업이 대체휴일제일 것이다.

국민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시에 열렬히 공감한 만큼 정치권이라는 작가는 전향적으로 이를 소설로 구현해야 할 묘수를 찾아야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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