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이드]아날로그는 LP를 타고, LP의 재등장

김광석 미공개 음원 LP출시, 이틀만에 매진
2005년 사라졌던 LP음반 공장, 올 여름 다시 등장
  • 등록 2012-12-26 오전 9:30:39

    수정 2013-02-15 오후 6:26:18

[이데일리 정훈민 PD]어린 시절, 내게 전축은 외갓집에만 있는 좋은 장난감이었다. 검은 레코드판을 턴테이블 위에 올려 버튼을 누른다. 빙글빙글 도는 원판 위에 ‘기계팔’이 움직여 놓이면 아이 몸집만한 스피커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움직임에 반해 레코드도 올리지 않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조카 때문에 삼촌들의 보물 전축은 늘 빈 바늘 신세가 됐다. 예민한 바늘은 부러지기 일쑤였고, 덩치 큰 LP도 휘거나 변형돼 판이 튀기 일쑤였다. LP는 참 불편한 매체였다.

작은 휴대폰 속에 수 천 곡의 노래를 담아 들을 수 있는 스마트한 시대, ‘불편한 음악’ LP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 18일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LP-Bar ‘트래픽’을 찾았다. 벽장을 가득 채운 1만 5천 여 장의 LP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4~50대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점점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어요” 트래픽의 DJ이자 사장인 오영길 씨의 말이다. 실제로 바에는 4~50대가 주를 이뤘고, 가족단위로 찾아온 테이블도 있었다. 저녁 8시가 넘어서자 LP를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였다.

직접 듣고 싶은 신청곡을 종이에 적어내면, DJ인 오영길 사장이 가나다순으로 정리된 LP장에서 음반을 찾아 곡을 튼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두 대의 턴테이블 앞에서는 신청곡이 적힌 종이가 수북이 쌓여있다.

LP는 보통 한 면에 24분 분량의 음악을 담을 수 있다. 양 면을 합해봐야 고작 50분, 고작 열 몇 곡밖에 담을 수 없다. 들을 수 있는 방법도 턴테이블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지름도 30cm나 돼 손바닥 크기에 수천 곡을 담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MP3플레이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저장과 이동, 감상에서 모두 불편할 수밖에 없는 LP를 사람들이 다시 찾는 이유는 뭘까?

“옛날 기억이 많이 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에요” 친구들과 LP바를 찾은 백진호 씨의 말이다. 일행인 이준영 씨는 “아날로그 음악이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옵니다.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사람의 느낌이나 정을 주거든요”라고 말한다. 아날로그 LP음악이 주는 따듯한 감성이 LP를 찾는 주된 이유다.

LP의 인기는 비단 과거의 향수를 자아내는 골동품에 그치지 않고 현재형 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여름,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던 LP공장도 새로 문을 열었다. ‘LP팩토리’의 이길용 사장은 “아직 국내LP시장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일본의 경우 2010년부터 매해 100%씩 성장하고 있고, 미국은 한해 400만 장이 넘는 LP를 찍는다”며 국내 시장도 분명 사업성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10월 10일 한정 수량 예약 판매를 실시한 김광석의 미공개 공연실황 LP 세트의 경우 예약 이틀 만에 동이 났다. 그룹 2AM은 올해 3월 아이돌 최초로 앨범을 LP로도 발매했다. 현재도 가수 이승열의 새 앨범과 영화 만추의 OST 앨범을 작업 중이다.



이데일리TV <경제와이드>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저녁 6시(본방), 밤 12시(재방)에 전해드리는 경제매거진 프로그램입니다. [라이프쇼룸]은 월요일마다 생활밀착형 경제정보로 찾아갑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