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경매브리핑]아! 임차인이여

  • 등록 2018-04-07 오전 10:30:00

    수정 2018-04-07 오전 10:30:0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경매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진정한 임차인’입니다. 이는 정상적인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가진 임차인을 말합니다. 대항력을 가진 임차인은 경매로 부동산을 새롭게 취득한 매수인에게 임차인이 임차인의 지위를 보호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진정한 임차인이 배당을 신청해 보증금을 받고 나가겠다고 하면 낙찰자로서 큰 고민이 없습니다. 문제는 진정한 임차인이 배당을 신청하지 않았을 때입니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 낙찰자가 보증금을 모두 인수하고 임차계약을 유지할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낙찰자 입장에서는 보증금만큼 사실상 매수금액이 올라가 버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입찰자는 낙찰가를 정하기 전 반드시 보증금을 고려해서 낙찰가를 정해야 합니다. 아니면 낭패를 당할 수 있습니다.

지난 3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경매된 은평구 신사동 현대 아파트 전용면적 84.2㎡ 이 이런 사례가 아닐지 우려됩니다. 이 아파트는 감정가(3억 6500만원)의 53.7% 수준인 1억 9599만원에 낙찰됐습니다. 감정가가 2017년 5월 매겨진 데다가 낙찰가율도 절반 수준이니 좋은 가격에 낙찰받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 아파트에는 2004년부터 거주한 임차인이 있습니다. 보증금은 3억원입니다. 게다가 임차인은 배당을 신청하지도 않았습니다. 배당을 신청했다면 임차인에게 먼저 낙찰금에서 보증금이 지급되고 채권자들이 나눠가졌을텐데 배당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낙찰금은 온전히 채권자들에게만 돌아갑니다. 게다가 낙찰자는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3억원을 모조리 떠안고 이들의 임차계약이 만료될 때까지 거주를 보장할 책임까지 떠맡게 됐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지난 3월 3억 9000만원에 매각됐습니다. 보증금을 포함한다면 낙찰자인 이모씨는 시세보다 1억원 비싼 가격에 이 아파트를 낙찰받은 셈입니다.

신이 난 것은 채권자입니다. 이 아파트는 이미 지난해 12월 한번 유찰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낙찰가는 감정가의 74.25%인 2억 7100만원이었으나 대금 미납으로 유찰됐습니다. 이 낙찰자 역시 진정한 임차인의 보증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금 미납으로 유찰되면 입찰보증금은 모두 배당금에 포함됩니다. 당시 입찰보증금은 최저매각가격(2억 3360만원)의 10%인 2336만원 수준이었습니다. 만약 이번에도 이씨가 또 대금을 미납해 낙찰을 포기한다면 입찰보증금 3700만원이 또 배당금으로 포함돼 채권자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채권자들은 입찰자의 착각으로 6000만원이라는 공돈이 앉은 자리에서 생긴 셈입니다. 또 이씨가 낙찰을 포기하지 않고 인수하더라도 당초 기대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재매각은 입찰보증금이 10%에서 20%로 상향조정된다”며 “이번 낙찰자가 낙찰을 포기할 경우 내야하는 보증금은 1차 낙찰자보다 더 많은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경매에 입찰하기에 앞서 임차인의 여부와 보증금 규모, 배당 유무 등을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도입 등 대출 규제 강화 등이 시행되는 가운데 경매시장도 다소 얼어붙은 모습입니다. 7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2018년 4월 첫째 주(2~6일) 법원 경매는 1889건이 진행돼 738건이 낙찰됐습니다. 낙찰가율은 68.8%로 전주 대비 4.4%포인트 하락했으며 총 낙찰가는 184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수도권 주거시설은 306건 경매 진행돼 이중 140건 낙찰됐습니다. 낙찰가율은 77.4%로 전주 대비 11.9%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주간 낙찰가율은 94.7%로 전주대비 5.2%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이번 주에 나온 서울 아파트 경매물건 15건 중 8건이 낙찰되며 낙찰률 53.3%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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