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고윤화 기상청장 "날씨가 경제입니다"

작년 9월 취임 후 기상기후 빅데이터 활용 방안 모색
각계 전문가 모아 기상기후 빅데이터 포럼 출범
"기상청 대국민 서비스 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것"
  • 등록 2014-06-10 오전 9:23:12

    수정 2014-06-10 오전 9:23:12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지난 4월 10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제1회 기상기후 빅데이터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기상기후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쏟아냈다. 안민석 정부3.0 민간자문단장과 함께 이 포럼의 공동위원장
사진제공=기상청
을 맡고 있는 이가 고윤화 기상청장(60·사진)이다.

기상청은 1949년 국립중앙관상대로 출범한 이래 55년 동안 기상기후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고 청장은 작년 9월 제11대 기상청장으로 취임한 이후 수십년간 쌓인 방대한 관측 및 예측 데이터가 일기예보의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것 외엔 별다른 쓰임새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웠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기상기후 데이터 활용 방안을 모색해온 고 청장이 30년 관료생활 동안 쌓은 인맥을 총동원해 일군 첫번째 성과물이 기상기후 빅데이터 포럼이다.

이 포럼엔 미래창조과학부와 안전행정부 등 7개 중앙행정기관과 중소기업진흥공단·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8개 공공기관, 그리고 관련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농수축산 △에너지△수문 △환경 △체육·관광 △보건·건강 △교통·물류 △방재 △산업 △IT·경제효과 등 10개 분야에서 기상기후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기상기후 빅데이터로 재난 예보

“기상기후 빅데이터를 활용해 강수량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장기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도 공부하고 있고요. 기상청엔 전문가들이 많지만 저 같은 비전문가는 또 비전문가 입장에서 새로운 관점의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태풍·폭우·폭염 등 위험 기상은 통제 불가능한 자연 현상이다. 그러나 예보의 정확도가 높아지면 철저한 사전 대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고 청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재난 관리에 날씨 정보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과거의 기상 관측 데이터와 특정 지역의 지형 정보를 결합, 위험기상 발생 시 재난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는 방식이다.

“A지역에 폭우가 내리면 A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빗물이 모여서 흘러가기 때문이죠. 과거 기상 관측 정보와 해당 지역의 지형 정보, 그리고 과거 재난 정보 등을 결합하면 어느 정도의 비가 A지역에 내리면 B지역에서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예견할 수 있습니다. 재난이 발생할 것이란 것을 미리 알 수 있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겠지요.”

고 청장은 기상기후 빅데이터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기상청은 중소기업청과 손잡고 나들가게에 날씨에 따른 판매 전략 및 발주량 정보 등을 제공하는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면 ‘내일은 비가 온다니 우산을 한 10개 정도 더 가져다 놔야겠다’는 식의 경험에 의존한 주먹구구식 발주량 관리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 나들가게는 중소기업청이 동네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육성 중인 구멍가게들을 통칭한 상호다. 전국에 1만여곳이 산재해 있다.

날씨 예보를 보다 세분화해 전력 수요 예측 정밀도를 높이는 방안도 고 청장이 제안해 실무팀에서 연구 중이다. 한국전력은 기상청에서 제공한 최고-최저기온 예보를 기초로 예상 전력량을 산출, 발전소 가동률을 정한다. 전력 수요 예측이 보다 정확해지면 발전소 가동률을 최적화해 불필요한 전력 생산을 줄일 수 있어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고-최저 기온 외에 습도나 풍속 등 전력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기상 요소들이 많습니다. 최고기온이 높아도 습도가 낮아 체감온도가 낮다면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가 적겠지요? 실무팀에 날씨에 따라 지역별 전력 소비량이 얼마나 되는 지 부터 알아보라고 했는데 지역별 전력 소비량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는 모양입니다.”

‘날씨가 경제다’… 날씨산업 육성 나서

“우리나라는 기상청이 보유한 기상기후 정보 활용도가 일본의 5% 수준에 불과합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0.5%밖에 안됩니다. 내일 날씨, 주말 날씨 예보를 확인해 이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민간에서도 기상기후 데이터를 분석해 다양하게 활용해야 합니다.”

패션이나 식음료와 같이 날씨에 따라 수요가 크게 엇갈리는 산업분야에선 이미 기상 정보 이용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날씨산업은 걸음마 단계다.

기상기후 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날씨산업은 초기엔 공공부문에서 선도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고 청장의 판단이다. 분석시스템 개발에 상당한 비용와 전문인력이 필요한 만큼 아직은 영세한 국내 민간 기상사업자들이 초기 투자를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민간 사업자의 경우 대기업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민간 기상사업자들이 발전회사나 조선업체 등에 날씨산업 컨설팅 제안을 하려고 해도 책임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초기에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인 기상청이 견인하고 이후 실효성이 입증된 뒤 민간사업자에게 이관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고 청장 취임 이후 기상청 직원들은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청장의 관심 분야가 워낙 폭 넓다보니 과거에 비해 연구 분야가 크게 확대됐다. 아울러 고 청장은 직원들에게 기상청이 기상 연구뿐 아니라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라는 것을 틈나는 대로 강조한다.

“기상기후에는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자료를 훑어보니 토요일 강수가 월요일보다 20% 많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주중과 주말의 라이프 패턴이 달라서 날씨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주말 교통량 증가가 기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 정량강수팀에 공부해 보라고 했습니다.”

“기상기후 빅데이터 연구는 레저·관광·제조업 등 기상청이 커버할 수 없는 서비스 분야까지 확장될 겁니다.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과의 협업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기상청 직원들이 기상청이 날씨 예보뿐 아니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기상기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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