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사장의 性이야기] 시리즈를 마감하며...'나의 몸'이란 열린 바다로

  • 등록 2016-09-07 오전 7:00:00

    수정 2016-09-07 오전 10:12:26

[최정윤·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8월의 마지막 날,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의 폐장일이다. 올여름 천 4백만 명이 넘는 피서객이 다녀갔단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해변은 적막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텅 빈 바닷가를 보며 [두 여사장의 성 이야기] 시리즈를 마감하는 글을 쓴다.

왜 갑자기 부산에 와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겠다. 바로 얼마 전 플레져랩의 세컨드 브랜드 ‘잇츠 마이 플레져(잇마플)’ 매장을 해운대 마린시티에 개장했기 때문이다. 우리를 포함한 몇 팀원이 한동안 부산에 머무는 중이다 보니 마지막 칼럼 역시 해운대에서 쓰게 되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친화적 섹스토이숍을 표방하며 플레져랩이 런칭한 것이 작년 8월. “왜 우리나라엔 여자가 맘 편히 섹스에 관해 이야기할 공간이 없을까?”라는 친구끼리의 대화가 계기가 되었다. 회사명엔 ‘기쁨을 연구하는 곳’이 되려는 바람을 담았다.

시작 당시 우리의 목표는 여성을 위한 섹스토이를 파는 한편 섹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만드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성적 대상으로만 소비되고 섹스의 즐거움에선 소외되었던 여성들에게 딜도와 바이브레이터를 쥐여주고 자신의 기쁨을 찾을 용기를 주고 싶었다.

우리의 포부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지만, 냉소적으로 바라본 이들도 적잖았다. 혹자는 “여자들이 이런 물건을 살 거 같냐”며 이 불황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것이 어리석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온·오프라인을 아울러 수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플레져랩을 찾았다. 게다가 우리 고객의 70% 이상은 ‘보란 듯이’ 여성이다. 우리를 적극 지지하는 여성들이 쇼핑뿐 아니라 섹스토이 세미나, 영화 관람, 저자와의 만남, 클럽 파티 등 플레져랩 주최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조언과 격려뿐 아니라 각종 관련 서적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가끔 이 모든 게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골목 안쪽에 자리해 길을 잃지 않으면 절대 발견할 수 없는 합정점, 검색이 잘 안 되는 플레져랩 온라인 사이트를 어떻게 알고 찾아내는지. 늘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두 명의 여자들로 시작한 플레져랩은 이제 프랜차이즈인 ‘잇츠 마이 플레져’까지 갖춘 종합 어덜트 토이 브랜드로 성장했다. 국내외 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우리는 라스베이거스, 홍콩 등지에서 열리는 국제 성인용품 박람회에 참여할 때마다 해외 거래처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예쁜 섹스토이숍”이란 찬사를 듣는다.

하지만 그런 칭찬보다 더 우리를 춤추게 하는 건 매장에 온 여성들이 방문을 계기로 비로소 즐거움의 힌트를 찾았다고 할 때다. 가족과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을 우리에게 털어놓을 때 뭉클하게 감동한다.

많은 여성이 우리를 찾는 이유는 여전히 한국에 여자가 섹스에 대해 말하고 즐거워지고 싶은 마음을 토로할 곳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의 성 문화는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올 하반기엔 건강한 섹스 라이프를 위한 큰 물결을 만들고 싶다.

부족한 실력에도 이데일리의 전폭적인 격려 덕분에 20회가 넘게 연재하게 되었다. 시간을 쏟은 만큼 괜찮은 글이 나오면 좋겠지만 늘 아쉬움이 많았다.

자신을 인용하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지만, 마지막으로 첫 칼럼의 한 문단을 다시 소개하면서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구독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바다가 깊을수록 많은 신비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오르가즘도 한 꺼풀, 두 꺼풀 안으로 들어갈수록 새로운 짜릿함이 있다. 아직 자신의 성감을 잘 모른다면 섹스토이를 사용하며 자신의 반응에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몸을 만지며 자신의 숨소리, 점점 격렬해지는 몸의 반응, 머릿속에서 진해지는 판타지, 그리고 뿜어내는 숨 막히는 에너지와 짜릿하게 훑고 지나가는 경련까지 느껴보자.

그리고 마침내 찾아올 오르가즘은 누군가에겐 폭죽, 누군가에겐 불꽃놀이, 혹은 우주 속으로 튕겨 나가는 느낌일 것이다. 그런 경험은 찰나의 신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내내 이어지는 낮은 허밍 같은 기쁨이리라 확신한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나의 몸’이란 열린 바다로 들어가 보자. 거기서 무얼 만날진 당신에게 달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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