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美 집값 `날개가 없다`..후폭풍 우려

그린스펀·무디스·美 경제학자 "내년 두 자릿수 하락"
주택업체 실적 악화..소비 위축도 본격화
  • 등록 2007-09-27 오전 10:29:53

    수정 2007-09-27 오전 10:29:53

[이데일리 하정민기자] 미국 주택 시장의 침체는 과연 어디까지 번질 것인가. 암울한 전망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신용평가기관 무디스 등이 이미 내년 미국 집값이 두 자릿 수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미국 경제학자들도 이같은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주택시장 침체의 후폭풍도 본격적으로 몰아닥치고 있다. 모기지업계의 대규모 감원에 이어 레나, DR 호튼 등 부동산 업체들의 실적 악화도 예사롭지 않은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와중에 타겟, 로우스 등 미국 주요 유통업체들이 실적 전망을 하향하고, 미국 소비자신뢰지수가 2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소비`마저 흔들리고 있다.

◇美 경제학자 "내년 집값, 10% 추가 하락 불가피"

AP통신은 26일(현지시간)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수전 워처 펜실베니아대 교수 등 미국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내년 미국 집값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미국 부동산 시장 과열을 줄곧 경고해 온 실러 교수는 "지난 10년간 미국 전역의 집값이 평균 86% 상승했다"며 "뉴욕, LA, 워싱턴 DC 등 주요 도시의 경우 상승폭이 이를 훨씬 웃돌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붐이 일었던 만큼 하락 폭도 크기 마련"이라며 "집값 하락으로 인한 경기 침체는 이미 기정사실로 침체에 빠져들 경우 여러해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러가 만든 S&P-케이스/실러 부동산 지수에 따르면 미국 집값은 지난 1990년대 초 3%를 밑도는 하락폭을 보인 후 2001년 경기침체 와중에도 오히려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이 지수는 지난해에 무려 3.2% 떨어져 미국 집값 하락세가 심상치않음을 시사했다.

실러 교수는 지난 1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미국의 집값 하락이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최대 경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관련기사 ☞ 美 집값 더 떨어지면 대공황 같은 위기온다.

UCLA의 에드워드 리머 교수도 "집값이 특히 많이 상승한 캘리포니아, 네바다, 플로리다의 경우 향후 3~4년 동안 가격이 20% 가량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펜실베니아대 경영대학원 와튼 스쿨의 수전 워처 교수도 "솔직히 집값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3분의 1 가량으로 본다"며 "경기 침체에 빠지면 부동산 시장 회복이 더욱 느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도 지난 19일 향후 몇 년 동안 미국 집값이 두 자릿 수 이상 하락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린스펀 전 FRB 의장도 16일 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주택 가격이 두 자릿 수대로 하락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관련기사 ☞ 무디스 "美 집값 하락 가속..두 자릿수 하락"

◇주택시장 침체 후폭풍 본격화..소비 위축 우려 고조

주택시장 침체의 후폭풍도 본격적으로 몰아닥치고 있다. 전미 부동산 중개인협회(NAR)는 8월 기존 주택판매가 전월비 4.3% 감소한 연율 550만채에 그쳤다고 밝혔다. 2002년 8월 이후 5년 최저치다.

 
주택 재고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기존 주택판매 재고는 458만채로 전월비 0.4% 늘어났다.
 
특히 단독주택 재고 분량은 9.8개월치에 달해 지난 1989년 5월 이후 18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 건설 업체들의 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미국 주택업체 레나 코퍼레이션은 회계연도 3분기에 5억139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가 예상치의 6배에 달하는 수치다. 레나는 작년 3분기에 2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불과 1년 만에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레나의 스튜어트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주택시장의 문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주택 과잉공급, 모기지 시장 혼란, 소비심리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또다른 주택건설업체인 DR 호튼은 지난 주말 주택 53채를 기존 가격보다 50% 할인된 가격에 경매로 팔아치웠다.

소비에 미치는 악영향도 커지고 있다.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9.8을 기록, 2005년 11월 이후 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가 예상치 103.8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소비자들이 예감하는 경기 침체 우려가 상당히 높음을 의미한다.

유통 업체들도 울상이다. 미국 2위 유통업체 타겟, 미국 2위 주택자재 판매업체 로우스는 잇따라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또다른 유통업체 코스트코의 8월 매출도 1% 늘어난 데 그쳐 월가 예상치를 밑돌았다.

로우스의 로버트 닙록 CEO는 "주택시장 침체가 언제 바닥을 칠 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불확실한 경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컨설팅업체 MFR의 조슈아 샤피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 바닥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며 "주택 재고가 늘고 주택 가격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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