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크림 대신 ‘아이섀도’… 군용비누 대신 ‘폼클렌저’

예뻐지는 병사들
개인 관물대 속에는 보디로션·에센스 ‘기본’
몸짱 되려 근육강화제도
軍內 매점 화장품 매출 올 상반기 85%나 늘어 수분공급 마스크팩 대박
  • 등록 2007-08-23 오전 9:44:06

    수정 2007-08-23 오전 9:44:06

[조선일보 제공] ♣ 강원도 화천 한 부대의 내무반. 막 잠에서 깬 병사들이 각자 사물함에서 거품비누인 ‘폼클렌저’ 을 꺼내 들고 세면장으로 향한다. 군대 보급용 비누만 쓰는 병사들이 오히려 소수일 정도다.

개인 관물대 속엔 스킨과 로션뿐 아니라 자외선차단제와 보디로션, 얼굴을 하얗게 해주는 화이트닝 에센스까지, 화장품을 3~4개씩 갖춘 장병들도 있다.

♣ 야전(野戰) 훈련을 떠나기 전, 서너 명의 병사들이 얼굴에 바르는 ‘위장크림’ 대신 여성 색조화장품인 ‘아이섀도’를 꺼내 들었다. 군대에서 보급하는 위장크림을 얼굴에 발랐다가 피부가 거칠어진 경험을 한 병사들이 위장크림으로 아이섀도를 쓰는 것이다.

대한민국 군인들이 예뻐지고 있다. 거친 피부, 거무튀튀한 얼굴, 짤막한 스포츠 머리 등 ‘전형적인 군인’의 모습은 신세대 장병의 자랑거리가 아니다. 여성 못지 않게 화장품을 쓰고, 외박이나 휴가 때 사용할 가발을 단체 주문해 쓰는가 하면, ‘몸짱’이 되기 위해 근육강화제를 사는 병사들까지 생겨났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 유행인 ‘완소남(완전 소중한 남자)’ 열풍이 젊은 사병들까지 번진 것이다.


◆화장품은 종류별로, 가발은 단체 주문

강원도 한 부대에서 근무하는 한모(21) 병장은 한 달에 목욕 용품과 화장품에 투자하는 돈이 평균 11만원에 이른다. 샴푸와 린스는 기본이고 스킨, 로션, 자외선차단제, 에센스, 폼클렌저까지 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여드름 전용 화장품’까지 사서 쓰다 보니 돈이 더 든다. 겨울에는 손과 발의 건조를 막기 위해 핸드크림과 풋크림까지 썼다. 제대를 2개월 앞둔 한 병장의 월급은 8만원 정도. 월급으로는 모자라 가족이 부쳐주거나 휴가 나가서 받은 용돈으로 화장품을 산다. 한 병장은 “군대 와서 얼굴이 검어지고 피부가 거칠어져 걱정인데 휴가 때 여자친구 만나려면 관리해야 한다”며 “나뿐만 아니라 자기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2~3개 정도 쓰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화장하는’ 병사들이 늘면서 군대 매점의 화장품 매출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국의 군대 매점 1100여 곳에 화장품을 공급하는 ㈜아모레퍼시픽은 올 1~7월 군대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5%나 급증했다. 공군부대와 해군부대 30여 곳에서 점포를 운영해오던 화장품 업체 ‘미샤’도 군대 매출이 예상보다 크자 올해에는 육군 2100여개 부대 매점에도 화장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미샤 홍보팀 이혜영 대리는 “군부대 매출이 매달 평균 15%씩 늘고 있다”며 “최근엔 얼굴에 수분을 공급하는 마스크 팩이 가장 인기제품”이라고 말했다.

휴가 때 가발을 쓰는 장병도 늘고 있다. 광주에서 군생활을 하는 지모(22) 병장은 최근 휴가를 앞두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영화배우 이준기 스타일의 가발을 샀다. 이 병장은 “우리 부대에서 나 말고도 3~4명이 더 가발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발 전문 인터넷쇼핑몰 ‘퍼니위그’ 권경순(32) 팀장은 ““최근 강원도 춘천의 한 군부대에서 가발 10개를 단체로 주문 받고 직접 배송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몸짱’이 되기 위해 근육강화제를 복용하는 장병들도 적지 않다. 근육보충제 전문 인터넷 쇼핑몰 ‘근육클럽’은 “전체 매출의 20% 가량은 군인들이 소화한다”고 밝혔다. 2년 전 처음으로 국방일보에 근육강화제 광고를 게재한 보령제약 헤비매스의 나영식 팀장은 “2년 전에는 군인을 상대로 영업한 업체가 우리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5개로 늘어나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신세대 장병들의 이런 ‘외모 가꾸기 열풍’에 대해서는 군 내에서 우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수부대 한 장교는 “젊은 사병들이 단체생활의 규율과 군대라는 특수상황을 참고 견디기보다 외모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갖고 개인을 중시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육군 모사단의 한 영관급 장교는 “이런 현상은 군인뿐 아니라 전체 젊은 남성들의 트렌드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대대장 시절 신세대 장병들의 이런 변화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행군을 나서기 전 피부가 약한 병사들에겐 자외선 차단 로션을 직접 사서 발라주기도 했다”며 “그 뒤 병사들이 훈련에 더욱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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